[백우진의 돈의 세계] 다음 위기가 노릴 급소

2023. 3. 31. 00: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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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우진 경제칼럼니스트·글쟁이㈜ 대표

마크 트웨인이 말했다. “역사는 똑같이 반복하지 않는다. 각운(脚韻)을 맞출 뿐이다.” 사건의 양상이나 경로가 이전과 달라도 종종 같은 결과로 이어진다는 뜻이다. 그래서일까. 실리콘밸리은행(SVB) 뱅크런을 발단으로 글로벌 금융위기가 재연될지 모른다는 우려가 일었다.

장차 발생할 금융위기는 전과 다른 확산 경로를 공략할 것이다. 새로운 금융위기가 좋아할 새 경로는 무엇일까. 전보다 약해졌다고 평가되는 미국 금융정책 당국의 긴급 권한이 지목된다. 긴급 권한 중 하나가 연방준비제도(Fed)의 개별 금융회사 지원이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때 연준은 개별 금융회사를 지원했다. 베어스턴스와 AIG 등 비은행 금융회사가 연준의 긴급 자금을 받아 회생했다. 이번에는 달랐다. 미 금융 당국은 예금만 전액 보장했을 뿐, SVB 등 개별 은행에 손을 내밀지 않았다.

돈의 세계

왜 그랬을까. ‘개별 금융회사의 주주 구제에 대한 반대가 거세기 때문’이라는 설명이 많았다. 이 풀이는 절반만 정확하다. 연준이 개별회사 구제금융을 못한 것은 제도 때문이다. 2010년 도드-프랭크 법에 따라 수정된 연준법 13조 3항으로 제약이 생겼다. 다만 광범위한 적정성이 있는 긴급 대출 프로그램은 가능하다. 코로나 시기 연준의 자금 지원은 이에 따른 것이다.

글로벌 금융위기 때 재무장관으로 활약한 티모시 가이트너는 13조 3항이 개악됐다고 비판해왔다. 그는 공저 『위기의 징조들』(2019년)에서는 팬데믹 대응에 비유했다. “예방접종 등을 장려하면서 가장 중요한 응급실을 폐쇄한 격이다.”

위기에 빠진 크레디트스위스(CS)는 UBS에 매각됐다. 이는 스위스 중앙은행이 윽박지른 ‘강제 결혼(shotgun wedding)’에 비유됐다. 언젠가 미국 대형 은행이 부실해졌는데, 연준이 나서도 마땅한 혼처가 없는 상황이 발생할지 모른다. ‘폐쇄된 응급실’을 다시 열고자 해도 너무 늦은 때가 될지 모른다.

백우진 경제칼럼니스트·글쟁이㈜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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