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 코르뷔지에의 제자 다비데 파카노브스키가 설계한 나폴리 해안 저택에 가다

이경진 2023. 3. 31. 00:01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대담한 합리주의 건축이 돋보이는 저택에 초대받았다. 다비데 파카노브스키가 설계한 '빌라 크레스피'.
건축적 요소와 가구의 곡선이 특징인 거실 공간. CC-타피스(CC-Tapis) 러그 위에 바다 전망을 방해하지 않도록 배치한 소파는 피에르 폴랑의 디자인. 커다란 창문 사이에는 루이지 카차 도미니오니(Luigi Caccia Dominioni)가 디자인한 월 램프가 있다. 오른쪽 벽에는 미켈란젤로 피스톨레토(Michelangelo Pistoletto)의 작품 ‘페르소나 케 구아르다 론타노(Persona Che Guarda Lontano)’가 걸려 있다.

건축가이자 인테리어 디자이너 줄리아노 델루바(Giuliano Dell'Uva)는 어릴 때부터 이탈리아 나폴리의 포실리포 언덕에 살면서 집에서 멀지 않은 곳에 있는 빌라의 전망에 매료됐다. 빌라 크레스피(Villa Crespi). 1956년 브라질 상파울루에서 열린 국제 전시회에서 큰 주목을 받은 건물이다.

다이닝 공간에는 루카 몬스테라스텔리(Luca Monterastelli)의 장소 특정적 미술이 벽 전체를 가득 채우고 있다. 단 한 명의 고객을 위해 마티노 갬퍼(Martino Gamper)가 독점 디자인한 테이블, 아르테루체와 스튜디오 BBPR의 1960년대 샹들리에. 의자들은 조아킴 텐레이로(Joaquim Tenreiro)가 디자인한 것.

건축과 바다의 관계성을 아름답게 드러내는 이 저택은 나폴리와 로마 지역에 상징적 건물들을 남긴 건축가 다비데 파카노브스키(Davide Pacanowski) 특유의 대담한 합리주의 건축을 품었다. 오래된 두 그루의 소나무 사이에 끼여 있는, 공중에 매달린 캔틸레버 슬래브의 돌출된 볼륨은 하나의 기둥이 지탱하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바다에 면한 거실과 다이닝 룸의 한 장면. 1940년에 제작된 폰타나아르테(FontanaArte)의 희귀한 전등을 두었다.

델루바는 말했다.

1956년 폴란드 출신 건축가 다비데 파카노브스키(Davide Pacanowski)가 설계한 건물의 장엄한 외부 계단 디테일.

건물은 곡선과 공존하면서도 엄격한 기하학적 형태로 구성돼 있다. 기둥 구조에 적용한 마요르카 도기 질의 벽 타일과 홀의 목공 요소들, 천연 황동 소재는 조화롭고 세련된 장면을 연출한다. 홀에 자리한 아나카프리 지역 도예가의 작품인 대형 패널은 스케일이 놀랍다.

거실에는 ‘With Eyes Closed I See Happiness’ 시리즈의 작가 마리나 아브라모비치(Marina Abramovic′)의 작품 ‘엑스터시 II(Ecstasy II)’가 걸려 있다. 안쪽 벽에는 아르텔루체(Arteluce)를 위해 사르파티(Sarfatti)가 디자인한 빈티지 벽 조명이 눈에 띈다.
로베르 아스캥(Robert Ascain)의 1972년 빈티지 스틸 벽난로는 석조물과 한 몸을 이룬다. 의자 ‘코스텔라(Costela)’는 마르틴 아이슬러(Martin Eisler)와 카를로 하우너(Carlo Hauner)가 1960년대에 디자인한 것. 테이블은 디자이너 맥스 잉그랜드(Max Ingrand)가 폰타나아르테를 위해 고안한 것.

건축가이자 클라이언트인 이레네 팔코와 테오도로 팔코는 동시대에 유행하는 스타일과 상관없이 건축물이 지닌 고유의 디자인과 스타일을 보존하고 싶다는 아이디어를 공유했다. 이를 위해 두 사람은 루카 몬테라스텔리(Luca Monterastelli)의 작품으로 한쪽 벽면 전체를 채워 브루탈리스트 디자인의 장소 특정적 미술로 그 장소를 강조했다. 몬테라스텔리의 작품은 장소를 추측할 수 있을 정도로 ‘광선’을 인상적으로 표현한 저부조 작품이다. 바다가 내다보이는 큰 창문을 통해 들어오는 햇살과 잘 어울린다.

욕실에는 알리몬티 밀라노(Alimonti Milano)가 제작한 치폴리노 마블 석판으로 공간을 분리했다. 욕실 수전은 도른브라흐트(Dornbracht)의 ‘타라(Tara)’.

이들은 20세기와 21세기 혹은 지금 시대의 우수한 디자인 작품을 수집하는 즐거움을 공유하기도 했다.

이레네 팔코가 말했다.

나폴리는 현대미술과도 특별한 관계가 있는 도시다.

바다 전망을 감상할 수 있도록 침대를 바닥보다 다소 높은 단 위에 올렸다. 사이드 테이블은 지오 폰티, 플로어 램프 ‘오라콜로(Oracolo)’는 가에 아울렌티(Gae Aulenti)의 디자인. 침대 벽에 걸린 작품은 줄리오 파올리니(Giulio Paolini)의 ‘렉실 두 키녜(L’exil Du Cygne)’. 소파는 스튜디오 BBPR 디자인. 설치미술 작가 데이비드 트렘릿(David Tremlett)의 장소 특정적 미술 작품으로 바닥을 장식했다.

“작품을 제공해 준 갤러리스트가 있습니다. 저에겐 이들과의 협업도 아주 중요한 일입니다.” 마리나 아브라모비치, 미켈란젤로 피스톨레토(Michelangelo Pistoletto), 토마스 루프(Thomas Ruff), 데이비드 트렘릿(David Tremlett), 줄리오 파올리니(Giulio Paolini), 야니스 쿠넬리스(Jannis Kounellis) 등 공간을 채우는 놀라운 작품들은 내부의 표면 혹은 볼륨과 완벽하게 연결되도록 배치됐다.

델루바가 덧붙였다.

아들의 침실에는 주문 제작한 알루미늄 박스 침대가 있다. 빈티지 가죽 안락의자는 이탈리아 건축가이자 가구 디자이너 오스발도 보르사니(Osvaldo Borsani)가 디자인한 것. 벽에 걸린 건 알프레도 마이오리노(Alfredo Maiorino)의 작품들. 바닥에 놓인 램프는 에토레 소트사스의 디자인.
주방에는 맞춤 제작한 황동 유리문을 통해 자연광이 쏟아진다. 1955년에 제작된 슈퍼레게라(Superleggera) 체어와 리마(Rima)에서 생산한 테이블은 모두 지오 폰티의 디자인. 벽 조명은 지노 사르파티, 플로어 조명은 한스 아그네 야콥센이 고안했다.
B&B 이탈리아에서 재출시한 카말레온다(Camaleonda) 소파가 살짝 보이는 공간은 이 집의 아들과 딸을 위한 키즈 라운지다. 벽에 걸린 작품은 잔 마리나 토사티(Gian Maria Tosatti)의 작품 ‘일 미오 쿠오레 에 부오토 코메 우노 스페키오(Il Mio Cuore e‵ Vuoto Come Uno Specchio)’.

Copyright © 엘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