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축가이자 인테리어 디자이너 줄리아노 델루바(Giuliano Dell'Uva)는 어릴 때부터 이탈리아 나폴리의 포실리포 언덕에 살면서 집에서 멀지 않은 곳에 있는 빌라의 전망에 매료됐다. 빌라 크레스피(Villa Crespi). 1956년 브라질 상파울루에서 열린 국제 전시회에서 큰 주목을 받은 건물이다.
건축과 바다의 관계성을 아름답게 드러내는 이 저택은 나폴리와 로마 지역에 상징적 건물들을 남긴 건축가 다비데 파카노브스키(Davide Pacanowski) 특유의 대담한 합리주의 건축을 품었다. 오래된 두 그루의 소나무 사이에 끼여 있는, 공중에 매달린 캔틸레버 슬래브의 돌출된 볼륨은 하나의 기둥이 지탱하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델루바는 말했다.
건물은 곡선과 공존하면서도 엄격한 기하학적 형태로 구성돼 있다. 기둥 구조에 적용한 마요르카 도기 질의 벽 타일과 홀의 목공 요소들, 천연 황동 소재는 조화롭고 세련된 장면을 연출한다. 홀에 자리한 아나카프리 지역 도예가의 작품인 대형 패널은 스케일이 놀랍다.
건축가이자 클라이언트인 이레네 팔코와 테오도로 팔코는 동시대에 유행하는 스타일과 상관없이 건축물이 지닌 고유의 디자인과 스타일을 보존하고 싶다는 아이디어를 공유했다. 이를 위해 두 사람은 루카 몬테라스텔리(Luca Monterastelli)의 작품으로 한쪽 벽면 전체를 채워 브루탈리스트 디자인의 장소 특정적 미술로 그 장소를 강조했다. 몬테라스텔리의 작품은 장소를 추측할 수 있을 정도로 ‘광선’을 인상적으로 표현한 저부조 작품이다. 바다가 내다보이는 큰 창문을 통해 들어오는 햇살과 잘 어울린다.
이들은 20세기와 21세기 혹은 지금 시대의 우수한 디자인 작품을 수집하는 즐거움을 공유하기도 했다.
이레네 팔코가 말했다.
나폴리는 현대미술과도 특별한 관계가 있는 도시다.
“작품을 제공해 준 갤러리스트가 있습니다. 저에겐 이들과의 협업도 아주 중요한 일입니다.” 마리나 아브라모비치, 미켈란젤로 피스톨레토(Michelangelo Pistoletto), 토마스 루프(Thomas Ruff), 데이비드 트렘릿(David Tremlett), 줄리오 파올리니(Giulio Paolini), 야니스 쿠넬리스(Jannis Kounellis) 등 공간을 채우는 놀라운 작품들은 내부의 표면 혹은 볼륨과 완벽하게 연결되도록 배치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