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시라큐스대 켄트 시버루드 총장 “韓 7개 대학과 협력…분교 설립도 고려” [INTERVIEW]

최창원 매경이코노미 기자(choi.changwon@mk.co.kr) 2023. 3. 30. 22: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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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롯데 환영”…대학도 기업 유치 동참해야

조 바이든 미 대통령의 학교로 잘 알려진 미국 명문 사학 ‘시라큐스대’의 12대 총장 켄트 시버루드(Kent Syverud)가 지난 3월 12일부터 18일까지 한국을 다녀갔다. 켄트 총장은 방한 일정 동안 7개 대학과 한국개발연구원(KDI)을 만나고 최근 미 시라큐스 지역에 공장 인수를 확정한 롯데그룹 최고경영진을 만나 향후 협력 방안을 논의했다.

지난 3월 17일, 윤보선 전 대통령 고택에서 켄트 총장을 만나 방한 배경과 소회를 들었다. 켄트 총장은 인터뷰를 진행하는 내내 한국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시라큐스대는 일종의 분교 정책(Study Abroad)을 펼치고 있는데, 아직 아시아 지역에는 관련 시설이 없는 상태다. 켄트 총장은 국내 주요 대학과의 교류를 바탕으로 최종적으로 서울에 시라큐스 분교를 설립, 아시아 허브로 키워나갈 방안도 고려하고 있다.

Q. 한국을 방문한 배경과 목적이 궁금하다.

A. 이번이 첫 방문은 아니다. 20여년 전 고려대에서 특별 강의를 했던 경험이 있다. 이후에도 몇 차례 방문했다. 다만 이번 방문 목적은 과거와는 다르다. 이번에는 시라큐스대를 대표해 한국을 찾았다. 한국 대학과 기업체, 연구 기관들과 관계·연계를 강화하는 게 이번 방한 목적이다.

시라큐스대는 한국과 꽤 오랜 기간 연을 맺고 있다. 1940년대부터 한국 학생들이 다녔고, 현재도 한국 유학생 수가 상당하다. 140개국 출신 학생이 학교를 다니고 있는데, 중국과 인도를 제외하면 한국 유학생이 가장 많다. 한국 유학생을 만날 기회가 늘다 보니 시라큐스대를 다니는 미국 학생도 한국에 대한 관심도가 높아진 상태다. 한국에서 학습하고 싶다는 수요도 점점 늘고 있다.

그런데 막상 내부 프로그램을 살펴보니, 한국과의 협력이 부족했던 것 같다. 그래서 3명의 학과장을 포함해 경영대, 순수미술 등 학과를 대표하는 17명의 대표단과 함께 한국을 찾았다. 한국에 오자마자 한국 주요 대학 7곳(서울시립대·성균관대·연세대·서울대·고려대·경희대·이화여대, 방문 순서 기준)의 총장들을 만나 교수진과 학생들이 보다 자유롭게 교류할 수 있는 방안들을 논의했다.

1956년생/ 1977년 조지타운대 국제학부 학사/ 1983년 미시간대 로스쿨 석사/ 1987년 미시간대 로스쿨 교수/ 1997년 밴더빌트대 로스쿨 학장/ 2005년 워싱턴대 법과대학 학장/ 2014년 시라큐스대 총장(현)
Q. 한국 학생들은 어떤 혜택을 얻게 될지.

A. 시라큐스대는 전문 스쿨(School)과 단과대를 갖고 있다. 그중 일부는 미국 내 최고 수준이다. 대표적으로 저널리즘 스쿨 ‘뉴 하우스’, 공공행정 분야 ‘맥스웰 스쿨’ 등을 꼽고 싶다. 또 건축학, 공학 부문도 최상위권이다. 한국 학생들은 이를 누릴 수 있다.

또 시라큐스대는 새로운 문화에도 개방돼 있는 편이다. 시라큐스대는 미국 대학교 중 가장 먼저 E-스포츠 부문 전공을 개설했다.

시라큐스대는 뉴욕뿐 아니라 워싱턴DC, 로스앤젤레스(LA) 지역에도 캠퍼스를 갖추고 있다. 미국의 다양한 지역을 경험할 수 있다는 점도 유학생들이 매력적으로 느낄 만한 부분이다.

Q. 해외에도 시라큐스만의 교육 시설을 설립한다고 들었다. 한국 내 시설 마련 계획은 없는지.

A. 해외에 분교 형태(Study Abroad)로 시라큐스만의 교육 시설을 만들고 운영 중이다. 강의는 주로 해당 지역과 관련된 내용이 많다. 예를 들어 영국 런던 캠퍼스에서는 ‘영국 건축 조사’ ‘런던의 건축사’ ‘런던의 크리에이티브 산업’ 등을 교육하는 방식이다.

지금까지는 유럽에 시설이 집중됐다. 이탈리아 플로렌스, 영국 런던, 스페인 마드리드에 캠퍼스가 있고, 프랑스와 폴란드에서도 운영 중이다.

최근부터 시설 설립 지역을 다양화하고 있다. 칠레 산티아고에도 관련 시설을 확보한 상태고, 아직까지 시라큐스 관련 시설이 없는 아시아 지역에도 시설을 만들 계획이다. 특히 그 시작점으로 서울을 생각하고 있다. 아직 확정된 것은 아니지만, 서울을 아시아 허브로 삼고 최종적으로 시라큐스만의 시설을 마련하는 방안도 고민 중이다.

Q. 롯데그룹 최고경영진과는 무슨 얘기를 나눴나.

A. 최근 롯데그룹의 바이오 계열사(롯데바이오로직스)가 미국 뉴욕주 시라큐스 지역에 있는 브리스톨마이어스스큅(BMS) 공장을 인수했다. 시라큐스는 작은 도시다. 기업과 대학교 간 협력(산학 협력)이 이뤄져야만 하는 구조다. 다음 달(4월) 롯데의 시라큐스 공장 관련 행사가 열리는데, 여기에도 참석할 예정이다.

이 때문에 롯데그룹 측 최고경영진을 만났다. 짧은 협력 관계로 끝나는 게 아닌, 장기적으로 서로 도울 수 있는 방안을 고민했다. 특히 시라큐스대가 엔지니어링, 공과대학 부문 프로그램을 확장하고 강화할 예정인데, 롯데그룹의 미국 진출에 어떤 도움을 줄 수 있을지 논의했다.

대략적인 협력 방향성은 잡은 상태다. 구체적 내용을 밝힐 수는 없지만 시라큐스대는 다양한 ‘트레이닝’ 프로그램을 갖추고 있는데, 현재 대학교 내 엔지니어 프로그램에 롯데그룹 직원들이 참여할 수 있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Q. 대학교 차원에서 ‘기업 유치’에 적극적으로 나서는 편인지.

A. 당연하다. 지역에 기업을 유치하는 것은 매우 중요한 일이다. 기업 투자는 일자리 창출로 이어져 지역에 생기를 불어넣기 때문이다. 대학교 차원에서 도울 수 있는 일은 없는지 고민하고 적극적으로 동참하고 있다.

또 시라큐스대라는 존재 자체가 기업 유치에 도움이 된다고 본다. 기업 입장에서는 유능한 인재를 구할 수 있고, 외부 환경이 잘 갖춰진 지역을 선호할 수밖에 없다. 시라큐스대가 이 같은 환경을 조성하고, 기업들도 이에 만족해 시라큐스 지역에 투자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롯데그룹뿐 아니라 메모리칩을 만드는 미국 주요 반도체 기업도 시라큐스 지역에 투자를 집행할 예정이다. 현실화될 경우 총 4만~5만명의 일자리를 확보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한다. 최근 미국 소도시들이 인구 감소로 어려움을 겪는 것과 달리 시라큐스가 매년 인구 증가세를 유지하는 이유가 아닐까.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2202호 (2023.03.29~2023.04.04일자)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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