뜬금없는 '전두환 손자 외모 칭찬' 보도, 왜 문제냐면
[민주언론시민연합]
▲ 전두환 전 대통령 일가에 대한 폭로성 발언을 해온 손자 전우원씨가 28일 오전 인천국제공항으로 입국, 마약 투약 혐의로 체포돼 서울경찰청 마약범죄수사대로 압송되기 전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
ⓒ 연합뉴스 |
고 전두환씨 손자 전우원씨가 귀국 직후 마약 투여 혐의로 체포돼 경찰조사를 받은 뒤인 30일 새벽, 곧바로 광주를 찾았습니다. 전씨는 5.18민주화운동 피해자들에게 "늦게 오게 돼서 정말 진심으로 사죄드린다" "늦게 온 만큼 저의 죄를 알고 반성하고 더 노력하며 살아가겠다"며 거듭 사죄했습니다.
전씨는 3월 14일부터 인스타그램과 유튜브를 통해 전두환씨 일가가 추징을 피해 숨겨둔 돈으로 회사를 세워 자금을 숨기거나 지인을 통해 돈을 세탁하는 방식으로 비자금을 만들어 썼다는 내용을 폭로했습니다. 언론의 관심은 전씨 귀국 후 행보에도 모아지고 있는데요. 그러던 중 뜬금없이 전씨 외모를 칭찬하는 기사가 나왔습니다.
한국경제 "전두환 손자, 유아인보다 잘생겼다"?
전씨 외모 칭찬 보도의 시작은 한국경제입니다. 한국경제 <"유아인보다 잘생겼다"…전두환 손자 전우원 외모 '화제'>(3월 29일 이미나 기자)는 "마약 혐의로 귀국과 동시에 경찰에 체포된 전두환 전 대통령의 손자 전우원(27)씨의 외모가 화제"라며 "여초 커뮤니티를 중심으로 공항에서 체포된 전씨의 사진이 공유되자 '배우급이다'라는 호평이 이어졌다"고 전했습니다.
"마약 혐의 유아인 기사랑 나란히 있었는데 이 사람이 더 잘생겼더라"며 최근 마약 투약 혐의로 경찰조사를 받은 연예인과 전씨 외모를 비교하는 누리꾼 반응도 전했습니다.
"전씨는 귀국 전 라이브방송을 통해 질문을 받다가 채팅창에 뜬 탈모 질문에 웃음을 참지 못하는 모습을 보였다"거나 "(귀국 직후 체포돼) 수갑을 찬 전씨의 손이 우연히 하트모양으로 만들어진 걸 두고 '팬서비스 아니냐'는 반응도 웃음을 자아냈다"는 식의 신변잡기적 내용이 주를 이뤘습니다.
마약 범죄의 심각성을 언급하며 전씨 외모 칭찬의 부적절성을 비판하는 목소리를 "냉정한 지적"이라며 수많은 누리꾼 반응 중 하나쯤으로 평가했습니다. 전씨가 전두환씨 일가 비자금이나 범죄혐의를 폭로하고 5.18민주화운동 피해자에게 사죄의 뜻을 밝히고 귀국했다는 사실은 "SNS와 언론 인터뷰 등을 통해 일가의 비자금 의혹 등을 폭로", "5.18 유족 등에게 사죄하겠다는 뜻을 밝히며 광주 방문을 예고" 등으로 짧게 언급됐을 뿐입니다.
▲ 전두환 손자 외모 칭찬한 한국경제(3/29) |
ⓒ 민주언론시민연합 |
전씨 외모 칭찬의 부적절성을 알지 못한 채 누리꾼 반응을 화제라며 전한 언론도 문제지만, 마약 범죄의 심각성과 전씨 외모 칭찬의 문제점을 알면서도 전한 언론도 있습니다. 뉴스1 <"잘생겼다, 몸도 좋아" "홍콩 배우상"…'전두환 손자' 외모 칭찬 논란>(3월 29일 소봄이 기자)은 "전두환 전 대통령의 손자 전우원씨(27)가 마약 투약 혐의로 체포돼 경찰 조사를 받은 가운데 일부 누리꾼들이 그의 외모를 칭찬해 논란"이라 보도했습니다.
머니투데이 <"보호본능 자극" "홍콩 배우상" 전두환 손자 외모 칭찬 논란>(3월 29일 하수민 기자)도 "일부 누리꾼들이 그의 외모에 대한 칭찬을 늘어놔 논란"이라고 전했는데요. 이어 서울와이어, 세계일보, 매일경제 또한 전씨 외모를 칭찬하는 반응이 적어도 '논란'이라는 점을 인지했으면서도 이와 관련한 누리꾼 반응을 그대로 전했습니다.
전씨 외모 칭찬, '마약 투여'라는 심각한 범죄도 미화할 수 있어
이런 보도는 범죄를 미화할 수 있다는 점에서 문제적입니다. 마약 투약은 무기 또는 5년 이상의 징역에 처하는 중범죄입니다. 개인과 사회에 심각한 악영향을 초래할 수 있다는 점에서 초범에게도 무거운 처벌을 내리는 경우가 많은데요. 전씨는 귀국 전 소셜미디어를 통해 전두환씨 일가 범죄혐의뿐 아니라 본인의 마약 투약 혐의도 공개했습니다. 귀국 직후 체포돼 경찰조사를 받은 것도 그 때문입니다.
온라인상에서는 여러 사안에 대한 각양각색의 누리꾼 반응이 존재합니다. 하지만 전씨 외모를 칭찬하는 누리꾼 반응을 전하는 것은 흥미위주 보도일 뿐이며, 이는 전씨의 범죄 혐의조차 미화할 우려가 있습니다. '인터넷신문 기사심의규정' 제5조(선정보도의 지양)는 "인터넷신문은 반사회적이거나 비윤리적인 사건 및 대상을 미화 또는 정당화하거나 흥미위주로 상세하게 보도하지 않는다"고 명시하고 있습니다. 전두환씨 손자 전우원씨 외모를 칭찬하는 누리꾼 반응을 여과 없이 전한 언론은 해당 규정을 어긴 것입니다.
전씨는 5.18민주화운동 피해자들에 대한 사죄의 뜻을 밝히려 귀국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경찰조사가 끝나고 석방된 뒤 광주를 방문해 피해자들에게 거듭 사죄했다고 하는데요. 언론도 전씨를 둘러싼 신변잡기적 사안에 집중해 범죄 혐의를 옹호하고 미화할 우려가 있는 기사를 양산하기보다는 전두환씨가 끝내 사과하지 않은 5.18민주화운동의 끝나지 않은 진상규명을 위해 힘을 보태는 게 어떨까요.
* 모니터 대상 : 2023년 3월 29~30일 포털사이트 네이버에서 검색된 전두환씨 손자 관련 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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