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축?’ 자폭이 될 수 있는 축구협회 사면 카드

우루과이전 앞두고 기습적으로 100명 사면 발표
승부조작 외 나머지 52명에 대해서도 궁금증 증폭

축구협회는 우루과이전을 앞두고 기습적으로 사면 카드를 꺼내들었다. ⓒ KFA

대한축구협회가 월드컵 10회 연속 진출과 카타르 월드컵 16강 진출을 ‘자축’한다며 축구인 100명에 대한 사면을 단행, 축구팬들의 공분을 일으키고 있다.

축구협회는 지난 28일 서울월드컵경기장 회의실에서 이사회를 열고 징계 중인 축구인 100명에 대해 사면 조치를 의결했다고 밝혔다.

사면 대상자는 각종 비위 행위로 징계를 받고 있는 전현직 선수, 지도자, 심판, 단체 임원 등이다. 대상자 중에는 지난 2011년 프로축구 승부조작으로 제명된 당시 선수 48명도 포함돼 있다.

이에 대해 협회 측은 “지난해 달성한 월드컵 10회 연속 진출과 카타르 월드컵 16강 진출을 자축하고, 축구계의 화합과 새 출발을 위해 사면을 건의한 일선 현장의 의견을 반영했다. 오랜 기간 자숙하며 충분히 반성을 했다고 판단되는 축구인들에게 다시 한 번 기회를 부여하는 취지도 있다”고 밝혔다.

그러나 축구팬들은 협회의 이번 결정에 도저히 납득할 수 없다는 반응이다. 먼저 협회 측은 우루과이전이 시작되기 직전, 이번 사면 조치를 발표했다. A매치의 어수선한 상황을 이용해 기습적으로 발표했다는 의구심에서 자유로울 수 없는 축구협회다.

100명의 명단을 공개하지 않는 이유도 팬들은 받아들이지 못하고 있다.

이번 사면 명단에 포함된 100명 중 48명은 지난 2011년 세간을 떠들썩하게 만들었던 승부조작 선수들이다. 당연히 미디어와 팬들의 시선은 이들에게 쏠릴 수밖에 없다. 한국 축구의 근간을 뒤흔들었던 당사자들이기 때문이다.

ⓒ 데일리안 김민호 기자

악질이라 할 수 있는 승부조작 선수들이 포함된 것도 문제이지만, 다른 이유로 축구계에서 퇴출된 나머지 52명 또한 주목해야 한다.

이들의 경우, 각종 비위 사건에 휘말렸던 지도자, 임원, 심판, 축구계 인사들로 구성되어 있을 것이 확실시된다. 하지만 축구협회는 ‘승부조작 48인’만 콕 짚어 시선을 한쪽으로 쏠리게 만든 뒤 나머지 52명에 대해서는 어떠한 힌트조차 주지 않았다.

‘제 식구 감싸기’에서 비롯된 이번 기습적인 사면 발표는 죄를 저질렀어도 시간이 흐르면 용서받을 수 있다는 선례를 남기게 됐다. 또한 한국 축구의 도덕성까지 땅에 떨어진 것은 덤이다.

월드컵 10회 연속 진출과 카타르 월드컵 16강 진출이 범법을 저지른 이들의 사면과 무슨 상관이 있는지 의구심 드는 가운데 자축을 위한 카드가 오히려 자폭으로 이어지지 않을지, 축구팬들이 분노 어린 눈으로 바라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