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구협회의 날치기 사면, 대체 누굴 위한 건가 [IS포커스]

이은경 2023. 3. 30. 13: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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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진행된 대한축구협회 이사회 모습. 사진=대한축구협회

도대체 왜 한 걸까. 

지난 28일 대한축구협회(KFA)가 이사회를 열고 징계 중인 축구인 100명을 사면했다. 이 중에는 2011년 프로축구 승부조작으로 영구제명 징계를 받은 이들도 포함됐다. 

KFA가 밝힌 이유는 ‘카타르 월드컵 16강 축하’와 ‘축구계 대통합’이다. 대한축구협회장 자격으로 사면했고, 이사회가 동의했다. KFA 공정위 규정 제24조에 대한축구협회장 고유 권한인 사면권이 적시되어 있단다. 

하나부터 열까지 다 이해가 안 간다. 여러 개의 물음표 어느 것도 해소되지 않았다. 

먼저 사면 대상자가 대체 누구인가에 대한 부분. KFA는 밝힐 수 없다고 했다. 개인정보보호법 위반 및 명예훼손의 소지가 있기 때문이라고 했다. 

이렇게 법리적으로 꼼꼼하게 따지는 KFA는 정작 규정에 대한 대한체육회의 권고는 가볍게 무시했다. 대한체육회 스포츠공정위 규정 32조에는 징계 감면 자격을 ‘혐의에 관한 불기소 혹은 무혐의 처분을 받은 경우’ 그리고 ‘규정 변경으로 당시 징계 사유가 지금은 아닌 것으로 바뀐 경우’다. 이마저도 징계 당사자가 구제 신청을 해야 한다. 

대한체육회는 스포츠공정위 규정을 최근 2년여간 대대적으로 바꿨다. 그러면서 산하 단체들에게 이를 따를 것을 권고했다. 협회장의 직권으로 사면한다? 세상 바뀌었으니 그런 것부터 제발 하지 말라는 권고다. 

그런데 대한체육회의 권고는 말 그대로 권고다. 체육회가 사법기관도 아니다. 이번 KFA의 결정을 체육회가 직접적으로 간섭하거나 무효화하는 건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 

KFA는 명예훼손 소송에 휘말리는 건 피하겠다면서, 시대의 흐름에 따라 스포츠공정 규정을 더 타이트하게 죄는 것은 무시하고 있다. 마이웨이다. 

28일 사면 발표 후 팬과 미디어의 여론은 성난 파도처럼 몰아치고 있다. 그러자 KFA는 29일 저녁에 홈페이지를 통해 문답 형식의 해명문을 냈다. 오해하지 말란다. 승부조작 사범들이 처음부터 징계가 없던 것처럼 모든 권리가 회복되는 게 아니란다. 이들은 이미 10년간 자격정지 징계를 받은 셈이므로 지도자, 심판, 선수관리담당자로 등록할 자격이 없다. 

그렇다면 대체 왜 승부조작 징계 선수들을 사면했을까. KFA 이사회 임원 중에는 전직 축구대표팀 선수 혹은 지도자가 10명이 넘으니까 그들이 형제처럼 아끼는 축구계 후배들의 명예 회복을 위해? 이게 바로 대통합?

물론 그럴 가능성도 없진 않다. 하지만 단순히 그것 때문이라면 이렇게 큰 리스크를 감수한 이유를 설명하기는 어렵다. 다만 이런 추측은 할 수 있겠다. 승부조작을 했던 스타 플레이어 출신이 지도자, 심판, 선수관리담당자가 아닌 행정직군으로 컴백하는 것이라면? 그리고 그렇게 제명 상태에서 다시 활동할 수 있는 천금같은 기회를 얻은 사람은 차기 회장선거 때 현 집행부 쪽의 확실한 ‘내 편’이 되어줄 것이므로? 아무 근거가 없다 해도 합리적인 의심을 하기에 충분한 정황이다. 

축구대표팀 서포터스 붉은악마의 성명서.   사진=인스타그램 캡처 

KFA의 이번 사면 결정으로 최고 이득을 본 사람은 과연 누구인가. 아마도 사면을 받은 당사자들 100명. 누군지도 모르는 그 사람 중에는 승부조작 외에도 편파판정, 횡령 배임 등의 비위로 인한 징계자도 있을지 모른다. 이들이 면죄부를 받은 배경도 대한체육회가 권고하는 규정에 따르면 정당성이 없다. 

KFA는 이익을 얻었을까. 글쎄. 과연 이번 결정에 대해 KFA의 현 스폰서들은 박수를 쳤는지 궁금하다. KFA를 후원했다가 애먼 불똥이 튀어 이미지에 타격을 입을 수 있다고 고민하고 있지 않을까. 만일 그렇다면, 정말 그렇다면 말이다. 이번 사면은 축구계 통합이 아니라 소수의 특정 인물들만 좋자고 강행한 ‘날치기’는 아니었을까. 

이은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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