꼬리 무는 의혹·불신...단장 '뒷돈 파문' 후폭풍
안희수 2023. 3. 30. 13:49
지난 2019년 11월, '야구인' 장정석(50)은 응원과 위로를 받았다.
약자로 보였기 때문이다. 당시 키움 히어로즈는 팀을 한국시리즈(KS) 준우승으로 이끌었던 '감독' 장정석과 재계약하지 않았다. 사실상 경질이었다.
후폭풍은 거셌다. 구단 특유의 복잡한 지배 구조가 조명받았고, 허민 이사회의장을 비롯한 당시 경영진이 다른 지도자를 감독을 내세웠다는 추측이 나왔다.
구단은 논란이 커지자 이횡령·배임으로 수감 중이었던 이장석 전 대표의 '옥중 경영' 논란이 감독 인사에 영향을 미쳤다는 입장을 전했다. 논란이 불거진 시점, 장정석이 이 전 대표를 접견한 사실이 있었다고 밝혔다. 나중에 생길 수 있는 문제를 미리 막는 차원에서 재계약을 하지 않았다는 얘기다.
이전부터 키움 구단 운영에 '보이지 않는 손'이 작용한다는 풍문이 있었다. 그 실체를 떠나 야구팬 대부분 장정석을 '희생양'으로 봤다.
3년 4개월이 지난 현재, 장정석은 충분히 비정상적인 의사 결정을 모의할 수 있는 인물이라는 시선이 지배적이다.
그는 지난해 KIA 단장 자격으로 예비 FA(자유계약선수) 박동원과의 연장 계약 협상에 나섰고, 이 과정에서 계약 성사를 전제로 대가성 금품을 요구했다는 혐의를 받고 있다. 박동원 측이 구단에 대화 녹취를 보내며 알려졌다. 한국프로야구선수협회(선수협)도 선수 측 자문 요청을 받고 함께 움직였다.
당사자 장정석은 원활한 협상을 위한 장치로 농담을 했을 뿐이라고 해명했다고. 하지만 녹취를 들은 이들 모두 그가 '뒷돈' 요구에 진심이었다고 판단한다.
선수 시절 무명이었던 장정석은 감독까지 오르는 입지전적 스토리를 보여줬다. 키움을 떠난 뒤엔 해설위원도 맡았다. 야구인 출신을 단장으로 선임하는 트렌드가 이어지고 있던 2021년 말, 팀 쇄신을 노렸던 KIA는 그런 장정석을 새 단장으로 선택했다. 아들을 한국 야구 대표 유망주로 키운 점도 어필할 수 있는 요인이었다. 그는 꽤 인정받는 야구인이었다. 호감이었다.
그래서 이번 뒷돈 파문이 주는 충격은 그저 비위에 그치지 않는다. 야구팬이 받은 배신감은 더 클 수밖에 없다. 상식선에서 납득하기 어려운 지점이 너무 많다 보니 계속 의구심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있다.
당장 장정석이 KIA 단장으로 부임한 직후 꽤 주도적으로 나선 양현종·나성범과의 계약부터 돌아보게 된다. 박동원에겐 한 번에 수십억을 받는 계약금에서 백 마진을 챙기려고 한 정황이 있다. 양현종의 계약금은 30억원(연봉 25억원·옵션 48억원) 나성범은 60억원(연봉 60억원·옵션 30억원)이었다.
선수협은 장정석 또는 다른 이를 상대로 뒷돈을 요구받았다는 추가 제보는 없었다고 했다. 하지만 이런 사례가 없었다고 장담할 수도 없다. 박동원은 장동철 선수협 사무총장의 입을 빌려 "잘못된 관행을 바로잡고 싶었다"고 했다. 관행이라는 단어는 '사회에서 예전부터 해 오던 대로 함'이라는 뜻. 자신은 겪은 건 처음이라도, '이런 일이 일어날 수도 있다'는 사전 인지가 밑바탕에 깔렸다고 볼 수 있다. 장정석뿐 아니라 프런트 수장 또는 의사 결정권을 가진 이들이 이를 부당하게 사용하는 사례가 꽤 자주 있었던 것으로 해석될 여지가 있다는 얘기다.
미스터리한 지점이 너무 많다. 고액 연봉을 받는 단장, 역대급 계약금을 받은 자식 등 금전적으로 큰 문제가 없을 것 같은 장정석이 왜 그랬는지 의문이다. 그런 일을 모의하면서 녹취도 염두에 두지 않을 만큼 허술했던 것도 그렇다.
뒷돈 파문이 나온 29일 오후 전 KIA 투수 A는 개인 방송 채널을 통해 자신도 비슷한 일을 당했다고 털어놓았다. 한 2군 지도자 눈 밖에 나서 기회를 얻지 못했다는 주장이었다. 은근슬쩍 금물을 요구하는 말도 들었다고 했다.
장정석이 받고 있는 혐의는 주어진 권한을 악용해 사적 이익을 취하려 한 것이다. 지위고하를 막론하고 힘을 남용해 특정한 이에게 불편과 갈등을 주는 건 큰 문제다. 가장 큰 문제는 제2의 폭로가 나올 수 있다는 것이다. 거듭된 악재에 휘청이는 한국 야구. 의혹은 쏟아지고, 불신도 번지고 있다.
안희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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