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종선의 연예단상➆] ‘인생 화양연화’ 환갑 양조위, 베니스 평생공로상 영예

홍종선 입력 2023. 3. 30. 13:09 수정 2023. 4. 10. 22: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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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의 별’에서 ‘월드스타’로 우뚝…연기력·외모에 ‘덕’ 갖춘 예술인
지난해 10월 부산국제영화제에서 한국 팬들에게 반갑게 인사하는 배우 양조위 ⓒ김민호 기자

환갑, 생후 육십갑자를 돌아 태어난 해의 갑자로 돌아왔을 때 우리는 그렇게 부른다. 1962년 6월 27일생인 양조위(량차오웨이)는 2022년 6월 27일부터 두 번째 육십갑자, 환갑의 첫해를 보내고 있다. 사람 양조위의 모든 면면을 알 수 없지만, 배우 양조위는 분명 인생에서 가장 아름답고 행복한 시절, ‘화양연화’에 있다.


가깝게는 ‘중국 배우 최초’로 칸, 베를린과 세계 3대 영화제로 평가받는 베니스국제영화제에서 평생공로상 수상자로 호명됐다. 28일(현지시간) 더스탠더드 등 홍콩 언론에 따르면 베니스영화제 조직위원회는 성명을 통해 오는 8월 30일 개막하는 제80회 베니스영화제 평생공로상의 주인공으로 양조위와 이탈리아 영화감독 릴리아나 카바니가 선정됐음을 발표했다. 홍콩에서 태어난 ‘아시아의 별’이 ‘월드 스타’로 빛나는 순간이다.


베니스영화제 조직위는 배우 양조위에 대해 “끊임없이 변하는 영화 문화 내에서 존재감을 과시하며 범아시아·글로벌 스타로서의 독특한 이력을 성취했고, 남성 스타에 대한 전통적 관념을 부수며 맡은 모든 역할에 강렬한 감성을 불어넣은 카리스마 넘치는 연기자”라고 수상 배경을 설명했다.


이에 대해 양조위는 “수상 소식에 압도됐고 영광스럽다”면서 “함께 일해온 모든 영화인과 같이 축하하고 싶다. 이 상은 그들 모두에게 바치는 것이기도 하다”고 소감을 밝혔다.


지난 12일(홍콩 현지시간) 아시아필름어워즈 무대에 수상자로 선 최근 모습 ⓒ아시아필름어워즈아카데미 유튜브 화면 갈무리

배우 양조위와 베니스국제영화제의 인연은 깊다. 그가 출연한 영화 ‘비정성시’(1990)를 시작으로 ‘씨클로’(1995)와 ‘색, 계’(2007)가 영화제 최고상인 황금사자상을 받은 바 있다. 작품상들에 이어 남우주연상이라는 개인상을 받는 일, 홍콩 출신 감독 오우삼과 허안화가 베니스 평생공로상을 받은 적은 있으나 배우로서는 처음이라는 것 역시 의미가 남다를 수밖에 없다.


불과 보름여 전, 지난 12일에도 배우 양조위는 홍콩에서 열린 제16회 아시아필름어워즈에서 홍콩영화 ‘풍재기시’로 남우주연상을 받았고, 아시아영화공헌상으로 40년 배우 인생의 공로를 치하받기도 했다.


환갑의 나이에도 소년미가 보이는 양조위. 지난해 10월 부산 영화의전당 앞 광장은 배우 양조위를 주인공으로 한 '오픈 토크'의 열기와 팬들의 함성으로 가득했다 ⓒ김민호 기자

아시아영화의 성장에 기여한 공로로 수상한 건 지난해 10월 열린 제27회 부산국제영화제에서가 먼저다. 양조위는 ‘올해의 아시아영화인상’을 받았고, 수많은 한국 팬들의 환호를 받았다.


당시 허문영 부산국제영화제 집행위원장은 “1989년 이탈리아 베니스영화제에서 ‘황금사자상’을 받은 ‘비정성시’ 이래 30년 넘는 세월 동안 한국뿐 아니라 전 세계 영화팬들로부터 변함없는 존경과 사랑을 받아온 우리 시대의 가장 위대한 배우 중 한 사람”이라고 극찬했다.


양조위 스스로 “직접 참석해 상을 받고 싶다”고 밝히면서 더욱 뜨겁게 달궈진 부산국제영화제에서는 ‘양조위의 화양연화’라는 이름 아래 그가 직접 선택한 영화 6편이 상영되기도 했다. ‘화양연화’(2000)를 선두로 ‘동성서취’(1993), ‘해피투게더’(1997), ‘암화’(1998), ‘무간도’(2002), ‘2046’(2004)이었다. 고르는 데 무척 애를 먹었다는 양조위는 최고의 작품순이라기보다는 배우로서의 여러 모습을 보여드릴 수 있는 영화들을 택했다고 말했다.


영화를 예술로 만드는 배우 양조위. 영화 ‘화양연화’ 스틸컷 ⓒ㈜디스테이션 제공

부산영화제 특별전의 제목처럼 양조위는 배우 인생의 화양연화를 보내고 있다. 그 기시감은 2000년 프랑스, 제53회 칸국제영화제로 거슬러 올라가도 좋을 듯하다. 당시 배우 양조위는 왕가위 감독과 함께한 ‘화양연화’로는 남우주연상을 거머쥐었다. 부산에서 상영한 ‘인생 영화’ 여섯 편 중 3개 작품(화양연화, 해피투게더, 2046)이 왕가위의 영화였던 걸 감안하면, 배우 양조위의 인생 화양연화엔 감독 왕가위가 함께한다.


배우 양조위의 베니스국제영화제 평생공로상을 두고, 홍콩 문화체육여유국이 발표한 성명 가운데 눈길 끄는 대목이 있다. “지난 수십 년간 높은 예술적 경지를 끊임없이 추구한 그는 홍콩 배우들의 정신과 홍콩의 문화적 풍요로움의 모범이다”.


많은 이가 지난해 가을 부산에서 보았고 느꼈다. 배우 양조위가 환갑의 나이에도 1020 세대의 환호성을 불러일으키는 건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연기력과 우수에 찬 눈빛, 잘생긴 얼굴만이 아니라 따스한 마음 씀과 겸손한 태도에서 배어 나오는 문화적 인격이 큰 몫을 한다는 것. 배우 양조위는 삶을 통해 예술을 추구하며 자신도 예술이 되어가고 있는지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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