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력 약화? 그래도 SSG의 목표는 '백투백 우승'
[양형석 기자]
▲ SSG 감격의 우승 2022년 11월 8일 인천 SSG 랜더스필드에서 열린 2022 프로야구 KBO리그 한국시리즈 6차전 키움 히어로즈와 SSG 랜더스의 경기를 승리해 우승한 SSG 선수단과 구단주인 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이 우승컵을 들고 환호하고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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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동열, 조계현, 이강철(kt 위즈 감독) 등 에이스급 투수를 3명이나 보유했던 1993년의 해태 타이거즈, 류지현, 김재현(LG 전력강화 코디네이터), 서용빈으로 이어지는 신인 3인방과 15승 트리오를 배출했던 1994년의 LG트윈스, 다승왕 3인방을 탄생시켰던 2000년의 현대 유니콘스, '판타스틱4'로 불리던 4명의 15승 투수를 배출했던 2016년의 두산 베어스. KBO리그에는 역사에 꼽힐 정도로 압도적인 시즌을 보낸 강 팀들이 존재했다.
이처럼 'KBO리그 역대 최강'으로 불리는 팀들도 시즌 초반이나 중반, 최소 한 차례 이상은 정규리그 1위 자리를 내주기도 했다. 하지만 개막 10연승으로 시즌을 출발한 2022년의 SSG랜더스는 정규리그 우승을 확정지을 때까지 단 한 번도 1위 자리를 내준 적이 없다. KBO리그 역사에서 시즌 개막부터 정규리그 우승을 확정할 때까지 한 번도 1위 자리를 놓치지 않은 구단은 SSG가 유일했다.
지난 2021년 SK와이번스를 인수한 후 2년 만에 한국시리즈 우승을 달성한 SSG의 올 시즌 목표는 당연히 한국시리즈 2연패다. 하지만 SSG는 지난 겨울 동안 새로운 전력보강을 하지 못한 채 주력 선수들이 군입대(김택형, 장지훈)와 FA이적(이태양), 재계약 실패(윌머 폰트) 등으로 자리를 비우게 됐다. 과연 SSG는 적지 않은 전력누수를 극복하고 올 시즌 한국시리즈 2연패라는 쉽지 않은 목표를 달성할 수 있을까.
▲ SSG 랜더스 2023 시즌 예상 라인업 및 투수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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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년 SSG의 외국인 투수 윌머 폰트는 김광현과 함께 원투펀치로 활약하면서 13승 6패 평균자책점 2.69의 뛰어난 성적을 기록했다. 특히 한국시리즈 2경기에서 14.2이닝 4실점(평균자책점 2.45)으로 호투하면서 SSG의 우승에 큰 역할을 담당했다. 하지만 폰트는 올 시즌을 앞두고 SSG에 잔류하지 않고 김하성이 속한 샌디에이고 파드리스와 마이너계약을 체결하면서 메이저리그 재도전을 선택했다.
폰트, 션 모리만도와 결별한 SSG는 2022년 12월 좌완 커크 맥카티와 에니 로메로를 각각 총액 77만 5000달러와 100만 달러에 영입했다. 좌완 파이어볼러 로메로는 말할 것도 없고 신장 173cm의 맥카티 역시 2022년 빅리그에서 4승을 올렸을 만큼 구위가 뛰어난 투수다. 다만 시범경기에서 12이닝을 소화하며 순조롭게 시즌 준비를 하고 있는 맥카티에 비해 로메로는 오키나와 스프링캠프에서 어깨 부상을 당하며 시범경기를 통째로 걸렀다.
2022년 2년의 빅리그 생활을 마치고 KBO리그로 돌아온 김광현은 30대 중반을 향하는 나이에도 173.1이닝을 소화하며 리그 평균자책점 2위(2.13)를 기록해 건재를 과시했다. 지난 2021년 12월 나란히 비FA 다년계약을 체결한 잠수함 박종훈과 우완 문승원도 2022년 불펜외도를 마치고 올해 선발로 돌아올 예정이다. 여기에 지난 2년간 13승을 올린 프로 4년 차 좌완 신예 오원석 역시 선발 한 자리를 노릴 정도로 SSG는 탄탄한 선발진을 자랑한다.
2022년 SSG의 필승조로 활약했던 김택형, 장지훈의 입대와 이태양(한화 이글스)의 이적, 박종훈, 문승원의 선발복귀 등으로 인해 SSG의 불펜은 2022년보다 한층 약해진 게 사실이다. 2022년 시즌 중반부터 마무리를 맡아 21세이브를 올렸던 서진용이 올해는 풀타임 마무리 역할을 해줘야 하고 노경은의 노익장도 계속 이어질 필요가 있다. 여기에 어느덧 프로 10년 차가 된 잠수함 박민호도 불펜에서 중요한 역할을 담당해야 한다.
SSG는 김성근 감독이 지휘하던 SK 시절과 달리 '와이어 투 와이어' 우승을 차지했던 2022년 시즌에도 불펜 평균자책점이 4.68(6위)에 불과했을 정도로 불펜이 강한 팀과는 거리가 멀다. 게다가 올해는 2022년 통합우승의 주역으로 활약했던 불펜투수들이 대거 팀을 이탈하거나 보직을 옮겼다. 2022년의 노경은 같은 불펜 깜짝스타가 등장하지 않는다면 허약한 불펜은 시즌 내내 SSG의 발목을 잡을 수도 있다는 뜻이다.
▲ 최정 안타 7일 오사카돔에서 열린 WBC 한국 대표팀과 일본 한신 타이거즈의 연습경기. 5회초 무사 상황에서 한국 최정이 안타를 치고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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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년의 빅리그 생활을 마치고 2021년 한국으로 돌아온 추신수는 지난 2년 동안 228안타 37홈런 127타점 161득점 40도루를 기록했고 2022년 메이저리그에서 이루지 못한 우승의 꿈을 SSG에서 이뤘다. 비록 지난 1월 WBC 대표팀 선발에 대한 개인의견을 제시하다가 야구팬들의 비난을 받기도 했지만 그것과 별개로 추신수는 부상이슈가 없는 한 올해도 변함없이 SSG의 돌격대장으로 활약할 예정이다.
2006년부터 2022년까지 무려 17년 연속 두 자리 수 홈런이라는 대기록을 세운 SSG의 간판타자 최정은 통산 429홈런으로 이승엽(두산 감독)의 467홈런 기록에 38개 차이로 다가가고 있다. 물론 30대 중반을 넘어선 최정이 올해 40개 가까운 홈런을 때리기란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 하지만 올해부터 최정이 때려내는 홈런은 '난공불락'으로 보였던 이승엽의 대기록과 점점 가까워지는 의미 있는 홈런들이 될 것이다.
SSG는 2022년 케빈 크론의 대체 선수로 합류해 49경기에서 타율 .315 6홈런 32타점의 준수한 활약을 선보이며 한국시리즈 우승멤버가 된 후안 라가레스와의 재계약을 포기했다. 대신 빅리그 통산 591경기에서 320안타 27홈런 114타점 179득점을 기록했던 쿠바 출신의 중장거리 타자 기예르모 에레디아를 총액 100만 달러에 영입했다. 에리디아는 시범경기에서 .320의 타율(25타수 8안타)을 기록하며 순조롭게 시즌을 준비했다.
2018년 41홈런 115타점으로 '몬스터 시즌'을 보낸 후 2년 연속 실망스런 활약을 펼쳤던 좌타 거포 외야수 한유섬은 2021년 31홈런 95타점에 이어 2022년 시즌 커리어 두 번째 100타점 시즌을 만들었다. 2021년 12월 SSG와 5년 총액 60억 원의 비FA 다년계약을 체결한 한유섬은 최정, 에레디아와 함께 SSG의 중심타선을 책임지면서 2022년에 이어 팀의 주장으로 랜더스의 한국시리즈 2연패 도전을 이끌 예정이다.
2022년 좌익수와 1루수를 오가며 SSG의 빈자리를 채워줬던 멀티 플레이어 오태곤은 타율 .232 4홈런 23타점 48득점의 평범한 개인성적에 비해 팀 내 공헌도가 높았던 선수다. SSG가 올 시즌이 끝난 후 FA 자격을 얻은 오태곤을 4년 18억 원이라는 괜찮은 조건에 잔류시킨 이유이기도 하다. 오태곤은 올 시즌에도 주로 4번째 외야수와 플래툰 1루수로 활약하며 팀의 가려운 곳을 긁어줄 전망이다.
[주목할 선수] 명예회복 노리는 베테랑 2루수
지난 2020년 12월 SSG에게 인수되기 전의 SK가 4년 총액 42억 원의 조건에 두산에서 활약했던 내야수 최주환을 영입했을 때만 해도 무리한 투자라고 이야기하는 야구팬은 거의 없었다. 그도 그럴 것이 최주환은 두산 시절 3개의 우승반지와 함께 3번의 3할 타율을 기록했을 정도로 공격력 만큼은 충분히 검증된 선수였기 때문이다. SSG 인수 후에도 김원형 감독은 최주환이 풀타임 2루수로 활약해 주길 기대했다.
하지만 최주환은 이적 첫 시즌 116경기에서 타율 .256 18홈런 67타점으로 기대에 미치지 못한 데 이어 SSG가 통합우승을 차지한 2022년 시즌에는 97경기에서 타율 .211 9홈런 41타점으로 최악의 시즌을 보냈다. 시즌 중반부터는 김성현에게 주전 자리를 내줬고 한국시리즈에서도 대타 요원을 전전하면서 14타수 2안타(타율 .143)에 머물렀다. 냉정하게 말해 최주환은 2022년 SSG의 우승에 기여한 바가 거의 없다고 해도 큰 과장이 아니었다.
최주환은 한창 뛰어난 타격감을 자랑하던 두산 시절의 몸 상태를 되찾기 위해 스프링캠프가 시작되기 전부터 많은 개인훈련을 통해 7kg을 감량했다. 그리고 땀과 노력의 결과는 시범경기부터 조금씩 나타나기 시작했다. 최주환은 올해 시범경기에서 12경기에 출전해 타율 .296(27타수 8안타) 2홈런 4타점 5득점으로 좋은 활약을 펼치며 올 시즌 주전 탈환의 가능성을 높였다.
사실 SSG 입장에서도 내야 전 포지션을 소화할 수 있는 김성현이 주전 2루수로 고정되는 것보다는 최주환이 주전으로 자리를 잡으면서 김성현이 유틸리티 플레이어로 활약하는 게 가장 이상적인 내야운용이 될 수 있다. 그러기 위해서는 최주환이 두산 시절의 타격감을 되찾는 것이 반드시 필요하다. 아직 2년의 계약기간이 더 남아있는 최주환이 올해는 'FA 내야수'로서 자존심을 회복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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