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소년 자녀의 부정적 감정에 맞대응하지 마라

동국의대 정신건강의학과 사공정규 교수​ 2023. 3. 30. 10:38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사공정규의 우리 아이 뇌 이야기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이유 없는 반항’이라는 영화가 있었다. 1950년대 미국 청소년의 모습을 그린 작품으로 ‘제임스 딘’은 이 영화 한 편으로 청춘을 상징하는 불멸의 아이콘이 되었다. 영화 속 주인공 세 명의 청소년들은 겉으로는 단란한 가정의 아이들 같았지만, 여러 가지 갈등이 있었고, 금방이라도 폭발할 것만 같은 ‘질풍노도(疾風怒濤)’의 상태였다. 이 영화가 우리에게 시사해주는 것은 이 세 명의 청소년들이 ‘정신질환’을 가진 자가 아니며, 우리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청소년들이라는 것이다. 그들의 반항은 영화 제목 ‘이유 없는 반항’과 달리, 사실 ‘이유 있는 반항’이라는 것이었다.

‘청소년기’라는 말을 듣고 풋풋한 청춘의 설렘을 떠올리는 분들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청소년기 자녀를 둔 부모라면, ‘질풍노도’를 떠올리며 한숨을 쉴 수도 있겠다. ‘질풍노도’란 ‘​강한 바람’​과 ‘​성난 파도’​라는 뜻으로 청소년기의 격동적인 감정을 표현하는 말이다. 부모의 말이라면 곧잘 듣던 우리 아이가 어느 순간부터 충동적이고 이유 없는 반항을 할 때, 부모는 어떻게 해야 할지 몰라 당황스럽다. 그렇다고 청소년의 ‘질풍노도’를 단지 ‘철없음’으로 해석하기는 어렵다. 청소년기보다 사리 분별 능력이 떨어지는 유아기와 아동기에도 이러하지 않기 때문이다. 청소년의 ‘이유 없는 반항’이 아니다. ‘뇌 과학에 근거한 반항’이다. 청소년기는 '차가운 이성의 뇌'인 전전두엽의 힘이 '뜨거운 감정의 뇌'인 변연계의 힘보다 약할 때라서다. 자세한 설명은 지난 칼럼 <북한보다 무서운 ‘중2’, 뇌 발달에 비밀이...’>에 나와 있다.

지난 칼럼의 사례에서처럼, 충동조절이 안 되는 아이의 부정적인 감정에 대응하는 부모 또한 좋지 않은 상태가 되기 십상이다. 그래서 같이 맞대응하다 보면 어떤 일이 일어날까. 감정이 폭발한 아이와 서로 밀고 당기다가 아이가 부모를 밀치거나 심한 경우는 부모에게 폭력을 행사하는 경우가 생기기도 한다. 그렇게 되면 문제는 대단히 심각해진다. 부모는 당연히 배신감과 함께 심한 충격을 받게 될 것이고, 아이 또한 충동조절이 안 돼 홧김에 폭력을 행사한 것이지만 부모에게 폭력을 가했다는 것으로 죄책감에 영원한 상처를 안고 살아가게 된다. 그래서 청소년 자녀가 부정적인 감정이 불타오를 때는 부모가 맞대응해서는 안 된다.

그렇다면, 부모는 청소년 자녀의 부정적 감정 반응에 어떻게 마주해야 할까?

첫째, 청소년 자녀의 부정적 감정 반응으로 부모가 화가 나고 좌절감을 느끼더라도, 이런 감정으로 자녀를 마주해서는 안 된다. 부모가 분노하면 청소년의 뇌는 더 큰 분노로 반응한다. 부모는 침착하고 냉정을 유지해야 한다. 부모가 ‘차가운 뇌’ 전두엽의 역할을 보여 주어야 한다.

둘째, 부모는 자녀의 부정적 감정 반응에 직접 맞대응하기보다는 사랑과 신뢰의 눈빛으로 조용히 곁에서 기다려주는 것이 필요하다. 이마저도 어려운 상황이면 그 자리를 피하는 것이 좋다. 날아오는 불덩어리를 온몸으로 맞을 필요는 없다. 청소년의 ‘뜨거운 뇌’가 식기를 기다리는 것이다.

덧붙여 말하면, 청소년의 뇌는 감정 파악 속도가 이전 시기보다 오히려 느려진다. 11-12세 때는 감정 파악 속도가 최대 20%까지 느려진다. 실제 한 연구에서 다양한 얼굴 표정이 담긴 사진을 보여주고 그 사진의 주인공이 어떤 감정 상태인지 말하게 했는데 청소년들은 표정을 정확하게 읽지 못했다. 따라서 부모의 안타깝고 걱정스러운 표정조차 청소년 자녀의 뇌는 분노로 느끼기 쉽다. 그렇기 때문에 청소년을 마주하는 부모들의 사랑과 신뢰의 눈빛은 더욱 중요하다. 부모가 이러한 눈빛을 하는 것이 어렵다면 일단 피하자.

세 번째, 논리적으로 설명하려 하지 말자. 청소년 자녀는 논리로 대응해서 설득할 수 있는 존재가 아니다. 아무리 논리적인 말도 그들에게는 단지 부모의 잔소리일 뿐이다. 부모의 잔소리는 청소년 자녀 뇌의 이성적 사고를 경감시키며 오히려 부정적 감정을 악화시킨다. 또한, 잔소리는 자녀에게 반박이나 논쟁거리를 제공하여 힘겨루기 양상이 되기 쉽다. 그러나, “그런 말(행동)을 하면 엄마(아빠) 마음이 어떻겠니?”라고 부모의 느낌을 전달하는 것은 효과적이다. 핵심은 자녀에게 부모의 생각이 아닌 느낌을 전달하는 것이다. 생각은 청소년 자녀의 몫으로 두는 것이 좋다. 자녀의 ‘이성 뇌’인 전두엽 발달에 도움이 된다.

끝으로, 감정과 정서는 읽어주고 수용해야 한다. 예를 들면, “참, 힘들었겠다.”, “많이 속상했겠다.” 등의 표현으로 감정을 읽어주고 공감한다. 그래야 감정을 쌓아 두지 않게 된다. 다만, 공격적 행동이 동반되는 경우에는 “공격적 행동은 용납될 수 없다.”는 인식을 시켜주어야 한다. 단, 화가 난 큰 목소리가 아니라, 낮은 목소리 톤으로 힘 있게 단호하게 표현하는 것이 효과적이다. 또한, 필요한 경우 그에 따른 책임을 묻고 합리적인 제재가 있어야 한다. 합리적인 제재를 가할 경우에도 선택권을 주는 것이 좋다. 예를 들면, “너의 행동에 대해 3시간 후에 반성문을 쓸 수도 있고, 의견으로 말할 수도 있다. 너는 어떤 것을 원하니?”라고 한다.

청소년기는 신체적으로 정신적으로 성인이 되어 가는 과정이다. 청소년 자녀를 둔 부모는 자녀의 신체뿐 아니라 뇌와 마음의 발달에 따른 변화를 이해해야 한다. 청소년기에 성호르몬이 분비가 되어 ‘이차 성징’이 나타나는 신체적 변화가 정상적인 발달과정이듯, 청소년기의 ‘질풍노도’는 뇌와 마음의 발달과정에 나타나는 정상적인 과정으로 이해하면 어떨까? 그렇다면, 청소년의 ‘이유 없는 반항’은 뇌와 마음의 발달 면에서는 거쳐야 할 정상적인 ‘이유 있는 반항’일 수 있다. 다만 부모가 그 이유를 이해하지 못했기에 너무 부정적으로 생각하고 올바른 대처를 못 한 것은 아닐까.

(*이 칼럼은 동국의대 정신건강의학과 사공정규 교수의 기고입니다.)

Copyright © 헬스조선.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