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심 반성"한다는 김재원... 국힘, 징계 없이 봐주기?

김기현 "유심히 지켜볼 것" 이철규 "자기 생각 말한 것" 징계 선긋기... 일각에선 강경 대응 요구

[곽우신, 박현광 기자]

▲ 최근 전광훈 사랑제일교회 목사 칭송 발언 등으로 논란이 된 김재원 국민의힘 최고위원이 30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공개 사과하고 있다. ⓒ 남소연

 
[기사 보강 : 오전 11시 40분]

"전광훈의 '전' 자도 안 꺼내겠다."

김재원 국민의힘 수석최고위원이 당 최고위원회 회의에 참석해 사죄했다. 귀국 직후 페이스북에 사과의 뜻을 밝힌 이후, 공개석상에서 재차 고개를 숙인 것. 당내에서도 김재원 최고위원의 발언이 부적절하다는 지적이 여럿 나오고 있지만, 징계 여부에 대해서는 상당한 온도차를 보이고 있다.

김재원 최고위원은 30일 오전 당 최고위원회 회의에 참석했다. 신임 지도부가 출범한 이후 그는 세 차례(16일, 23일, 27일)나 최고위원회의를 불참해 왔다. 특히 최근에는 미국 일정을 이유로 회의에 함께하지 않았다.

북미자유수호연합이 초청한 강연회에서 마이크를 잡은 그는 전광훈 사랑제일교회 목사를 추켜세우는 발언으로 구설에 올랐다. 앞서 전광훈 목사의 예배에 참석했던 김 최고위원은 5.18 광주민주화운동을 폄훼하며 5.18 정신의 헌법 수록 추진에 반대하는 전 목사의 발언에 긍정적으로 화답해 이미 한 차례 경고를 받은 상황이었다.

이날 김 최고위원은 "최근 저의 발언으로 국민 여러분들게 많은 심려를 끼치고 당에도 큰 부담을 안겨드린 점 진심으로 반성하고 있다"라며 "앞으로 더 이상 이런 일이 없도록 자중하겠다"라고 짧게 공개발언을 마쳤다.

이후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도 그는 "우리 당에 전 목사가 입당시킨 당원 숫자는 극히 미미한 것으로 알고 있다"라며, 지난 전당대회 과정에서 전광훈 목사로부터 '정치적인 빚'을 졌다는 일각의 추측을 부인했다. 광주를 직접 찾아 사과할 뜻이 있느냐는 질문이 나오자 "아직까지 생각해보지 못했다"라고 답했다. 그는 "어쨌든 모두 다 제 잘못"이라며 "하여튼 자중하겠다"라고 반복했다.

'부적절'하다면서도 징계에는 선 긋는 지도부?

김기현 국민의힘 당 대표는 이날 회의를 마치고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김재원 최고위원이 SNS 글까지 포함해서 3번에 걸친 사과를 한 것이, 오늘 공개적으로 구두로 사과한 것(까지 이어진 것)이라고 본다"라고 말했다.

이어 "여러가지 우여곡절이 있기는 하지만, 그동안 발언 취지가 그렇게 국민정서에 적합하지 않은 것들이 분명히 있었다는 점에 대해서 저는 공감하고 있고, 앞으로 그런 언행이 더 이상 반복되지 않도록 유심히 지켜볼 것"이라며 "차후 이런 행태가 반복되면 그에 대한 또 다른 고민을 하지 않을 수 없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또 다른 고민'이 윤리위원회 회부 등 징계 가능성을 의미하는지 질문이 나왔으나, 김 대표는 "그렇게 (방금) 답변한 것으로 갈음하겠다"라며 구체적인 답을 피했다. 김재원 최고위원의 발언의 부적절성을 인정하고, 이에 대해 공개적으로 경고하되 징계로까지 끌고 가지는 않겠다는 뜻을 분명히 한 셈이다.

대표적인 '윤핵관(윤석열 대통령 측 핵심 관계자)'인 이철규 국민의힘 사무총장 역시 이날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와의 인터뷰에서 "누구를 모욕하거나 또 법에 무슨 가치를 침해하거나 한 게 아니고 자기 생각을 말한 것"이라며 "이것을 가지고 징계 조치를 개시할 수 있는 정도까지 갔는가 하는 데 대해서는 당내 이견들이 있다"라고 이야기했다.

이 사무총장은 "그게 징계 사유가 되는지도 봐야 될 것이고, 또 그다음에 본인의 태도도 중요하지 않겠느냐?"라며 "이것이 고의로 무슨 누구를 폄훼하고 또는 어떤 누구를 모욕하거나 또는 희화화하기 위해서 한 발언인지 아니면 그 발언이 다른 취지에서 나왔는데 조금 잘못 알려진 게 있는지도 봐야 될 것"이라며 징계 조치는 과하다는 입장을 에둘러 밝혔다.

김기현 '전광훈=선지자' 발언 재차 화제... 징계 요구 목소리 잇따라
 

▲ 최근 전광훈 사랑제일교회 목사 칭송 발언 등으로 논란이 된 김재원 국민의힘 최고위원이 30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공개 사과하고 있다. 왼쪽은 김기현 대표. ⓒ 남소연

 
반면에, 같은 지도부인 김병민 최고위원의 발언 뉘앙스는 조금 달랐다. SBS라디오 '김태현의 정치쇼' 인터뷰에서 김 최고위원은 "지도부도 여기에 대해서 모르지 않는 만큼 두 번 다시 이런 내부의 사람들 누구든지 간에 국민적 눈높이에 어긋나지 않도록 해야 되는 역할들에 대해서 열심히 고민하겠다"라고 지적했다.

윤리위원회 소집에 관해서는 "윤리위는 독자적인 판단이 진행이 되는 기구이다. 과거에 있었던 국회의원의 실언이라든지 여러 일들이 다 윤리위의 자체적인 활동으로 이루어졌다"라며 "현재로서는 워낙 많은 여론들이 형성되고 있는 만큼, 다양한 가능성을 놓고 어떻게 국민의힘이 나아가야 될지를 고민하겠다"라고 밝혔다. 징계 가능성을 닫아주지 않고 '다양한 가능성'이라는 표현으로 열어둔 셈이다.

KBS라디오 '최경영의 최강시사'에 출연한 이준석 전 국민의힘 대표는 "이 분(김재원)이 굉장히 무슨 정치적 계산을 해서 이걸(논란의 발언을) 했다고 생각하는 입장도 있는 것으로 알고 있는데, 그보다는 약간 그런 실수가 잦은 분"이라며 "그리고 그런 거 커버(수습)치느라 제가 (당 대표 시절에) 힘들었다. 이제 김기현 대표가 힘들 차례"라고 꼬집기도 했다.

김기현 대표가 과거 전광훈 목사에 대해 "이사야(구약성경의 저술자 중 한 명인 예언자) 같은 선지자"라고 발언한 점을 진행자가 상기시키자, 이준석 전 대표는 "(김기현 대표가 김재원 최고위원을) 징계 못 하겠죠"라고 단언했다.

그는 "지금 우리 당의 징계 시나리오는 뭐냐하면 저희한테 양두구육 했다고 1년 징계 때렸잖느냐, 양두구육이라는 사자성어를 쓰면 1년 징계고, 전광훈 목사에 대해서 뭐라 하거나 아니면 5.18에 대해서 뭐라 하는 건 무징계"라며 "어떤 게 당에 더 품위를 손상시켰는지는 나중에 선거 결과로 보면 된다"라고 날을 세웠다.

한편, 친이준석 성향의 젊은 당원들이 중심이 되어 모여 있는 '국민의힘 바로 세우기'는 이날 "국민의힘 지지율 하락 위기 진단과 제언"이라는 제목의 공식 성명을 내고 "이탈하고 있는 젊은 세대의 마음을 다시 얻기 위해서는 본질적인 반성과 성찰을 결단하시라"라며 "미래로 가고자 하는 당원들의 의지와 열정을 한순간에 좌절시키는 김재원 수석최고위원의 잇따른 망언"을 문제점으로 짚었다.

"우리 스스로 국민들께 약속했던 공정과 상식이라는 시대정신 가치를 지켜내지 못한다면, 우리 앞에는 두려운 민심의 심판만 남아 있을 것"이라며, 사실상 징계를 촉구하고 나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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