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호사 한 명이 쓰는 주사기만 하루 100개… 쌓여가는 ‘의료용 일회용품’ 해법 없나 [건강해지구]
의료 현장선 실효성 낮다는 시각… “의료용품 포장재 정도 가능”
현재의 의료 체계를 지탱하는 건 크게 세 가지다. 의료인, 병원 그리고 ‘일회용품’. 일회용품이 없으면 병원이 돌아가지 않는다. 이곳에서 사용하는 대부분 의료용품이 일회용이라서다. 서울 소재 대학병원에서 일하는 3년 차 간호사 정모씨는 “체감상 환자에게 간호 처치를 할 때 쓰는 의료용품의 90%는 일회용”이라며 “포장지를 까서 쓰는 일회용 주사기를 나 혼자만 하루에 100개는 쓴다”고 말했다. 쓰레기가 너무 많이 생긴다는 생각을 한 의료인은 또 있다. 인하대병원 마취통증의학과 임현경 교수는 주삿바늘 등을 제외한 병원 발생 비감염성 폐기물을 재활용하자는 칼럼을 썼다. 임 교수는 “하루에 8시간 정도 수술실에서 마취를 하다 보면, 수술실의 의료폐기물 수거함이 차고 넘치는 걸 보게 된다”며 “이래선 안 된다는 생각이 자연스레 든다”고 말했다.
임 교수는 앞으로 병원에서 일회용 폐기물이 더 많이 발생할 것이라 본다. 수술 방법이 정교해지며 일회용 의료장비가 많이 필요해졌고, 이를 멸균 상태로 유지하기 위한 포장재 폐기물만 해도 엄청나기 때문이다. 지속가능한 의료를 위해, 버려지는 일회용 의료용품의 해법을 찾아야 할 때다.
◇대부분 의료폐기물이어도, 일부는 재활용 가능
병원에서 사용한 일회용 의료용품은 대개 의료폐기물로 분류된다. 백신·항암제·화학치료제·환자의 신체 분비물이 닿아서다. 백신·항암제·화학치료제는 일반 대중이 노출돼선 안 되는 약물이고, 환자 분비물은 감염을 전파할 위험이 있다. 이에 병원에서 나오는 주사기, 수액줄, 핀셋, 소독 솜은 거의 의료폐기물 전용수거함으로 직행한다. 보통은 흰색의 플라스틱 용기지만, 비닐이나 종이 상자 소재의 수거함도 쓰인다. 수거된 의료폐기물은 밀폐 상태로 보관하다가, 전용 차량으로 수집·운반돼 전용 소각시설에서만 처분된다. 불에 타는 과정에서 당연히 대기 오염을 유발한다.
이에 환경부는 2019년 ‘의료폐기물 분리배출 지침’에서 병원 배출 쓰레기의 분리배출 비율을 높일 것을 당부했다. 병원에서 배출한 의료폐기물이 전용 처리장에서만 소각되다 보니, 현행 처리 시설 용량으로 감당하기 어렵단 이유도 있었다. 일반폐기물로 배출하는 양을 늘려 일반 소각장에서도 처리를 분담하게 하고, 재활용되는 비율을 늘려 전용 소각장으로 향하는 폐기물의 양을 줄이겠단 것이다. 환경부는 지침서에 “의약품 포장재(종이상자), 링거병 및 수액팩은 재활용폐기물로 배출 가능”하다고 명시했다. 단, 백신·항암제·화학치료제·환자의 신체 분비물이 닿지 않고, 의료폐기물과 접촉한 적 없는 것에 한해서다. 이들에 닿은 순간부터 의료폐기물로 배출해야 한다. 가령, 일회용 주삿바늘은 환자의 체액이 묻을 수밖에 없으므로 당연히 의료폐기물로 버린다.
◇환경부의 분리수거 방침, “취지는 좋으나 실효성 낮아”
위험 의약품·체액이 묻지 않은 의약품 포장재(종이상자), 링거병, 수액팩을 재활용 폐기물로 배출하는 것, 현실적으로 가능할까? 분리수거가 일상인 우리 눈엔 단순해 보이지만, 임상에서 일하는 의료인들은 난색을 표했다. 환자의 혈액이나 체액이 묻은 모든 것은 의료폐기물이다. 이에 재활용 폐기물로 배출하려면, 쓰레기를 처음 버릴 때부터 의료폐기물 전용용기가 아닌 별도의 수거함에 버려야 한다. 병원 특성상 분리수거함보다 의료폐기물 전용용기가 곳곳에 더 많이 설치돼있다. 간호사는 의료용품이 가득 담긴 카트를 끌고 이동하며 환자를 돌본다. 쓰레기를 분리배출하기 위해 분리수거함을 매번 찾아다닐 순 없으니, 재활용 가능한 수액팩이라도 당장 가까이에 있는 의료폐기물 수거함에 버리게 된다.
그렇다면 분리수거함을 간호사들의 동선 곳곳에 설치하는 것이 해답일 수 있을까. 이 역시 어려워 보인다. 포도당이 들어있던 수액팩은 환자 체액이 묻지 않았을 경우 분리수거 가능하지만, 수액팩을 옮기던 중 다른 의료폐기물에 닿았다면 의료폐기물로 버려야 한다. 이런 것들을 제외하고 나면 실질적으로 분리수거 가능한 폐기물은 몇 남지 않는다. 혈액이나 체액이 묻었는지 묻지 않았는지를 정확히 판단할 수도 없다. 가천대 길병원 감염내과 박윤선 교수는 “환자에게 처치를 하다 보면 나도 모르는 사이 온갖 곳에 환자의 혈액이나 체액이 묻는다”며 “무균 상태의 약을 관리하는 약제실에서 나오는 쓰레기가 아니라면, 병원 폐기물 중 혈액·체액이 묻지 않았다고 확신할 수 있는 건 거의 없다”고 말했다.
◇현실적으로 분리수거 가능한 것? “포장재 정도는 할 수 있어”
의료인들은 간호사나 환자 가까이에 있던 것들은 거의 재활용이 어렵다고 봤다. 손 간호사는 “의료용 일회용품은 솔직히 환자 체액이나 혈액이 묻은 경우가 대부분이라 사용한 즉시 의료폐기물 수거함에 버리는 게 안전해 보인다”고 말했다. 눈으로 봤을 땐 혈액·체액이 묻어있지 않은 것 같아도, 실제론 묻어있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도 없다. 박윤선 교수는 “환자 몸에 들어갔다 나온 링거 바늘에 피가 안 묻어 있는 것 같지만, 과산화수소를 떨어뜨려 보면 뽀글뽀글 기포 반응이 올라온다”며 “환자의 신체 분비물이 안 묻었다고 생각한 것들이 실은 오염된 상태일 수 있다”고 말했다. 약제실처럼 멸균 상태인 것들을 다루는 공간에서 배출한 쓰레기가 아니라면, 링거병이나 수액팩 등도 잠재적 오염 물질로 간주하는 게 안전하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의료인들이 생각했을 때 ‘그나마’ 분리수거할 수 있는 폐기물이 있을까. ‘일회용 의료용품을 감싼 포장재 정도는 가능하다’는 말이 있었다. 정 간호사는 “출근하면 간호사들의 사무실 격인 ‘스테이션’에서 수액이나 주사기 등을 감싼 포장재를 몇 시간이고 깐다”며 “여기에만 분리수거함이 설치돼있어도 포장재 정도는 분리수거가 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주사기 등 일회용품은 당연히 의료폐기물로 버려야 하지만, 포장재라도 분리수거하면 의료폐기물 총량을 줄이는 덴 도움될 것”이라 평했다. 임현경 교수의 의견도 이와 비슷했다. 그는 “병원에서도 일반 사무실처럼 비감염성 폐기물이 많이 발생한다”며 “특히 포장재 폐기물은 의료폐기물이 아니니 적극적으로 분리수거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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