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려움을 아름다움으로 승화시킨 동강할미꽃

진재중 2023. 3. 30. 08: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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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아가신 할머니를 양지바른 곳에 묻어 드리고 이듬해 봄, 할머니 무덤가에 머리가 하얗고 허리가 고부랑한 꽃이 피어났다.

동강변에 할미꽃은 하얀 석회암 절벽 틈에 뿌리를 내리고 흰색, 노란색, 보라색 등 다양한 색으로 얼굴을 내밀고 있었다.

그늘진 산 정상에는 아직도 잔설이 남아 있는데, 강가 바위 절벽에는 동강할미꽃이 활짝 피었다.

동강할미꽃이 뿌리를 내린 곳은 깎아지른 석회암 바위 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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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에서 오직 우리나라에만 분포하는 한국특산식물

[진재중 기자]

돌아가신 할머니를 양지바른 곳에 묻어 드리고 이듬해 봄, 할머니 무덤가에 머리가 하얗고 허리가 고부랑한 꽃이 피어났다. 사람들은 그 꽃이 돌아가신 할머니의 넋이 되었다고 '할미꽃'이라 불렀다는 슬픈 전설이 전해지고 있다.

할미꽃 하면 어릴 적 뒷동산에서 친구들과 어울려 뛰어 놀았던 추억의 시간이 떠오른다. 내가 살던 뒷동산에는 무덤이 유난히 많았다. 4월이면 무덤 주변에 자줏빛 할미꽃이 고개를 떨구고 피어 있었다. 그 무덤가에 할미꽃은 예쁘기보다는 묘 자리에서 피어나는 꽃으로 각인되어 무섭다는 생각이 먼저 들었다.

아마도 할미꽃을 예쁘다 생각을 했던 것은 동강변의 동강할미꽃을 보고부터다. 강원도 정선 가수리에서 영월 동강변을 여행하다가 할미꽃을 보았다. 경이로웠다. 오랫만이라서 그렇고 예뻐서 그랬다.
   
▲ 바위틈에 피어난 꽃 바위틈 사이로 피어난 할미꽃은 다양한 색상을 뽐낸다
ⓒ 진재중
어릴적 보았던 할미꽃과는 많이 달랐다. 색깔과 모양이 다르고 자라는 환경도 달랐다. 초등학교 시절 보았던 할미꽃은 무덤가 평지에서 연분홍색을 띠고 군락을 이루고 있었다. 동강변에 할미꽃은 하얀 석회암 절벽 틈에 뿌리를 내리고 흰색, 노란색, 보라색 등 다양한 색으로 얼굴을 내밀고 있었다. 색깔도 아름다웠다.
 
▲ 절벽위에 핀 할미꽃 카메라에 담기위해 바위를 오르는 관광객
ⓒ 진재중
동강 할미꽃은 강원도 석회암 지대인, 영월, 평창, 정선, 삼척에서만 볼 수 있는 꽃이다. 특이하게도 꽃이 땅을 보지 않고 하늘을 보고 피는 것이 일반 할미꽃과 다른 점이다. 세계에서 오직 우리나라에만 분포하는 한국특산식물이다. 수줍은 자태를 뽐내고 있는 동강할미꽃을 카메라에 담는 관광객은 탄식을 쏟아낸다.
 
▲ 할미꽃 한송이 다른식물보다 먼저 꽃 망울을 터트린 할미곷
ⓒ 진재중
다른 꽃 피는 시기와 마찬가지로 동강할미꽃은 예년보다 일주일 정도 일찍 찾아왔다. 동강의 봄은 바위 틈에 먼저 온다. 그늘진 산 정상에는 아직도 잔설이 남아 있는데, 강가 바위 절벽에는 동강할미꽃이 활짝 피었다. 동강할미꽃은 3월 말이면 꽃을 피기 시작해 보름 정도 얼굴을 보여주고 화려함을 뒤로 한다.
 
▲ 바위틈에 나란히 핀 할미꽃 석회암 지대에 뿌리를 내리고 방긋 웃고 있다.
ⓒ 진재중
동강할미꽃이 뿌리를 내린 곳은 깎아지른 석회암 바위 틈이다. 물도 제대로 흡수하기 힘든 좁은 틈 사이로 자리잡고, 하늘을 바라 보고 있다. 보면 볼수록 신비하고 경이롭다.

정선동강 할미꽃 축제(3.31-4.2)가 정선읍 귤암리 동강할미꽃 거리 일원에서 열린다. 올해로 17회째다. 동강할미꽃을 보존하는데 주력하는 축제가 되어야 한다. 수십미터의 절벽 위 바위 틈 사이로 뿌리를 내리고 아름다운 자태를 보여주는 동강할미꽃이 추억 속의 꽃이 되지 않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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