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수는 성범죄, 단장은 뒷돈 요구...한국 야구 처참한 민낯
안희수 2023. 3. 30. 05:20
2023년 봄, 한국 야구가 처참한 민낯을 드러냈다.
한국 야구의 국제 경쟁력은 바닥으로 떨어졌다. 야구대표팀은 지난 9일부터 열린 2023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1라운드(B조)에서 탈락(2승 2패)했다. 한 수 아래로 보던 호주에 7-8로 패한 뒤 일본에 4-13으로 대패하며 현격한 전력 차이를 실감했다.
그래도 야구팬은 프로야구에 식지 않은 관심을 보여줬다. 지난 13일부터 시작된 KBO리그 시범경기엔 평일에도 2000~3000여명 관중이 경기장에 입장했다. WBC 참사가 리그 흥행 위기로 이어질 것이라는 우려를 지우는 것 같았다. 하지만 20대 초반 젊은 선수 서준원이 미성년자 성착취물 제작 혐의로 기소되는 사태가 발생하며 또다시 야구팬에 실망감을 안겼다. 사회적 문제로 불거진 학폭(학교폭력) 가해 관련 불씨도 여전하다.
정규시즌 개막을 사흘 앞둔 29일 KBO리그에는 충격적인 뉴스가 또 터졌다. 장정석 KIA 타이거즈 단장이 선수에게 뒷돈을 요구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팬들에게 큰 실망을 안겼다.
‘어린이들에게 꿈과 희망을, 젊은이에게 낭만을, 국민에게 여가 선용을'. 프로야구가 출범 원년(1982년) 내건 캐치프레이즈다. 일상에 소소한 행복감을 주던 프로야구는 현재 몰락을 자초하고 있다.
KIA 구단은 29일 징계위원회를 열고 장정석(50) 단장을 전격 해임했다. 구단은 "장정석 단장이 지난해 모 선수와 (연장 계약) 협상 중 금품을 요구했다는 제보를 받은 뒤 사실관계를 파악했다. 그 어떤 이유에서라도 금품을 요구하는 그릇된 처신을 용납할 수 없다고 판단했고, 품위 손상 행위로 물의를 일으킨 장 단장을 해임했다"고 밝혔다.
해당 선수는 KIA가 지난해 4월, 키움 히어로즈와의 트레이드로 영입한 포수 박동원(현재 LG 트윈스)이다.
예비 FA(자유계약선수) 신분이었던 박동원은 지난 시즌(2022) 후반기부터 재계약 여부를 두고 KIA와 협상 테이블을 차렸다. 그는 이 과정에서 장정석 단장이 '뒷돈'을 암시하는 단어와 관련 요구를 들었다. 다시 만난 자리에서 박동원은 장 단장과의 대화를 녹음했다.
본지 취재 결과 박동원은 먼저 KIA 구단주에 이메일로 먼저 관련 내용을 신고한 것으로 알려졌다. 박동원은 이후 한국프로야구선수협회(선수협)에도 자문을 구했다. 장동철 선수협 사무총장은 최준영 KIA 야구단 대표이사에게 이 사실을 알렸고, 구단도 조사에 들어갔다. 최 대표는 미국 출장 중이었던 장 단장에게 귀국을 지시하기도 했다.
장정석 단장은 구단에 "협상을 원활하게 하기 위해 농담한 것을 선수가 다른 의미로 이해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구단은 상황을 파악하기 위해 29일 오전 10시 징계위원회를 열기로 했다. 하지만 장 단장은 이 자리 참석하지 않고 서면으로 관련 내용을 소명했다. 그전에 자진 사퇴 의사를 구단에 전했다.
박동원이 구단에 전한 녹취를 직접 확인한 장동철 사무총장은 "내용을 들으면 (뒷돈 요구가) 농담이라고 하는 게 말도 안 된다"고 전했다. 장정석 단장이 박동원에게 최소 두 차례 이상 이런 요구를 한 사실도 밝혔다. 녹취를 직접 들은 야구계 관계자 A도 "명백하게 정상적인 협상이라고 볼 수 없었다"고 전했다.
장정석 단장은 2021시즌 창단 최저 순위(9위) 성적표를 받아든 KIA가 팀 쇄신을 위해 영입한 인물이다. 매니저·운영팀장을 거치며 현장 업무에 잔뼈가 굵었고, 2017년부터 3년 동안 키움 히어로즈의 감독을 맡은 경력도 있다.
게다가 장정석 감독의 아들은 키움에서 뛰고 있는 특급 유망주 투수 장재영(21)이다. 그래서 이번 사태가 더 충격적이다. 장정석 단장은 29일 내내 연락이 닿지 않았다. 자진 사퇴만으로도 부적절한 요구를 자행한 것을 인정한 셈이다.
박동원은 장정석 단장의 은밀한 제안을 들은 순간 KIA와 계약할 생각을 접었다고 한다. 그가 지난겨울 스토브리그에서 LG행을 선택한 이유였다. 박동원은 가까운 이들에게 "이런 일이 결코 일어나면 안 된다고 생각했다. 그런 사람(장정석 단장)이 계속 (야구단에서) 높은 위치에 있으면 다른 선수도 이런 경험을 할 수 있다. 바로잡아야겠다고 생각했다"는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KBO리그 개막을 앞둔 야구계에 다시 한번 불미스러운 일이 발생했다. 이번 사태로 인기 구단 KIA도 이미지에 큰 타격을 입었다. 구단은 "이런 일이 재발하지 않도록 임직원과 선수단의 준법 교육에 더 힘을 쓰겠다. 야구팬과 구성원에 사과드린다"고 했다.
안희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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