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을 열며] 재현된 ‘하이에크 vs 케인스’ 대결

신창호 2023. 3. 30. 04: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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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정치의 양대 산맥 민주당과 공화당은 겉으로만 보면 진보파와 보수파 정도로만 여겨진다.

그러나 원래 한 줄기였던 두 당이 20세기 초 완전히 결별한 데는 뿌리 깊은 이론적 차이 때문이다.

두 사람의 싸움은 '레이거노믹스'를 주창했던 미국 제40대 대통령 로널드 레이건이 집권한 1981년 양당에 의해 소환됐다.

당시 대선에서 승리한 레이건의 경제정책은 노조 제일주의, 보조금 제일주의, 보호무역주의의 늪에 빠졌던 미국 경제의 비효율을 단숨에 제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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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창호 국제부 선임기자


미국 정치의 양대 산맥 민주당과 공화당은 겉으로만 보면 진보파와 보수파 정도로만 여겨진다. 그러나 원래 한 줄기였던 두 당이 20세기 초 완전히 결별한 데는 뿌리 깊은 이론적 차이 때문이다.

민주당이 바라보는 현대 자본주의는 결코 시장과 가격에만 모든 걸 맡겨선 안되는 ‘괴물’이다. 1930년대 대공황을 해결한 프랭클린 루스벨트 대통령의 ‘뉴딜 정책’은 국가가 시장에 적극 개입해야 한다는 민주당 모토가 됐다. 뉴딜 정책의 이론적 기반은 영국 경제학자 존 메이너드 케인스가 주창한 ‘수정 자본주의’다. 오로지 이윤만 추구하는 자본의 논리는 국가와 세계 경제를 수렁에 빠뜨리는 공포를 야기한다. 이를 해결하려면 이해타산으로부터 자유로운 공권력 개입이 필수적이란 것이다.

공화당의 이론적 기반은 오스트리아 출신 경제학자 프리드리히 하이에크의 사상이다. 하이에크의 경제이론은 국가가 경제에 개입하는 것 자체가 괴물을 낳는다고 본다. 소련식 공산주의와 독일 나치즘이 바로 그것이다. 자본의 이윤 추구가 시장의 일시적인 무질서를 만든다면, 국가의 시장 개입은 폭력 이외의 방법으로는 도저히 해결할 수 없는 대혼돈을 낳는다는 것이다.

1946년 사망한 케인스와 1992년까지 생존한 하이에크는 생전에 서로 논쟁한 적이 없었다. 두 사람의 싸움은 ‘레이거노믹스’를 주창했던 미국 제40대 대통령 로널드 레이건이 집권한 1981년 양당에 의해 소환됐다. 국가의 시장 개입이냐, 완전한 자유시장경제냐 하는 논쟁이었다. 당시 대선에서 승리한 레이건의 경제정책은 노조 제일주의, 보조금 제일주의, 보호무역주의의 늪에 빠졌던 미국 경제의 비효율을 단숨에 제거했다. 이때부터 신자유주의는 세계 자본주의 질서의 핵심이 됐다. 중국을 편입시켜 세계 경제의 분업화를 이루고, 값싸고 질 좋은 물건이라면 뭐든 수입하는 미국 경제 시스템을 만들고, 금융자본의 이윤 추구에 어떤 제한도 가하지 않는 방식 말이다.

2008년 당시 최대 규모의 사모펀드였던 베어스턴스와 리먼브러더스가 불량 파생상품에 무차별 투자하다 연쇄 파산했고, 곧바로 글로벌 금융위기가 닥쳤다. 신자유주의는 그렇게 한계를 드러냈다. 미국은 은행과 각종 펀드는 물론 제조업·서비스업 기업들, 심지어 주정부까지 파산하는 미증유의 위기를 맞았다. 버락 오바마 행정부의 적극적 개입으로 금융위기는 3년여 만에 겨우 수습됐다. 금융자본의 무차별 이윤 추구에 각종 족쇄가 채워진 것이다.

이달 초 그때와 비슷한 은행 위기가 미국에 닥쳤다. 실리콘밸리은행(SVB)을 시작으로 중소 은행들이 연쇄 도산했고, 스위스 3대 투자은행 중 하나인 크레디트스위스까지 파산설이 돌다 스위스연방은행(UBS)에 인수됐다. 이유는 저금리를 이용해 끌어모은 고객들의 돈을 좀 더 이자가 높은 장기채권에 투자했는데 미국 연방준비제도(Fed)가 6개월 만에 기준금리를 5% 가까이 올리니 견딜 수가 없었기 때문이다.

조 바이든 행정부는 즉각 자본시장에 개입해 은행 간 합종연횡을 진행했고 위기는 다소 진정됐다. 집권당인 민주당 쪽에선 “역시 정부의 시장 개입이 자유시장경제의 필수불가결한 보완재”라고 주창한다. 반면 공화당에선 “은행 위기 자체가 물가를 잡겠다고 폭주한 연준의 실책”이라고 맞선다.

지난주 뉴욕타임스(NYT)는 “21세기에 하이에크와 케인스의 망령이 되살아났다”는 기사를 게재했다. “물가와 금융자본을 통제해야 한다는 신념에 빠진 연준이 은행 위기만 야기했다는 공화당의 주장과 무차별 이윤을 추구한 자유시장주의의 한계를 보여줬다는 민주당의 주장이 80년대를 연상케 한다는 것이다. 아마도 정답은 양자택일은 아닐 듯하다.

신창호 국제부 선임기자 procol@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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