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의도포럼] 0과 1이 공존하는 사회 만들어갈 양자 기술
최근 양자 기술은 미래 산업의 게임 체인저로 주목받고 있다. 이론상 슈퍼컴퓨터보다 30조배 이상 빠른 양자컴퓨터의 초고속 연산 능력은 현재 해독 불가능한 모든 암호 체계를 무력화할 만큼 위력적이다. 양자컴퓨터가 상용화되면 주식시장 개장과 함께 최적화된 투자 포트폴리오와 매매 시점을 투자자에게 제공할 수 있다. 또 빠르고 안전한 최적의 비행경로를 실시간으로 도심항공교통(UAM)에 제공함으로써 비행체로 하늘이 뒤덮인 도시 모습을 만들어낼 것이다. 최적의 화합물 구조를 찾아내는 시간을 현저히 단축시켜 난치병 치료를 위한 신약 개발 속도도 높여줄 것이다.
양자컴퓨터는 최적화 문제의 답을 빠르게 구할 수 있다. 예를 들어 택배 기사가 5개 배송지에 물품을 배송해야 할 경우 최단 거리의 경로를 찾아내기 위해서는 120개 경로를 비교해야 한다. 하지만 배송지가 15개로 늘어나면 가능한 경로는 1조3000억개로 늘어난다. 1초에 1경 번의 계산이 가능한 슈퍼컴퓨터로 최단 거리의 경로를 찾아내는 데는 1초도 걸리지 않지만, 배송지가 30개로 늘어나면 8억4000만년이 소요된다. 현존하는 최고 성능의 슈퍼컴퓨터로 모든 경우의 수를 비교해 최단 거리의 경로를 찾아내는 것은 불가능하다. 하지만 양자컴퓨터를 사용하면 3시간 만에 구할 수 있다. 기존 컴퓨터는 0과 1의 조합인 비트로 연산을 수행하지만 양자컴퓨터는 0과 1의 두 가지 상태가 공존할 수 있는 큐비트로 연산을 수행하기 때문이다.
연산 방식을 조명의 밝기를 조절하는 스위치에 비유해 설명하면, 비트로 연산을 처리하는 기존 컴퓨터는 조명을 켜고 끄는 ON·OFF 스위치처럼 작동하고, 큐비트로 연산을 처리하는 양자컴퓨터는 돌리면서 조명의 밝기를 조절하는 로터리 스위치처럼 작동한다. ON·OFF 스위치를 기반으로 조도를 조절하려면 여러 개의 스위치가 필요하지만 로터리 스위치는 하나면 충분하다. 그리고 제한된 숫자의 ON·OFF 스위치로는 정확히 원하는 밝기를 선택하기 힘들 뿐 아니라 원하는 조도를 찾아가는 과정에서 스위치를 몇 번 켜고 끄는 수고가 필요하다. 양자컴퓨터와 비교해 현존하는 컴퓨터는 ‘엄밀해’가 아닌 ‘근사해’를 구할 수밖에 없을 뿐만 아니라 속도도 느린 이유다.
기존 컴퓨터의 연산 처리 방법은 0과 1 중의 양자택일을 강요한다. 0의 특성을 조금이라도 더 가지고 있으면 0으로 인식하고 1의 특성을 조금이라도 더 가지고 있으면 1로 인식한다. 옳고 그름이 공존할 수 없다. 하지만 양자역학은 0과 1의 특성을 모두 가질 수 있음을, 그리고 그 비중 또한 상황에 따라 변할 수 있음을 전제한다. 예를 들어 절대적으로 내성적이거나 외향적인 성격은 존재할 수 없다. 다만, 보다 내성적이거나 외향적인 성격이 존재할 뿐이며 그 성격도 상황에 따라 변할 수 있다는 것이다.
양자역학은 세상을 유와 무의 결합으로 보고 유무상생이 세상의 근본 이치라고 설명한 노자의 사상과 일맥상통한다. 유는 무에서 무는 유에서 시작하므로 유와 무를 구분 지어 절대적인 진리를 강조하기보다는 유와 무의 관계성을 파악해 삶의 영역에 적용하기를 권하는 노자의 철학이 양자 기술을 통해 우리의 삶에 구현되기를 희망해 본다.
이분법적 사고에 갇혀 편향적 가치관과 편가르기를 요구하는 우리 사회에 중간 지대는 없다. 그저 흑백 논리만 가득할 뿐이다. 내 편에 속한 이가 아니면 적이고 싸워서 이겨야 할 대상일 뿐이며, 내 편에 속한 이들은 무한한 신뢰의 대상이다. 0과 1이 공존하는 양자역학에 기반을 둔 사고와 관련 기술의 적용을 통해 이념, 세대, 성별 간의 도를 넘어선 갈등이 해소될 수 있기를 기대해 본다.
각 진영은 자신들의 견해가 팩트라고 주장하지만 팩트가 존재하는지도 의문이다. 팩트라는 것이 인간의 의식으로부터 완전히 독립해 객관적으로 존재하기는 쉽지 않기 때문이다. 스티븐 호킹이 ‘모형 의존적 실재론’이라는 개념을 통해 설명한 것처럼 우리가 듣고 보고 경험한 것을 통해 팩트라고 여기는 것들도 감각기관을 통해 들어온 데이터가 개인의 경험으로 형성된 사고의 틀에 의해 해석된 정보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푸른 색안경을 쓰면 세상이 푸르게 보이는 것처럼 말이다. 근사해를 구하고 단정 짓기보다는 엄밀해를 구하기 위해 상대 견해에 귀를 기울이는 노력이 필요한 양자 시대를 기대해 본다.
박희준(연세대 교수·산업공학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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