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시각] 어리바리한 연금제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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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주 경제부장 자리로 항의 전화가 한 통 왔다.
독자라고 밝힌 이는 대뜸 "제대로 알고 쓴 거냐"며 따졌다(다행히 후배가 받았다). 항의 대상은 '기업 은퇴자 "일해야 산다", 부부 교사는 "써도 남는다"'라는 제목으로 공무원연금과 국민연금 수령액 차이를 지적한 기사였다.
국민연금을 '더 내고 덜 받는' 구조로 바꿔야 한다고 말만 했을 뿐 이를 추진할 용기도 의지도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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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주 경제부장 자리로 항의 전화가 한 통 왔다. 독자라고 밝힌 이는 대뜸 “제대로 알고 쓴 거냐”며 따졌다(다행히 후배가 받았다). 항의 대상은 ‘기업 은퇴자 “일해야 산다”, 부부 교사는 “써도 남는다”’라는 제목으로 공무원연금과 국민연금 수령액 차이를 지적한 기사였다. 그는 많이 낸 만큼 많이 받는 공무원연금을 국민연금과 비교해선 안 된다고 했다. 후배가 “제가 쓴 기사가 아니라서…”라고 말을 흐리자 “어리바리하네”란 말을 남긴 채 끊었다고 한다.
맞는 말이다. 후배가 그렇다는 게 아니라 현재 한국의 연금제도는 ‘어리바리’한 상태다. 많이 내고 많이 받는 공무원들도, 적게 내고 적게 받는 일반 국민도 모두 불만이 많다. 정부 역시 연금 재정 고갈 시계가 앞당겨지는데 걱정만 할 뿐 연금개혁의 큰 방향도 아직 못잡고 있다.
연금개혁의 당위성은 명확하다. 이대로 놔두면 국민연금은 2039년 적자로 돌아선 뒤 2055년에는 고갈된다. 고령사회에 이미 진입한 한국은 2025년엔 초고령사회(65세 이상 인구 비중이 20% 이상)가 된다. 연금으로 먹고살아야 할 인구는 늘어나는데 가난한 노인들은 줄어들지 않고 있다. 2020년 기준 한국의 노인빈곤율은 40.4%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14.3%)보다 3배 가까이 높다.
이 문제는 어제오늘 일이 아니지만 지난 정부는 연금개혁에 손을 놨다. 국민연금을 ‘더 내고 덜 받는’ 구조로 바꿔야 한다고 말만 했을 뿐 이를 추진할 용기도 의지도 없었다. 대신 모든 노인에게 주는 기초연금을 인상했다. 개혁 대신 표를 택한 것이다.
우리가 수십년 동안 주저하는 사이 선진국들은 연금개혁을 성사시켰다. 세계 최초로 공적연금제도를 만들었던 독일은 1990년대 후반 통일 후유증으로 사회보험 재정 상태가 악화하자 개혁을 단행했다. 많이 내고 많이 받던 구조를 덜 내고 덜 받는 시스템으로 전환했다. 줄어든 급여는 민영연금에서 충당토록 설계했다. 2007년에는 연금 수급 개시 연령을 66세에서 68세로 미뤘다. 일본 역시 2012년 일반 국민과 공무원 간 연금 불평등 해소를 위해 국민연금과 공무원연금을 통합했다. 최근에는 프랑스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이 거센 노동계 저항에도 불구하고 정년을 62세에서 64세로 늦추는 연금개혁 입법을 추진하고 있다.
윤석열정부는 연금개혁을 핵심 국정과제로 추진 중이다. 그러나 아직까지는 혼란스럽기만 한 상황이다. 첫발을 내딛는 격인 국회 연금개혁특위 민간자문위원회는 29일 국회에 보고서를 제출했지만 뚜렷한 결론을 내리지 못했다. ‘더 내고 더 받는’ 방안과 ‘더 내고 덜 받는’ 방안을 두고 이견을 좁히지 못했다. 전문가들로 구성된 민간자문위조차 결론을 내지 못하면서 향후 국민연금을 포함한 연금개혁의 불씨를 되살리지 못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연금개혁은 고차방정식이다. 보험료율과 소득대체율 등 숫자를 만지는 모수조정과 기초연금 등 공적연금의 틀을 바꾸는 재구조화가 동시에 이뤄져야 한다. 여기에 정년 연장과 고령근로자 인센티브 제도 도입 등도 맞물려 있다.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정부는 오는 10월을 개혁의 마지노선으로 제시해 놓은 상태다. 그때까지 잔가지만 건드리는 시늉에 그치지 않고 크고 튼튼한 새 나무를 심어야 한다. 공론화를 통해 국민도 설득해야 한다.
프랑스 마크롱 대통령은 최근 인터뷰에서 “더 오래 기다릴수록 (연금 적자 문제는) 악화된다”면서 “여론조사 결과와 국가의 이익 중에서 하나를 택해야 한다면 후자를 선택할 것”이라고 말했다. 인기에 연연하지 않고 국익만을 생각하겠다는 윤석열 대통령의 추진력을 기대해 본다.
이성규 경제부장 zhibago@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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