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병기 필향만리] 경사이신
입력 2023. 3. 30. 00:42 수정 2023. 3. 30. 06:23
공자는 “병거(兵車) 1000대를 동원할 만한 규모의 나라를 이끌려면 일을 공경하여 믿음을 사고, 돈을 아끼되 사람을 사랑하고, 백성을 사역하되 때에 맞춰야 한다.”라고 하였다. ‘학이편’ 제5장의 말이다.
‘공경 경’이라고 훈독하는 ‘敬’을 대부분 ‘윗사람을 잘 받들어 모신다’라는 뜻으로만 이해하는 것 같다. 그러나 ‘敬’은 그런 뜻만이 아니라, 사람이든 일이든 ‘들쭉날쭉하지 않고 한결같이 집중하여 대하는 마음’을 뜻하는 글자이다. 상대가 나를 어떻게 대하고 상황이 어떻게 바뀌든 그 사람이나 일을 대하는 나의 ‘마음가짐’은 전혀 변함이 없이 한결같다면 그게 바로 ‘敬’인 것이다. 선현들은 ‘敬’을 ‘주일무적(主一無適)’ 즉, ‘하나에 집중하여 흐트러지지 않음’이라는 의미로 풀이해 왔다.
사람을 ‘敬’으로 대하면 ‘경인(敬人)’이고, 일을 ‘敬’으로 대하면, ‘경사(敬事=敬業)’이다. ‘경사이신(敬事而信)’은 대인관계를 포함한 어떤 일이든 한결같은 마음으로 집중함으로써 믿음을 산다는 뜻이다. ‘敬’은 ‘1000승(乘)’ 나라 제후만의 과제가 아니라, 실은 모든 사람의 평생과제이다. 좋은 일은 ‘좋은 나’로부터 비롯되기 때문이다.
김병기 서예가·전북대 명예교수
Copyrightⓒ중앙일보 All Rights Reserved.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중앙일보에서 직접 확인하세요. 해당 언론사로 이동합니다.
- "박수홍, 방송 끊겨 돈 없었다…수임료로 김 주더라" 변호사 눈물 | 중앙일보
- 女손님 가면 수상한 음식 먹였다…비열한 日미슐랭 셰프 최후 | 중앙일보
- 아파트 갈아타기 네 번으로, 반포 100억 펜트하우스 가진 방법 | 중앙일보
- 석방 직후 새벽 광주 도착한 전두환 손자, 제일 먼저 한 행동 | 중앙일보
- 바람피운 약혼자…"프러포즈 비용도 뱉어내" 파혼싸움의 결말 | 중앙일보
- 금값 35만원, 할머니는 금니도 팔았다…짠한 '거꾸로 골드러시' | 중앙일보
- '주식 대박' 前 수협 회장 115억 늘어…1등은 532억 강남구청장 [재산공개] | 중앙일보
- 김재원 '제명' 거론한 홍준표…TK 앞 갈린 해묵은 감정 뭐길래 | 중앙일보
- [단독] 국회의원 300명 정보 北 손에…총선 행동 방향도 지시 | 중앙일보
- '16강 자축'하며 100명 사면한 축구협회…하태경 "샅샅이 조사" | 중앙일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