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북한의 ‘눈과 귀’ 노릇 했다는 민노총의 전·현직 간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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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와대 송전망 마비 기도, 미군기지 촬영에 구속
지도부 사과해야, 국정원 수사권 폐지 재검토하길
공안 당국이 밝힌 민주노총 전·현직 간부들의 간첩 혐의가 상상을 뛰어넘는다. 충격적이다. 수원지법은 그제 민주노총 조직국장, 보건의료노조 조직실장, 전 금속노조 부위원장과 조직부장 등 4명에 대해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로 검찰이 청구한 구속영장을 발부했다. 국가정보원과 국가수사본부가 지난 1월 이들의 주거지와 사무실 등을 압수수색한 이후 확보한 증거에 따라 국보법상 목적 수행 등 간첩 혐의가 인정된다고 법원이 판단한 것이다.
어제 일부 공개된 이들의 구체적 혐의를 보면 놀라울 따름이다. 이들은 ‘지사’라 명명한 지하조직을 만들었고, 수년에 걸쳐 100여 차례의 북한 지령문을 받아 30여 건의 보고문을 작성해 북한에 보낸 것으로 조사됐다. 북한의 지령문엔 청와대 등 한국의 주요 국가기간시설의 송전망 설비를 파악해 마비시킬 준비를 하라는 내용이 포함됐다. 일장기 화형식 등 반일 감정을 자극하고, 진보당(옛 통합진보당) 장악과 원내 정당화의 추진, 양경수 민주노총 위원장 지지 등 국내 정치와 외교에 개입한 흔적도 있다.
특히 민주노총 핵심 간부 A씨는 2021년 2월께 경기도 평택과 오산의 미군기지 안으로 들어가 주요 시설과 장비를 촬영해 북한의 대남 공작기구(문화교류국)에 넘긴 혐의를 받고 있다. 부대의 활주로·격납고는 물론 패트리엇 미사일 포대 등을 근접 촬영한 사진도 있었다.
윤석열 대통령은 지난달 24일 국정원을, 지난 22일엔 국군방첩사령부를 방문했다. 이례적인 대통령의 행보는 공식적으로는 격려 차원이었지만 간첩 사건에 대한 심각한 정부의 우려가 담겼다는 해석도 있다. 민주노총 전·현직 간부들의 간첩 행위가 일회성이 아니고, 북한이 국내외에서 전방위적인 정보 수집에 나섰다는 점에서 이번 사건은 결코 가볍게 볼 일이 아니다. 추가로 간첩 사건이 터질 가능성도 있다.
민주노총은 1995년 11월 창립 선언문에 “인간다운 삶과 존엄성을 유지할 수 있는 노동 조건의 확보, 노동기본권의 쟁취, 노동 현장의 비민주적 요소 척결, 산업재해 추방과 남녀평등의 실현을 위해 가열차게 투쟁한다”고 밝혔다. 또 “자주·민주·통일을 앞당기기 위해 가열찬 투쟁을 전개한다”고도 했다. 이후 민주노총은 노동자 권익 향상과 통일을 이념으로 내세우며 진보 성향 활동을 해 왔다.
하지만 비록 일부라도 민주노총의 핵심 간부들이 북한의 눈과 귀, 팔과 다리 역할을 했다니 세간의 충격은 가시지를 않고 있다. 군사정보 빼내기와 국내 혼란을 주문하는 북한의 지령을 따르는 것은 이적 행위일 뿐이다. 민주노총 지도부는 이들을 두둔하지 말고 반국가적 행태에 반드시 국민 앞에 사과해야 한다. 아울러 간첩이 활개치고 있는 상황에서 국정원의 대공수사권을 폐지한 것이 적절했는지 국회는 재검토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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