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수에 뒷돈 요구 의혹…KIA, 장정석 단장 전격 경질

지난해 박동원과 계약 연장을 위한 협상을 진행하는 과정에서 금품을 요구한 사실이 드러나 29일 해임된 장정석 KIA 단장. [연합뉴스]

KIA 타이거즈 장정석(50) 단장이 선수와 협상 과정에서 ‘뒷돈’을 요구했다는 의혹을 받고 경질됐다. 계약 당사자인 박동원(33·LG 트윈스)이 직접 한국프로야구선수협회(선수협)와 KIA 구단에 녹취록을 전달하면서 전말이 알려졌다. 프로야구 정규 시즌 개막을 사흘 앞두고 야구계는 날벼락을 맞고 충격을 받은 모양새다.

KIA는 29일 오전 징계위원회를 열어 장정석 단장을 해임 조치했다. 해임 이유는 장 단장이 지난해 시즌 도중 박동원과 다년계약 협상을 추진하면서 두 차례 뒷돈을 요구한 사실이 알려졌기 때문이었다. 녹취 파일을 갖고 있던 박동원이 이를 먼저 선수협에 전달했고, 선수협 차원에서 해당 사안을 검토한 뒤 KIA 구단에 제보했다. KIA는 즉각 징계위원회를 개최하는 한편, 녹취록을 KBO 클린베이스볼센터에 제출했다.

장타형 포수 박동원은 지난해 4월 트레이드를 통해 키움 히어로즈에서 KIA 유니폼으로 갈아입었다. 박동원은 남은 시즌을 마치면 자유계약선수(FA) 자격을 얻는 입장이었다. KIA는 박동원과 다년 계약을 맺으려 했지만, 협상은 진척되지 않았다. 야구계는 이 과정에서 장 단장이 뒷돈을 요구한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KIA와 합의점을 찾지 못한 박동원은 지난 겨울 스토브리그에서 LG와 4년 총액 65억 원에 계약했다.

장 단장은 “농담이었다”며 이 사실을 부인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사태가 심각해지자 징계위원회가 열리기 전 사의를 표명했고, 결국 경질됐다. KIA 구단은 이날 “사실 관계를 떠나 그 어떤 이유에서라도 금품 요구라는 그릇된 처신은 용납할 수 없다고 판단해 장정석 단장을 징계위원회에 회부했고, 최종적으로 해임 조치했다”고 발표했다. KIA는 또 “개막을 앞둔 KBO리그의 모든 구성원분에게도 사과의 말씀을 전한다. 앞으로 이러한 일이 재발하지 않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KBO 클린베이스볼센터는 이번 사안을 직접 조사할 계획이다. KBO 관계자는 “29일 오전 신고가 들어왔고, 아직 경위서를 받지 못했다. 조사가 필요해 후속 조치까지는 시간이 걸릴 듯하다”고 설명했다.

장 단장은 현역 시절 현대 유니콘스와 KIA에서 외야수로 뛰었다. 이어 현대와 넥센 히어로즈에서 오랜 기간 프런트를 지냈고, 2017년부터 2019년까지 넥센(키움 포함) 감독을 맡았다. 2021년 11월부터는 KIA 단장으로 일했다.

고봉준 기자 ko.bongjun@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