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말 바루기] 나들이 ‘행열’은 없다
봄꽃들의 개화로 주말 나들이를 가는 사람이 많이 늘었다고 한다. 이처럼 여럿이 줄지어 가는 것을 가리킬 때 ‘행렬’이라 해야 할까, ‘행열’이라 해야 할까? ‘다닐 행(行)’ 자와 ‘벌일 렬/열(列)’ 자가 만나 이루어진 한자어 단어인 ‘行列’을 어떻게 읽어야 하는가의 문제다.
한글 맞춤법의 두음법칙 조항을 알아 두면 ‘렬’과 ‘열’ 중 어느 것을 써야 하는지 알 수 있다. 이를 보면 한자음 ‘랴·려·례·료·류·리’가 단어의 첫머리에 올 때는 ‘야·여·예·요·유·이’로 적는다고 돼 있다. 즉, 두음법칙에 따르면 ‘歷史’는 ‘력사’가 아닌 ‘역사’, ‘倫理’는 ‘륜리’가 아닌 ‘윤리’로 읽어야 한다.
규정에는 단어의 첫머리 이외에는 본음을 살린다는 내용도 덧붙어 있다. ‘經歷’의 ‘歷’은 똑같은 한자지만 ‘역사(歷史)’에서와 달리 단어의 첫머리가 아니므로 ‘경력’으로 발음해야 한다.
이를 ‘行列’에도 적용해 보면 ‘列’은 단어의 첫머리가 아니므로 본음을 살려 ‘렬’로 적어야 한다.
그렇다면 ‘규율(規律)’의 ‘律(법률 률/율)’은 단어의 첫머리도 아닌데 왜 ‘률’이 아닌 ‘율’로 써야 하는 것일까?
이는 앞말이 모음이거나 ‘ㄴ’ 받침 뒤에서는 ‘률’이 아닌 ‘율’로 적는다는 예외 규정 때문이다. ‘규율’은 앞말이 모음 ‘ㅠ’로 끝나므로 ‘률’이 아닌 ‘율’로 적은 것이다.
이는 ‘律(법률 률/율)’뿐 아니라 ‘率(비율 률/율)’ ‘列(줄 렬/열)’ ‘裂(찢을 렬/열)’ ‘烈(세찰 렬/열)’ ‘劣(못할 렬/열)’ 모두 마찬가지이므로 앞말을 보고 선택해 써야 한다.
김현정 기자 nomadicwriter@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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