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로봇 산업지도 올가이드...산업용·협동로봇은 대기업 두각, 135조 서비스로봇은 푸드테크 주도

배준희 매경이코노미 기자(bjh0413@mk.co.kr), 최창원 매경이코노미 기자(choi.changwon@mk.co.kr) 2023. 3. 29. 23: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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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봇 시장 성장세가 가파르다. 보스턴컨설팅그룹은 세계 로봇 시장이 2020년 250억달러(약 30조원)에서 2023년 400억달러(약 49조원)로, 2030년에는 1600억달러(약 197조원)로 성장할 것으로 내다봤다. 기업들은 앞다퉈 로봇 사업에 뛰어들고 있다. 삼성전자는 레인보우로보틱스 2대 주주로 올라섰다. 삼성뿐 아니라 미국의 보스턴다이내믹스를 품에 안은 현대차를 비롯 두산(두산로보틱스·협동 로봇), HD현대(현대로보틱스·산업용 로봇), LG전자(로보스타·산업용 로봇) 등이 로봇 산업에서 열띤 경쟁을 벌인다. 과거에는 산업용 로봇이 주를 이뤘지만 최근에는 인공지능(AI) 등 연관 기술 고도화로 의료, F&B 등 서비스 산업 전반으로 확장세가 뚜렷하다. K로봇 산업 지도를 그려본다.

바른치킨과 레인보우로보틱스가 개발한 ‘바른봇’. (바른치킨 제공)
두산로보틱스, 국내 점유율 1위

현대로보틱스, 긴 업력 자랑

국제로봇연맹에서는 로봇을 그 용도에 따라 크게 제조용 로봇과 서비스용 로봇으로 구분한다. 제조용 로봇은 흔히 산업용 로봇으로도 불린다. 통상 최종 완제품 생산에 필요한 부품과 소재의 구매·조달부터 조립, 검사, 출하까지 산업 제조 현장 전 공정에 적용되는 로봇을 의미한다. 수평·수직 다관절 로봇, 용접, 페인팅 로봇처럼 인간이 수행하기 어려운 고난도, 고위험 작업을 수행하는 로봇을 포함한다.

최근 산업용 로봇은 협동 로봇(Colla boraion Robot·Cobot)으로 세분화하면서 경계가 옅어지고 있다. 협동 로봇은 로봇이 홀로 작업을 수행하는 것이 아니라, 인간과 공존하며 활동하는 로봇이다. 협업 로봇 안전규격인 ISO·TS 15066에는 안전 정격 감시 정지, 핸드 가이딩, 속도와 위치 감시, 동력과 힘 제한, 시각적 표시가 있다. 이와 같은 요건을 충족시켜야 협동 로봇으로 분류된다. 영국 시장조사 전문회사 인터랙트애널리시스는 협동 로봇 시장이 2017년부터 2023년까지 연평균 26%의 성장률을 보일 것으로 봤다.

당장 주목받는 산업용·협동 로봇은 주요 대기업 계열에 속한 곳이다.

2015년 ㈜두산의 100% 자회사로 설립된 두산로보틱스는 H·M·A시리즈 등 다수의 협동 로봇 제품을 보유하고 있다. 국내 시장점유율은 1위고, 세계 순위도 5위권 정도로 경쟁력을 갖췄다. 두산로보틱스 올해 매출액 목표는 약 590억원이다. 지난해 매출(450억원)보다 30% 증가한 수준이다.

H시리즈는 가반하중(로봇이 들어 올릴 수 있는 최대 무게) 25㎏으로 전 세계 협동 로봇 중 가장 무거운 중량을 운반할 수 있다. 로봇 무게는 타사 제품의 절반 수준인 75㎏에 불과하다. M시리즈는 6개축을 가진 다관절 로봇으로 각 축에 토크 센서를 탑재해 정밀한 작업이 가능하다. A시리즈는 국제 시험인증 공인기관인 ‘TUVSUD’가 실시한 안전 성능 수준 평가에서 최고 레벨을 획득했다. 사람의 손길이 필요한 섬세한 작업도 가능하다.

HD그룹은 국내에서 가장 먼저 로봇 사업을 시작한 대기업으로 꼽힌다. 1984년 당시 현대중공업 용접기술연구소 산하에 로봇전담팀을 구성한 것이 현재 현대로보틱스의 모태다. 현대로보틱스는 2017년 현대중공업 인적분할로 출범했다. 이후 현대로보틱스는 그룹 지주사 현대중공업지주(현 HD현대)의 자회사가 됐고 2020년 지주사에서 다시 로봇 사업만 물적분할해 독립했다. 지난해 영업이익 106억원을 기록하며 흑자전환에 성공했다.

현대로보틱스 산업용 로봇은 크게 일반 제조업용 로봇과 FPD(평판디스플레이) 운반용 로봇(클린용 로봇)으로 구분된다. 긴 업력만큼 국내 산업용 로봇 제조사 가운데서는 성능과 신뢰도 면에서 수위권으로 꼽힌다. 최근 현대로보틱스는 산업용 로봇을 중심으로 서비스 로봇, 자동화 솔루션 등으로 다각화에 나서는 중이다. 현대로보틱스는 지금까지 축적한 산업용 로봇 기술을 기반으로 방역 로봇, 서빙 로봇, 호텔 로봇 등을 출시해 주목받는다. 지난해 4분기부터 서비스 로봇에서도 매출이 발생하기 시작했다. 현대로보틱스의 지난해 매출액은 1807억원으로, 올해는 수주 3억1000만달러(약 4115억원), 매출 3000억원을 목표로 한다.

LG전자는 일찌감치 복수의 로봇 기업에 투자를 해왔다. LG전자는 로봇 사업을 위해 2018년 ▲로보티즈 90억원 ▲아크릴 20억원 ▲미국 보사노바로보틱스 39억원 ▲로보스타 881억원 등의 지분 투자를 단행했다. 2017년에는 엔젤로보틱스 지분 8.8%를 취득했다. 현재 LG전자는 로보스타 지분 33.4%, 로보티즈 8.1%, 아크릴 13.6%의 지분을 갖고 있다. 이 가운데 로보스타는 자회사로 편입됐다. 로보티즈와 아크릴은 지분율이 20% 미만이지만 이사회에 실질적인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어 관계기업으로 분류된다. 나머지 기업 지분 투자는 아직 단순 투자 목적이다.

주력은 자회사로 편입된 로보스타다. 로보스타는 옛 LG산전 로봇사업부 출신들이 모여 만든 산업용 로봇 제조 업체다. 로보스타는 디스플레이와 반도체 등 제조 공장에 쓰이는 수직 다관절 로봇 등을 만든다. LG전자의 스마트 팩토리 구현을 위한 각종 솔루션과 제조용 로봇을 주력으로 제조한다. 로보스타는 LG전자에 인수된 뒤 줄곧 영업손실을 기록하다가 2021년 2억원의 영업이익으로 흑자전환했다. 지난해는 18억원의 영업이익을 올렸다.

삼성전자가 투자한 로봇 업체로 유명세를 탄 레인보우로보틱스는 이족 보행 로봇 ‘휴보’로 잘 알려진 곳이다. ‘휴보’는 일본의 아시모, 미국의 아틀라스와 어깨를 나란히 하는 ‘이족 보행’ 로봇이다. 레인보우로보틱스는 20년여간 이족 보행 로봇 개발을 필두로 협동 로봇·정밀 지향 마운트(한 지점을 정밀하게 지향하거나 추적하는 장치) 등 파생 로봇을 개발·양산해왔다. 삼성전자는 최근 추가 투자를 단행해 레인보우로보틱스 지분을 10.3%에서 14.99%로 늘렸다. 일찌감치 로봇 시장에 뛰어든 현대자동차도 알짜배기 로봇 기업을 줄줄이 인수하고 있다. 현대차는 2021년 미국 로봇 업체인 보스턴다이내믹스를 인수했다. 보스턴다이내믹스는 4족 보행 로봇 ‘스팟’과 직립 보행 로봇 ‘아틀라스’ 등을 개발한 기업이다.

국내 중소·벤처 로봇 기업 중에서도 성과를 내는 기업이 적지 않다. 티로보틱스는 국내에서 유일하게 6~11세대 OLED 진공 로봇을 공급한다. OLED는 제품 특성상 진공 환경에서만 제조가 가능하다. 진공 상태에서 정밀 가공 능력이 필요해 로봇이 필수로 꼽힌다. 티로보틱스의 주요 매출은 해외에서 나온다. 뉴로메카도 협동 로봇 산업에서 두각을 보인다. 2014년 로봇제어기(STEP)를 출시하고 2016년 첫 협동 로봇인 인디(Indy) 시리즈를 선보였다. 이후 산업용 로봇인 아이콘(iCoN), 비전 솔루션 인디아이, 로봇용 액추에이터 코어(CORE) 등을 개발하며 제품 포트폴리오를 확대했다. 뉴로메카는 대당 2000만~4000만원이라는 비교적 저렴한 가격으로 로봇 제품을 공급한다는 게 강점이다. 트위니는 자율주행 로봇 ‘나르고’와 ‘대상 추종 로봇’으로 불리는 ‘따르고’를 개발했다. 나르고는 500㎏ 무게의 물건까지 싣고 움직일 수 있다. 따르고는 산업 현장에서 특정 직원을 인식해 따라다니면서 물건을 운반하는 로봇이다.

한식당 천지연 하남미사점에 투입된 배달의민족 서빙 로봇 ‘딜리플레이트’가 고객에게 서빙하고 있는 모습. (우아한형제들 제공)
135조원 서비스 로봇 시장 잡아라

산업용과 달리 서비스용 로봇 개발은 더뎠다. 특히 국내 시장에서 서비스 로봇은 ‘돈 안 되는 사업’으로 평가받았다. 배달 로봇을 만들고 있는 국내 서비스용 로봇 시장 주요 플레이어인 우아한형제들 김요섭 로봇배달센터장은 “2017~2018년만 해도 서비스 로봇을 만든다고 하면 ‘이거 왜 하냐’ ‘돈 안 된다’는 소리를 들었다”며 “국내에서는 협업할 제조사를 찾지 못했다”고 말했다. 최근 상황은 다르다. 산업통상자원부가 발표한 ‘서비스 로봇 시장 기술 동향’ 자료에 따르면, 글로벌 서비스용 로봇 시장은 2020년 301억달러(약 39조원)에서 2026년 1033억달러(약 135조원)까지 커질 전망이다. 연평균 성장률(CAGR)은 23.3%다. 이는 산업용 로봇 시장 연평균 성장률(17.2%)보다 6%포인트 높은 수치다.

코로나19 이후 F&B 분야서 주목

서빙봇 시장 5년 만에 220배 성장

서비스용 로봇 시장이 주목받게 된 건 코로나19 영향이 크다. 비대면 수요가 늘고, 구인난으로 직원 자체를 구하기 어려워지자 자연스레 로봇이 화두로 떠올랐다. 신한투자증권은 지난 1월 혁신 성장 리포트를 통해 “로봇 도입은 구인난과 인건비 상승을 해결할 핵심 요소”라고 강조했다.

서비스용 로봇 기업 중에서는 유진로봇, 로보티즈, 에브리봇 등이 주목받는다. 1988년 설립된 유진로봇은 35년간 서비스 로봇 시장을 선도하는 로봇 기업 중 한 곳이다. 초기에는 축구 로봇, 교육 로봇 사업과 군사용 로봇 제작과 판매에 주력하다 2005년 청소 로봇 아이클레보를 선보였다. 청소 로봇으로 벌어들인 돈으로 연구개발에 집중 투자했고 자율주행 기술과 필요 부품을 자체 개발했다. 최근에는 자율주행과 자동화 솔루션에 특화했다. 자율주행 기술을 적용한 청소 로봇과 물류 로봇에서 라이다(LiDAR) 센서, SLAM(Simultaneous Localization And Mapping) 컨트롤러 등 자율주행 핵심 부품의 주행 전환 솔루션을 제공한다. 현재 자율주행 모빌리티 솔루션(Autonomous Mobility Solution), 스마트 자동화 시스템(Smart Automation System), 청소로봇(Vacuum Cleaning Robot) 등의 사업 부문을 두고 있다.

로보티즈는 자율주행 로봇이 주력이다. 실외 배달 로봇 ‘일개미’, 건물 내부에서 각종 서비스를 수행하는 ‘집개미’가 대표 상품이다. 배달 로봇 수요가 증가한 덕분에 2021년부터 매출이 급증했다. 로봇 청소기 제작 업체 에브리봇은 실적 면에서 돋보인다. 물걸레 로봇 청소기로 시장을 석권, 상장된 로봇 기업 중 비교적 안정적인 수익을 기록 중이다. 2019년 3월 자체 브랜드인 엣지 모델을 내놓은 뒤 급성장했다. 2019년 162억원에 불과했던 매출액은 지난해 530억원으로 급증했다. 지난해 영업이익은 62억원을 기록했다.

특히 손님을 직접 마주하는 서빙 분야에서 로봇 수요가 늘었다. 서빙봇 시장은 2019년 브이디컴퍼니와 우아한형제들 주도로 형성됐다. 당시 서빙봇 보급 대수는 50여대. 하지만 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5000대로 보급 대수는 100배 늘었고 올해는 1만1000대에 달할 것으로 전망된다. 초기에는 스타트업과 IT 기업만 뛰어들었다면, 현재는 LG전자·KT·현대로보틱스 등 대기업까지 진입한 상태다. 삼성전자의 지분 투자로 주목받는 레인보우로보틱스도 기존 협동 로봇을 넘어 서비스용 로봇, 특히 서빙봇으로의 사업 다각화를 추진 중이다. 레인보우로보틱스는 올해 하반기 서빙봇을 내놓을 예정이다.

시장이 빠르게 커지며 본격적으로 수익 창출에 나선 회사도 등장하고 있다. 우아한형제들은 서빙봇 수요가 충분히 늘었다고 판단, 지난 2월 서빙 로봇 사업부를 독립법인 ‘비로보틱스(B-ROBOTICS)’로 분리했다. 김민수 비로보틱스 대표는 “우아한형제들에 있는 다양한 로봇 사업 부서 중 (서빙 로봇 사업부가) 가장 먼저 사업적으로 자립 가능한 구조가 만들어졌다”면서 “현재까지 1300대 로봇을 보급했는데, 올해만 1200대를 추가해 2500대 로봇을 운영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서빙봇뿐 아니라 조리 로봇 수요도 늘고 있다. 구인난 심화가 지속되면서 조리 과정이 단순 반복 형태인 치킨, 커피 분야를 중심으로 시장이 형성되는 분위기다.

대표 주자는 2019년 창업한 ‘로보아르테’다. 로봇이 치킨을 튀기는 ‘롸버트치킨’으로 직영점 7곳과 가맹점 1곳을 운영 중이다. 뼈 치킨은 8분 30초, 순살 치킨은 6분 만에 로봇이 자동으로 튀긴다. 최근에는 자사 조리 자동화 로봇의 해외 수출까지 이뤄냈다. 로보아르테는 올해 2분기 내로 미국 북동부 오하이오주 누리치킨 콜롬버스 매장에 로봇을 설치할 예정이다.

또 다른 조리 로봇 스타트업 퓨처키친도 성장세가 돋보인다. 퓨처키친은 로봇을 활용, 주문·결제부터 제조까지 완료하는 주방 자동화 플랫폼을 주력 상품으로 하고 있다. 부위 선택, 반죽 묻히기, 튀기기까지 치킨을 만드는 전 과정을 자동화한 게 특징이다. 퓨처키친은 지난 1월 26일, 프랜차이즈 본촌치킨 운영사 본촌인터내셔날에서 전략적 투자(SI)를 유치하는 성과도 냈다.

로보아르테와 퓨처키친 성과를 눈여겨본 기존 치킨 브랜드도 자체 조리 로봇 개발에 나섰다. 교촌에프앤비는 2021년부터 로봇 제조 업체 뉴로메카와 손잡고 조리 로봇을 개발, 최근 도입을 완료했다. 바른치킨도 레인보우로보틱스와 함께 조리 로봇을 개발, 현장에 투입하고 있다.

커피를 만드는 바리스타 로봇도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 국내에서는 ‘라운지랩’과 ‘비트코퍼레이션’이 각각 무인 로봇 카페 ‘라운지엑스’ ‘비트’를 운영 중이다. 라운지랩은 바리스타 로봇 ‘바리스’와 아이스크림 제조 로봇 ‘아리스’를 활용한 카페를 운영한다. 바리스는 원두 특성을 고려한 알고리즘을 통해 스페셜티 커피를 제공한다. 아리스는 고객과의 소통에 중점을 둔다. 다양한 모션과 캐릭터 페이스 디스플레이 기능으로 고객이 대화한다는 느낌을 주도록 설계됐다. 비트코퍼레이션은 무인 카페 ‘비트’ 운영 데이터를 활용해 자체 무인 매장 운영 시스템인 ‘아이매드(i-MAD)’ 고도화에 속도를 낸다.

이외 물류·배송 부문에서도 서비스용 로봇 개발이 한창이다. 특히 자율주행 기술 발전에 힘입어 AGV(Automated Guided Vehicle)에서 AMR(Autonomous Mobile Robots)로 패러다임 전환이 이뤄져 탄력을 받고 있다. AGV는 이동을 위해 자기테이프, QR코드 등 사전 경로 세팅이 필수적이다. 이 때문에 대형 공장이나 물류센터에서만 사용이 가능하다는 한계가 있었다. AMR은 그야말로 자율주행 로봇이다. 유도체가 필요 없어 다양한 환경에서 사용할 수 있다.

현대자동차그룹이 전동화와 자율주행 기술을 바탕으로 차세대 배송 서비스 로봇을 개발하고 최근 실증 사업을 시작했다. 사진은 경기 수원시 주상복합단지 ‘앨리웨이 광교’에서 배송 로봇이 횡단보도를 건너는 모습. (현대자동차그룹 제공)
최근 배송료 인하 대안으로 꼽히며 주목받는 배송 로봇 등도 AMR로의 패러다임 전환이 이뤄낸 결과물이다. 다만 배송 로봇은 서빙봇, 조리 로봇과 비교하면 시장이 형성된 상태는 아니다. 이제야 개발에 속도가 붙고 있는 단계다.

특히 지금까지 개발 방해 요소로 꼽히던 법적 규제가 완화될 가능성이 높아지면서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배송 로봇은 현행 도로교통법에 의해 개발이 제한돼왔다. 현행 도로교통법은 로봇을 차로 분류한다. 이 때문에 규제샌드박스로 임시 허가를 받은 지역을 제외하면 로봇의 인도 주행은 불가하다. 이에 지난해 8월, 국회에 로봇의 인도 주행을 허용하는 개정안이 발의됐다. 정치권에서도 로봇 규제 완화에 적극적이다. 업계에서는 올해 개정안이 통과될 것으로 보고 있다.

로봇 밸류체인 핵심 ‘구동용 부품’

日에 밀렸던 韓 소부장, 기지개 켤까

급성장하는 로봇 산업을 떠받치는 건 부품 산업이다. 보통 완제품 로봇 1대를 만들 때 필요한 부품은 ‘구동용 부품(감속기·서보모터)’ ‘제어기(컨트롤러)’ ‘구조용 부품(엔드이펙터)’ ‘센서’ ‘소프트웨어’ 5가지다. 이 중에서도 핵심은 구동용 부품이다. 로봇 원가의 절반을 구동용 부품이 차지하기 때문이다.

구동용 부품은 크게 서보모터(Servo-motor)와 감속기로 나뉜다. 서보(Servo)는 라틴어의 노예(Servus)라는 단어에서 유래됐다. 서보모터는 설계자 의도에 맞게 위치와 속도를 제어한다는 의미다. 감속기는 모터에 결합돼 출력 회전수를 조절하는 부품이다. 특히 로봇에는 ‘하모닉’ ‘RV’로 불리는 정밀 감속기가 적용된다.

LG전자 테네시 가전 공장 물류 로봇. (LG전자 제공)
신한투자증권에 따르면 2020년 기준 글로벌 서보모터 시장과 정밀 감속기 시장 규모는 각각 18조원, 5조원 정도다. 이 시장은 지금까지 일본의 독차지였다. 서보모터 시장의 경우 화낙, 야스카와전기, 미쓰비시전기 등 일본 기업이 전체 점유율의 50% 이상을 확보하고 있다. 일본 기업들은 정밀 감속기 시장에서도 하모닉 타입이 80%, RV 타입이 70%를 차지한다.

국내 소부장(소재·부품·장비) 기업도 감속기를 중심으로 로봇 부품 시장에 뛰어들었지만, 지금까지는 역부족이었다. 일단 국내 수요가 많지 않았던 탓에 납품처를 구하기 힘들었다. 최근 국내에서도 로봇 산업이 탄력을 받으면서 달라진 분위기가 감지된다.

국내 로봇 부품 대표 주자는 에스비비테크와 에스피지다. 두 회사는 각각 2013년, 2019년 정밀 감속기 국산화에 성공했다. 지금까지는 이렇다 할 실적을 내지 못했다. 특히 에스비비테크는 지난해 영업손실 18억원을 기록, 적자를 냈다. 하지만 올해 국내 로봇 시장 성장에 힘입어 본격적인 실적 개선에 나설 것이라는 게 증권가 평가다. 이미 수요 증가에 대비해 생산능력(CAPA)을 늘리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양승윤 유진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감속기 국산화 니즈가 확대됨에 따라 국내 감속기 업체인 에스피지와 에스비비테크 납품 실적 확대가 기대된다”며 “양 사는 올해 감속기 생산 역량을 5만대로 확장할 예정인데, 수요 증가에 대비하는 모습”이라고 설명했다.

구동용 부품과 함께 로봇 완제품의 핵심으로 평가받는 제어기 부문에서도 국내 기업 약진이 눈에 띈다. 제어기는 모터 사용 기계의 구동 제어를 담당한다. 슈나이더일렉트릭, 화낙, 미쓰비시전기, 지멘스 등 해외 기업이 주도하고 있다. 다만 최근 알에스오토메이션, 아진엑스텍 등 국내 기업들이 시장에서 존재감을 드러낸다.

알에스오토메이션은 지난해부터 수출 비중도 늘리고 있다. 지난해는 미국 최대 자동화 공급 업체 로크웰오토메이션과 630억원 규모 제어기 공급계약을 체결하기도 했다. 2022년 3분기 누적 기준 수출 비중은 21.1%로 나타났다.

오강호 신한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올해 알에스오토메이션 영업이익을 42억원으로 내다봤다. 지난해 영업이익(19억원) 대비 121% 증가한 수치다. 오 애널리스트는 “글로벌 로봇 모션 제어기 업체로의 성장이 기대된다”고 평가했다.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2202호 (2023.03.29~2023.04.04일자)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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