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락가락하는 관점, 유체이탈 화법… 축구협회 '16강 사면' 입장문 보니

김정용 기자 2023. 3. 29. 23:07
자동요약 기사 제목과 주요 문장을 기반으로 자동요약한 결과입니다.
전체 맥락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본문 보기를 권장합니다.

대한축구협회가 큰 논란을 낳은 징계 축구인 100명 사면 조치에 대한 입장을 밝혔지만, 입장문의 설득력을 떠나 글 자체에 모순과 유체이탈 화법이 자주 등장한다는 문제점이 눈에 띈다.

축구협회는 29일 공식 홈페이지를 통해 'Q/A 이사회 축구인 사면 의결에 대하여'라는 입장문을 냈다.

음성재생 설정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풋볼리스트] 김정용 기자= 대한축구협회가 큰 논란을 낳은 징계 축구인 100명 사면 조치에 대한 입장을 밝혔지만, 입장문의 설득력을 떠나 글 자체에 모순과 유체이탈 화법이 자주 등장한다는 문제점이 눈에 띈다.


축구협회는 29일 공식 홈페이지를 통해 'Q/A 이사회 축구인 사면 의결에 대하여'라는 입장문을 냈다. 이난 지난 28일 대한민국과 우루과이의 A매치 직전 서울 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이사회에서 결정된 사면 조치에 대해 축구팬들의 반발이 거세자 해명하는 차원에서 나온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한 단체가 내놓은 한 편의 입장문인데도 각 단락이 상충되는 내용을 담은 대목이 잦다. 승부조작 가담자를 사면하는 이유를 밝히는 대목이 대표적이다. 사면의 이유로 이미 처벌을 받은 뒤 오랜 시간이 지난 점, 이들 중 일부는 한국프로축구연맹에서도 징계 감경 건의를 한 적 있다는 점 등을 거론했다. 전체 사면의 이유를 밝힐 때는 축구인들의 수년에 걸친 징계 감경 요청, 충분한 반성이 이루어진 징계 대상자들에게 재기의 기회를 부여하는 취지라고 밝혔다. 이는 관용을 베풀겠다는 뜻으로 요약된다. 애초에 사면은 관용의 행위다. 그런데 "승부조작 행위는 스포츠 정신의 근간을 해하는 범죄적 행위로 관용의 대상이 될 수 없다," "혹시라도 이번 사면으로 승부조작에 대한 기본 입장이 조금이라도 변경됐다는 오해를 받지 않도록 예의주시할 것"이라는 말을 동시에 하고 있어 관용에 대한 입장이 오락가락한다.


승부조작 가담자들이 축구인으로 돌아올 수 있는지 여부에 대해 밝힐 때도 자기모순에 빠져 있다. 자격정지 1년 이상의 징계처분을 받은 기록이 있는 자는 지도자, 심판 등으로 뛸 수 없기 때문에 "이들이 프로축구 현장에서 선수 및 지도자로 복귀하는 것은 사실상 어렵다"고 했다. 그런데 뒤이어 "이들에게 한국축구발전에 기여할 기회를 다시 한 번 주기로 한 결정을 이해하여 주시기 바란다"고 말하고 있다. 협회 입장에 따르면 사면은 실효가 없으므로 이들에게 기회를 줄 수 있다는 말과 충돌한다. 게다가 축구협회에 등록될 필요가 없는 축구교실, 개인강습, 순수 아마추어 축구대회 등의 방식으로는 이미 승부조작 가담자들이 활동한 사례가 있다.


축구협회 규정에 대해 이야기할 때 마치 제3자처럼 해석의 여지를 열어놓은 점은 일종의 유체이탈 화법으로 보인다. 축구협회는 사면 대상자들이 지도자, 심판 등 축구계에서 활동하는 건 "사실상" 불가하다는 표현을 두 번 썼다. 확실히 불가한 건지, 아니면 규정상 가능한 측면이 있는 건지, 해당 규정을 만들고 집행하는 주체이면서도 마치 해석하는 입장처럼 썼다.


또한 사면의 당위성과 필요성을 대중에 설득하는 면에서도 이미 실패한 것으로 보인다. 온라인에서는 입장문 발표 후 약 1시간 만에 분노하거나 비아냥대는 여론이 형성되고 있다. 축구협회는 사면의 이유를 말하며 다시 한 번 "축구협회 창립 90주년"과 "월드컵 10회 연속 진출 및 2022 카타르 월드컵 16강 진출"을 가장 먼저 꺼냈다. 16강 진출과 징계자 사면 사이에 아무런 관련도 없다는 비판을 받은 뒤지만, 더 납득할 만한 설명은 없었다.


사진= 대한축구협회 제공

Copyright © 풋볼리스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