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단 두른 江山에 출렁이는 봄기운

남호철 2023. 3. 29. 18: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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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과 신록의 고장 충남 금산
금강을 가로지르는 충남 금산군 제원면 월영산 출렁다리가 야간 조명에 분홍 진달래가 더해져 화려한 풍광을 펼쳐놓고 있다. 출렁다리 뒤로 인공폭포를 갖춘 부엉산 아래 원골유원지가 자리한다.


‘비단뫼’로 불리는 충남 금산(錦山)엔 ‘비단강’인 금강이 휘돌아 흐르며 곳곳에 아름다운 풍경을 펼쳐놓았다. 특히 봄날에는 꽃과 신록으로 비단을 두른다. 볼거리와 먹거리가 많고 특히 인삼으로 유명한 고을이다.

금산의 고장으로 만들어준 곳이 남쪽에 병풍처럼 솟아 있는 진악산(進樂山·732.3m)이다. 진악산은 충남에서 서대산, 대둔산, 계룡산에 이어 네 번째로 높은 산이다. 곳곳에서 암벽, 또는 암릉과 마주하게 된다. 산행 들머리로는 정상 북서쪽 수리넘어재 북쪽 양지리 진악산휴게소(일명 광장)가 인기다.

수리넘어재는 옛날 남이면과 금산읍 주민들이 ‘수레’를 끌고 넘나들던 고개였다. 본래 이름은 ‘수레너미재’이지만 국립지리정보원 발행 지형도에 ‘수리넘어재’로 표기되면서 모든 등산안내도와 안내 푯말에 수리넘어재로 굳어버렸다. 좁았던 고갯길은 1984년 자동차가 다니는 2차선으로 개통되면서 ‘진악로’가 됐다.

등산로옆에서 사람 옆 모습으로 반기는 얼굴바위.


이곳에서 오르면 정상 직전에 사람 옆 모습을 닮은 얼굴바위가 반긴다. 이곳을 지나면 왼쪽 아래로 관음굴로 이어진다. 깎아지른 절벽 가운데 폭 3m, 길이 4m쯤 되는 자연 석굴이다. 관음굴과 산 아래 조성된 개삼(開蔘)터에 전해오는 이야기가 있다.

진악산 관음굴에서 개삼터를 내려다보는 등산객.


1500여 년 전 강씨 성을 가진 선비가 진악산 아래 마을에서 홀어머니를 모시고 살았다 한다. 그런데 홀어머니가 병에 걸려 거동이 어렵게 되자 효성이 지극했던 강 선비는 관음굴에 들어가 모친의 병을 낫게 해달라고 빌었다. 이때 꿈속에 산신령이 나타나 ‘관앙불봉 암벽을 살펴보면 빨간 열매 세 개가 달린 풀이 있을 것이니 그 뿌리를 달아 드려라. 그러면 어머니 병이 나을 것이다’라고 했다.

강 선비는 곧바로 산신령이 알려준 암벽을 찾아가 꿈속에서 전해 들은 풀을 찾게 됐고, 그 풀뿌리를 캐어 어머니께 달여 드린 결과 어머니의 병이 완치됐다고 한다. 그 후 강 선비는 그 신비로운 풀 씨앗을 성곡리 개안(開眼)마을에 심기 시작했다. 그 풀뿌리 모습이 사람을 닮아 인삼이라 부르기 시작했다고 한다. 이때부터 인삼 씨앗이 처음으로 눈을 뜬 곳이라 해 개안마을이라 했고, 처음으로 인삼을 심은 곳이라는 뜻에서 개삼터라고 부르게 됐다.

산불감시초소와 전망대가 설치된 진악산 정상에 서면 ‘일망무제’의 경관이 펼쳐진다. 멀리 서대산 천태산 월영봉 갈기산 대둔산 계룡산 등이, 발아래 금산읍 등이 한눈에 들어온다. 남이면 성곡리 개삼터공원은 최초 인삼 재배지로 테마공원이 조성돼 있다. 인삼 조형물과 6년근 인삼이 되기까지의 성장 과정이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조형물과 안내문이 설치돼 있다. 강 선비가 살던 초가집도 복원돼 있다. 가족 또는 산행객들이 잠시 쉬어 가기에 좋다.

금산에서 최근 유명해진 산은 제원면 천내리의 월영산(月迎山·528.6m)과 부엉산(429m)이다. 지난해 이곳에 금강을 가로지르는 ‘월영산 출렁다리’가 개통됐다. 맑은 물과 수려한 경치로 알려진 금강 상류의 깎아지는 듯한 암벽에 설치한 출렁다리는 빼어난 조망과 금강의 절경을 한눈에 보는 다리로 알려지면서 많은 발걸음을 불러들였다.

월영산 출렁다리는 높이 45m에 길이 275m, 폭 1.5m로 설치된 무주탑 방식의 다리다. 무게 70t을 견딜 수 있어 최다 1500명까지 동시에 통행할 수 있다. 대형 태풍급인 초속 61.3m의 풍속에도 안전에 이상이 없도록 설계됐다. 다리는 하절기(3~10월)는 오전 9시부터 오후 6시까지, 동절기(11~2월)는 오전 9시부터 오후 5시까지 개방한다. 매주 수요일은 시설 점검을 위한 정기 휴무일로 출렁다리를 건널 수 없다. 5월 1일부터는 휴무일이 월요일로 변경된다. 입장료도 주차료도 무료다.

출렁다리가 생기기 이전에 월영산과 부엉산은 별개의 산이었다. 월영산은 갈기산과, 부엉산은 천태산과 연계한 산행 코스였다. 두 산을 연결하는 출렁다리가 놓이면서 양측을 잇는 종주 산행도 많이 한다.

부엉산엔 인공폭포가 시원하게 떨어진다. 부엉산에 바로 붙어 있는 산은 자지산(紫芝山·467.2m)이다. 붉은색 지초(영지버섯)가 많이 난데서 유래된 지명이다. 산성이 있어 성재산, 임진왜란 때 중봉 조헌 선생이 의병과 함께 싸워 그의 호를 따 중봉산으로도 불린다. 현재 산성은 무너져 성의 흔적만 일부 남아 있다.

산벚꽃이 만발하면 볼 수 있는 보곡산골 전경.


서대산과 천태산에 아늑하게 안긴 마을이 군북면 보곡산골이다. 보광리, 상곡리, 산안리 세 마을 이름에서 한 글자씩 따서 지어졌다. 이들 마을에 걸쳐진 산자락 전체가 국내 최대의 산벚나무 자생지 중 하나다. 4월이면 산벚꽃이 흐드러지게 핀다. 조팝나무, 진달래, 생강나무 등도 더해져 꽃대궐을 이룬다. 4월 15~16일 축제가 예정돼 있다.

여행메모
일몰 이후 월영산 출렁다리에 야간 조명
인삼 넣은 어죽과 매콤·고소 도리뱅뱅이

충남 금산의 진악산이나 월영산 출렁다리는 통영대전고속도로 금산나들목에서 빠지면 편하다. 보곡산골은 추부나들목에서 가깝다.

수리넘어재 진악산휴게소(광장)는 무료 주차장을 갖추고 있다. 진악산 안내도, 먼지떨이기(에어건) 등도 마련돼 있다. 길 건너 데크 계단이 들머리다. 주차장에서 정상과 관음굴을 둘러보고 돌아오는 데 약 4.6㎞에 3시간가량 소요된다. 관음굴은 주 등산로에서 170m 떨어져 있다. 주차장에서 정상을 지나 보석사까지 이어지는 종주 코스와 개삼터 공원에서 출발하는 원점회귀 코스도 있다.

월영산 출렁다리에는 오후 6시30분쯤부터 1시간 정도 야간 경관 조명이 들어온다. 인근 원골유원지 부엉산 인공폭포는 오전 11시부터 오후 4시까지 가동된다. 금강이 흐르는 원골유원지는 강에서 잡은 민물고기와 인삼을 넣어 걸쭉하게 끓인 어죽과 피라미를 프라이팬에 빙 둘러놓고 바삭하게 구운 뒤 고추장 양념을 발라 고소하면서도 매콤한 도리뱅뱅이가 유명하다.

금산=글·사진 남호철 여행선임기자 hcnam@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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