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아과 간판 내립니다” 고개숙인 소아과선생님의 호소
“진료비 낮은데 정부 대책 없어…인력난 심화”
복지부 “긴급대책반 구성해 점검”
소아청소년과(소청과) 전문의들이 29일 낮은 수가(진료비)와 코로나19로 인한 진료량 급감으로 인한 수입 감소 등으로 더 이상 운영할 수 없다며 ‘폐과’를 선언했다.
임현택 대한소아청소년과의사회 회장은 이날 오전 서울 용산구 대한의사협회 회관 4층 대회의실에서 ‘소아청소년과 폐과와 대국민 작별인사’ 기자회견을 열고 “아픈 아이들을 고쳐 주는 일을 천직으로 여기고 살아왔지만, 오늘 자로 대한민국에서 소청과라는 전문과는 간판을 내릴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그는 “소청과 전문의들은 한없이 참담한 심정으로 이 자리에 섰다”고 말하며 “이 나라에서 아이들을 진료하면서 소청과 전문의로는 더 이상 살 수 없는 처지에 내몰렸다”고 호소했다.
소청과는 국내 의료수가 체계상 비급여 항목이 거의 없고 환자가 어린이여서 진찰 외에 추가로 할 수 있는 처치와 시술도 찾기 힘들다. 사실상 수익을 진찰료로만 낼 수 있다는 의미다.
임 회장은 “소청과의 유일한 수입원인 진료비는 사실상 30년째 동결됐고 동남아 국가의 10분의 1이어서 더 이상 버틸 수가 없다”고 말했다.
이런 가운데 유일한 비급여 시술이었던 소아 예방접종조차 국가필수예방접종(NIP) 사업으로 포함돼 수입원에서 사라졌다.
임 회장은 “지금 상태로는 병원을 더 이상 운영할 수가 없다”면서 “지난 10년간 소청과 의사들의 수입은 25%가 줄었고 그나마 지탱해주던 예방접종은 100% 국가사업으로 저가에 편입됐고, 국가 예방접종 사업은 시행비를 14년째 동결하거나 100원 단위로 올렸다. 예방접종(수입)은 아예 없어졌다”고 토로했다.
이어 “심지어 올해 국가 필수 예방접종에 마지막으로 편입된 로타바이러스 장염 백신 접종은 기존 소청과에서 받던 가격의 40%만 받도록 질병청이 강제하고 있다”고 말했다.
임 회장은 “인턴들이 소청과를 전공하면 의대만 나온 의사(의대 졸업 후 의사 면허를 취득한 일반의)보다도 수입이 적다”면서 “동네 소청과 의원은 직원 두 명의 월급을 못 줘서 한 명을 내보내다가 한 명 남은 직원의 월급마저도 못 줘서 결국 지난 5년간 662개가 폐업했다”고 말했다.
이로 인해 인턴의 소청과 지원 기피 현상도 심화했다. 이는 전공의와 세부 전문의 인력난으로 이어지고 있다. 그는 “소청과 뿐 아니라, 소아외과, 소아흉부외과, 소아신경외과, 소아마취과, 소아정형외과 등 소아를 진료하는 모든 의료 영역의 의사들이 더는 버틸 수가 없는 형편”이라고 호소했다.
그러면서 주무부처인 보건복지부의 정책적 보완이 미흡하다고 꼬집었다.
그는 “정책을 세우고 실행하는 복지부는 대통령의 뜻을 뒷받침하고 무너지고 있는 소아청소년 의료 인프라를 바로 세우는 정책이 아닌 오히려 미흡하기 그지없는 정책들을 내놨다”며 복지부 정책을 ‘빈껍데기’라고 비판했다.
앞서 윤 대통령은 지난달 “의사가 소아과를 기피하는 것은 정부 정책이 잘못된 탓”이라며 대책 마련을 복지부에 지시했다.
이에 복지부는 소아청소년과 의료기관 등에 대한 보상 강화와 소아 응급 진료 기능 강화 등을 담은 소아 의료체계 개선대책을 내놓았다. 그러나 임 회장은 이 같은 정책이 문제 해결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임 회장은 “인턴들이 소청과를 지원하도록 만들고, 대학병원 소청과 교수들이 사직 없이 보람을 갖고 계속 일하도록 만들 수 있는 대책인가 살펴보면 전혀 그렇지 않다”면서 “복지부, 질병청, 기재부가 아이들을 살리는 대책이 아니라 이에 반하는 대책들만 양산하고 있다면 소청과에 더 이상 희망은 없다는 데 의사들이 의견의 일치를 봤다”고 말했다.
복지부는 이날 소청과 전문의들의 폐과 선언 이후 긴급대책반을 구성하겠다는 입장이다.
임인택 보건복지부 보건의료정책실장은 이날 “(대한소아청소년과의사회 폐과 선언과 관련) 국민들의 소아 의료 이용에 피해가 가지 않도록 긴급대책반을 구성해 상황을 점검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오기영 인턴기자 onlinenews1@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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