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삶,나의 신앙]원우현(19)“인생 참 살만 하구나…” 깊이 느낀 하루였다

유영대 2023. 3. 29. 17: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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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언론법 개척자’ 원우현 온누리교회 사역장로
제자 대전 환송예배와 미디어학부 교우회 신년 모임.
경희대 제자 고 조영숙(오른쪽)과 함께.


새해 벽두부터 가슴이 답답했다. 첫 사랑과 같은 경희대 교수 시절 제자, 조영숙 집사의 아내가 1월 9일 보낸 소식 때문이다.

‘제 남편 조영숙 집사가 힘든 투병 생활을 잘 마치고 오늘 주님의 품에 안겼습니다. 고인의 뜻에 따라 빈소는 마련하지 않고, 대전 을지대학병원 장례식장에서 1월 11일(수) 오전 10시, 10시30분에 입관예배, 발인예배가 거행됩니다.’

곧장 선한 싸움 잘 마치고 떠난 제자의 발인예배에 참석하기로 했다.

경희대 제자들과 고인을 추모하는 오찬 모임. 가운데 필자.


1976년 고려대로 직장을 옮긴 후에도 선친 원치승 하관식을 지키던 당시 조영숙 이원구(70년 입학) 제자를 기억하기 때문이다.

이원구 사장이 오전 6시 서울 가양대교 인근에서 나와 최규섭(65학번) 사장을 픽업했다.

그날 경부고속도로의 교통 체증으로 오전 10시 5분에야 장례식장에 도착했다.

장례식장은 조문객으로 만원이었다.

고인의 출석 교회, 대전문인협회, 대전 웰다잉(Welldying) 상담소, 경희대 신방과 동창 등 고인이 활약하던 단체나 교회 관계자들이 많이 몰려든 것이다.

돌이켜 보면 그는 일생을 겸손하고 신실한 자세로 살았다. 상대방을 존중하고 배려하는 사람이었다.

풍성한 삶의 향기가 울려 퍼지는 영면의 자리였다.

공교롭게도 그렇게 경희대 제자가 하늘로 떠난 날 저녁, 고려대 미디어학부 교우회 신년하례 모임이 예정돼 있었다.

지난 해 12월 고려대 미디어학부 교우회 윤석암 총동창회장이 직접 전화로 나를 초청했고 기꺼이 응락했었다.

대전에서 올라 오면서 촉박한 시간 중 집에 들려 옷을 갈아 입었다.

제자를 애도하는 마음의 무게를 안은 채 미디어학부 신년 모임으로 달려갔다.

고려대 신문방송학과 언론학부, 미디어학부 졸업생들이 많이 와 있었다.

올 초 고려대 미디어학부 교우회 신년 모임에 참석했다.


고려대 미디어학부 건물 크림슨 홀을 꽉 메웠다.

행사장에 들어서니, 30여년 안암골 교수 생활이 순간 되살아난 기분이었다.

축제 분위기 속에 서로 인사를 나눴다. 이후 잘 짜여진 회의 순서가 진행됐다.

마침내 내 인사 차례가 와서 마이크를 잡았다. 즐거운 마음으로 짧게(?) 감회를 전했다.

“원우현 명예교수입니다. 저는 1976년 9월부터 2007년 9월까지 31년 간 미디어 학부에 봉직했습니다.

오늘 아침엔 경희대 재직시절 제자 조영숙 집사의 대전 천국환송예배에 다녀왔습니다.

그의 부인과 동창들과 슬픔을 나누고 천국 소망으로 위로하고 왔습니다.

사별한다는 것은 언론학 용어로 ‘페이스 투 페이스 커뮤니케이션’(face to face communication)의 단절을 의미합니다.

즉 이 세상에선 서로 얼굴과 얼굴을 맞대고 얘기를 나누기가 불가능하다는 의미입니다.

그런 의미에서 저는 명예교수로서 오늘 이 순간,고대 교우회 신년 모임에 참석하여 여러분 고려대 미디어 학부 졸업생들과 만나는 특권을 누리고 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여러분은 어떠신지요.

모처럼 같은 시간과 공간을 공유하면서 얼굴과 얼굴을 맞대고 인사를 나눌 수 있는 이 순간 이 공간이 얼마나 소중히고 감사한지 모르겠습니다.

여러분의 얼굴을 한 분 한 분 대면할 때마다, 교수로 31년 안암골 생활을 회상하면서 저 자신의 정체성을 다시금 확인하게 됩니다.

엊그제 홍일식 전 총장님의 ‘오직 고려대학교’ 신간을 흥미롭게 읽었습니다.

그 책 내용 중에 현민 유진오 선생님이 조지훈 교수께 교가 작사를 부탁하시면서 ‘자유, 정의, 진리’와 ‘마음의 고향’을 가사에 넣는 걸 고려하라고 하셨답니다.

여러분 중에 혹시 작사 작곡은 누가 했는지 아는 교우가 있는지요?

무명의 양정중 음악교사인 윤이상 선생님이셨답니다.

지금도 제 머릿 속에 고려대하면 ’마음의 고향’(자유, 정의, 진리)란 어휘가 먼저 떠오르는 이유를 찾은 셈이지요.

여러분. 올해 2013년이 검은 토끼 띠의 해인 걸 다 아시지요.

‘깡충깡충 뛰면서 어디로 가느냐’

산토끼 노래 부를 나이는 지났지만 각자 응원가 부를 때처럼 나를 따라 절도있게 외칩시다.

모두 힘차게 제가 ‘자유 정의 진리’를 선창하면, 즉시 ‘껑충 껑충 껑충’을 힘차게 합창 합시다.

자유를 위해 (껑충), 정의가 구현 되도록(껑충), 진리 탐구를 위해(껑충)

마음의 고향인 고려대의 비약적 발전을 소망하면서 다같이

(고려대 껑충껑충 하늘로 솟아라)

우리 민족의 기둥이요, 한국 미디어 발전의 동량인 고려대 신문방송학과 졸업생들이 모인 교우회 신년 하례식에 축배를 듭시다.

우리 함께 동심으로 어울립시다.

2023년 토끼의 해에 미디어학부 교우 여러분.

한 사람 한 사람 자신의 비전을 향해 껑충껑충 뛰면서 일취월장하는 새해가 되길 축원합니다.

대한민국과 고려대학교가 함께 도약하는 2023년이 되길 기원합니다. 감사합니다.”

제자들과 악수하고 추억의 대화를 나누면서 “인생 참 살만 하구나….” 깊이 느낀 하루였다.

“진리를 알지니 진리가 너희를 자유케 하리라.”(요 8:32)

“내가 선한 싸움을 싸우고 나의 달려갈 길을 마치고 믿음을 지켰으니 이제 후로는 나를 위하여 의의 면류관이 예비되었으므로 주 곧 의로우신 재판장이 그날에 내게 주실 것이니 내게만 아니라 주의 나타나심을 사모하는 모든 자에게니라.”(디후 4:7~8)

정리=유영대 종교기획위원 ydyoo@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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