與 싱크탱크 이끄는 박수영 “총선 예측 틀리면 여연 문 닫겠다” [스팟인터뷰]
1995년 민주자유당 시절 한국 정당 최초의 정책 연구소(싱크탱크)로 문을 연 여의도연구원(2013년 ‘여의도연구소’에서 ‘여의도연구원’으로 개칭)은 과거 정확한 선거 결과 예측으로 명성을 날렸다. 당시만 해도 주먹구구 전망이 횡행하던 때에 선진 여론조사 기법을 도입해 정확한 분석을 해내서 다른 정당의 부러움을 사곤 했다.
그러나 과거의 영광에만 머물러서였을까. 자동응답(ARS) 방식의 여론조사는 정확도가 점점 떨어졌고 지난해 3·9 대선 땐 실제 결과(0.73% 포인트 차 신승)와 동떨어진 두 자릿수 포인트 차 승리를 전망해 무용론까지 제기됐다.
국민의힘뿐 아니라 윤석열 정부의 명운이 걸린 내년 4월 총선을 1년여 앞두고 김기현 대표는 지난 27일 여연 원장에 박수영(부산 남구갑) 의원을 임명했다. 서울대 법대와 미국 하버드대 정책대학원을 졸업한 그는 행정고시 합격 이후 30여년 관료 생활을 한 엘리트다. 김 대표는 “여연 개혁의 적임자”라며 삼고초려 끝에 그를 등판시켰다.
옛 명성의 회복을 넘어 새로운 시대에 걸맞는 정책 어젠다 개발 임무를 맡은 박수영 원장은 지난 28일 여연 사무실에서 진행된 중앙일보 인터뷰에서 “폐족(廢族) 위기에 처한 여연을 뼛속까지 고치기 위해 혁신할 것”이라며 “내년 총선 예측의 정확성을 높이기 위해 빅데이터 센터를 설립하고 외부 전문가를 센터장으로 임명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내년 총선 예측도 틀리면 여연 문을 닫겠다”고 강조했다. 다음은 주요 일문일답.
Q : 여연의 문제가 뭔가.
A : “설립된 지 28년이 지났고 그동안 사회가 많이 변했는데 그 흐름을 따라잡지 못했다. 예전처럼 여연 소속 박사 10~20명이 한국 사회를 다 파악하는 게 어려워졌다. 이제 외부 인사, 기관과 유기적으로 협업해서 혁신에 혁신을 거듭할 예정이다.”
Q : 여론조사 정확도 회복 방안은.
A : “여연만의 조사 노하우를 계승·발전시키는 한편 사설 여론조사 업체에도 조사를 맡겨서 우리 쪽 수치와 더블 체크를 할 계획이다. 빅데이터 센터는 여론조사의 빈틈을 메워주는 역할로 여야 통틀어 정당엔 처음 생기는 것이다.”
Q : 빅데이터가 어떤 도움이 되나.
A : “일반 여론조사에선 응답자가 신분을 속이거나 특정 계층이 과표집될 우려가 있다. 그런데 코드를 짜서 프로그래밍을 돌리면 커뮤니티나 댓글 등 온라인 반응을 모두 수집할 수 있다. 지난 대선 때도 빅데이터를 활용한 사설 업체만 정확히 맞췄다.”
정치권에선 빅데이터를 선거에 활용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2020년 4월 총선 때 민주당 싱크탱크 민주연구원(당시 원장 양정철)이 KT 등 통신 3사로부터 가입자 위치정보 기록을 받아 선거 유세에 활용해 효과를 봤다. 여연 관계자는 “민주당은 오프라인 유세에 일시적으로 활용한 것이고, 우리는 온라인에서 수시로 데이터를 수집·분석할 기관을 공식 설치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Q : 정책 개발 강화 방안은.
A : “중도 확장에 중점을 두고 정책을 개발할 것이다. 이를 위해 인력에 관한 정책 네트워크도 계획 중이다. 삼성연구소 소속이든 국책연구소 소속이든 뛰어난 연구자가 있다면 언제든 초빙해서 같이 토론하는 그런 네트워크다.”
Q : 최근 민주당에 밀리는 국민의힘 지지율은 어떻게 보나.
A : “전당대회에서의 내홍이 후유증으로 작용했지만 지지 흐름을 보면 하락추세가 멈췄다. 이제 바닥을 다지는 중이고 유(U)자형 반등이 시작되리라 본다. 김기현 대표는 특정 이벤트로 지지율을 올리는 스타일이 아니라 천천히 따박따박내실 있는 지지율을 쌓는 사람이다.”
Q : 특히 20·30세대의 이탈이 심했는데.
A : “주 69시간 노동에 대한 야당의 거짓 프레임이 작용했다. 민주당 식으로 주장하면 현행 제도는 주 129시간 노동제다. 그런데 교묘하게 주 52시간과 주 69시간을 비교하면서 가짜뉴스가 탄생했다. 우리 역시 민주당 프레임에 제대로 대응 못 했다. 이를 반면교사 삼아야 한다.”
박 원장은 지난 대선 때 윤석열 캠프 경제공약단장을 맡았고 당선 후엔 특별보좌역을 맡아 대통령실과 소통이 원활한 의원으로 꼽힌다. 초선이지만 그가 여연 원장을 맡자 “여연에 힘이 실릴 것”이란 당내 평가가 나온 이유다. 박 원장은 “지도교수였던 고(故) 박세일 의원이 원장(2004~2005년)을 맡았을 때가 여연의 전성기였다”며 “그 명성을 되찾겠다”고 말했다. 그는 “여연의 기능 확대를 위해 부원장에 현역 의원을 임명하는 방안도 검토 중”이라고 덧붙였다.
김준영 기자 kim.junyou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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