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尹, 日교과서 직접 항의하라"는 민주당…4년전 文도 그건 안했다
더불어민주당이 29일 일본의 초등학교 교과서 검정 승인에 대한 우리 정부 대응이 무능하다면서 “윤석열 대통령이 기시다 총리에게 직접 항의하라”고 촉구했다. 일본의 독도 영유권 주장을 강화하고 일제 강점기 조선인 징병의 강제성을 희석하는 내용이 담긴 초등학교 교과서의 검정 심사를 일본 문부과학성이 승인한 데 대해 ‘윤석열 정부 무능론’을 재차 꺼낸 것이다. 하지만 외교가에서는 4년 전 같은 문제에 대한 문재인 정부의 대응 역시 현재와 별반 다르지 않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재명 민주당 대표는 이날 오전 열린 당 최고위원회의서 일본의 교과서 검정 승인 문제에 대해 “정부의 잘못도 크다”며 “굴욕적인 퍼주기 외교로 일본에 마음대로 해도 된다는 신호를 보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정부는 모든 방법을 총동원해서 일본의 도발에 맞서야 한다”며 “대통령이 문제를 풀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박홍근 원내대표도 이날 최고위서 “우리 정부는 매뉴얼로 대응하듯 유감 표명과 대사 대리 초치로 그쳤다”며 “무능 대처로 얼렁뚱땅 넘길 요량은 말고 주일대사 소환을 비롯한 실효적이고 강력한 외교 조치를 총동원할 것을 분명히 요구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이번 일은 절대 묵과할 수 없는 만큼 윤석열 대통령도 기시다 총리에게 직접 항의하고 철회를 요구하라”고 촉구했다.
민주당 대일외교굴욕대책위원회도 이날 오전 기자회견을 열고 “일본의 역사교과서 왜곡 참사에 대한 책임을 통감하고 국민 앞에 사죄하라”며 윤 대통령의 사과까지 요구했다. 위원장인 김상희 의원은 기자들에게 “역대 정권은 굉장히 강력하게 대응했다”며 “만일 일본에서 실효적인 조치가 나오지 않는다면 우리 정부 입장에서 어떻게 할 건지 분명하게 밝히는 게 도리”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독도에 대한 왜곡 기술이 강화됐던 4년 전 일본 초등학교 교과서 검정 승인 때 문재인 정부의 대응도 지금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2019년 3월 28일 일본 문부성이 “다케시마는 일본 고유의 영토” 같은 표현이 담긴 교과서를 검정 승인했을 때, 문재인 정부는 외교부 대변인 성명을 내고 이태호 당시 외교부 2차관이 나가미네 야스마사(長嶺安政) 당시 주한 일본대사를 외교부로 초치해 항의했을 뿐, 그 외 추가 조치는 없었다.
문재인 전 대통령이 일본 총리에게 이 문제를 직접 항의하거나, 우리 국민에게 사죄한 일 역시 없었다. 문 전 대통령은 오히려 일본 교과서 검정 승인 당일 청와대 영빈관으로 외국인 투자기업 관계자들을 불러 간담회를 가졌는데, 이 자리에서 한·일 관계에 대한 우려를 나타낸 일본 기업인을 달래며 “경제적 교류는 정치와 다르게 봐야 한다”고 밝혔다.
진창수 세종연구소 일본연구센터장은 “정부가 더 강력하게 항의한들 일본의 정책 방향을 바꿀 수는 없다는 것이 자명하기 때문에 문재인 정부뿐 아니라 노무현·이명박 등 역대 정부가 일본 역사교과서 문제에 대응하는 방식은 항상 같은 수준이었다”며 “더 강하게 대응할 게 아니라 오히려 민간 영역에서의 양국 교류를 늘려 우리 역사학계 의견이 일본 사회에 제대로 전달되도록 하는 장기적 접근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정용환 기자 jeong.yonghwan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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