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하이닉스 부회장 "中 장비 수출규제 유예신청 또 할 것…시간 벌어야"(종합)

김평화 2023. 3. 29. 13: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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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하이닉스 제75기 정기 주총 개최
경기 이천 본사서 진행…50여명 주주 참석
의장 맡은 박정호 SK하이닉스 부회장
"시장 반등 요소 많다…솔리다임 시너지 기대"

SK하이닉스가 정기 주주총회를 개최하고 올해 사업 계획을 구체화했다. 박정호 SK하이닉스 부회장은 거시 경제 악화로 사업 환경이 좋지 않지만 생산 비용 최적화와 함께 기술 경쟁력을 높이겠다는 다짐을 밝혔다. 기술 우위가 성과로 나타날 수 있도록 사업을 재정비하면서 지정학적 리스크 해소에도 힘쓰겠다는 계획도 더했다.

SK하이닉스는 29일 오전 경기 이천에 있는 본사 수펙스(SUPEX) 센터에서 제75기 정기 주주총회를 개최했다. 이 자리에는 의장을 맡은 박정호 SK하이닉스 사장을 포함해 곽노정 SK하이닉스 사장, 김동섭 SK하이닉스 사장, 윤태화 SK하이닉스 감사위원회 위원장 등 주요 임원이 참석했다.

이날 주총은 철저한 보안 속에 열렸다. 사업장 입구에서 신분 확인을 거쳐야 했고, 주총장에 입장하려면 스마트폰 앞뒷면에 있는 카메라에 보안 스티커를 붙여야 했다. 촬영 자체가 불가했다. 이후 주총이 시작되는 오전 10시 정각이 가까워지자 주주들이 속속 등장했다. 총 50여명 정도의 주주들이 주총장 자리를 채웠다. 주총장은 다수가 모였음에도 대화 소리가 잘 들리지 않을 정도로 차분했다.

SK하이닉스 이천 캠퍼스 정문 / [사진제공=SK하이닉스]

박 부회장은 이날 한시간여 동안 열린 주총에서 영업 보고와 함께 제75기 재무제표 승인 및 사외외사, 감사위원회 위원, 기타비상무이사 선임 건을 처리했다. 120억원에서 200억원 규모로 이사 보수 한도를 늘리는 안건도 다뤘다. 지난해부터 이어진 반도체 업황 부진에 따른 사업 대응 및 계획도 밝혔다.

박 부회장은 "지난해 업황이 예상보다 훨씬 더 빠르게 악화하면서 소비 심리가 급격히 위축, 모바일 등 IT 수요가 급격히 감소했다"며 "지난해 말 기준 메모리 시장 규모가 우리 예측보다 33% 감소하는 등 위축이 계속되면서 영업이익과 주가가 하락했다"고 설명했다.

올해도 시장 경기는 흐릴 전망이다. 박 부회장은 "올해 상반기 메모리 시장 규모가 지난해 하반기보다 17% 줄어들 것으로 본다"며 "상반기에도 해소되지 않은 매크로 경제 불확실성이 계속되는 데다 IT 수요 둔화도 계속되고 있다"고 말했다. 또 "영업 전선에선 매우 도전적인 경영 환경이 지속되고 있다"고 덧붙였다.

하반기부턴 반전을 기대할 수 있다는 게 박 부회장 설명이다. 수요 측면에서 중국 리오프닝 효과와 더블데이터레이트(DDR5)5 세대 교체가 예상된다. 챗GPT 효과에 따른 고대역폭메모리(HBM) 등 서버용 제품 수요 증가도 기대 요소다. 공급 측면에선 메모리 업계 감산에 따른 공급망 조절 효과와 고객 재고 소진 등이 예상된다.

박정호 SK하이닉스 대표이사 부회장이 제75기 정기주주총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 [사진제공=SK하이닉스]

물론 거시경제 불확실성이 갑자기 사라지진 않을 전망이다. SK하이닉스는 이같은 시장 환경에 유연하게 대응하기 위해 지난해 CAPEX 규모(19조원)의 50% 정도로 올해 투자를 줄인다. 주로 10%대 증가율을 보인 운영비용(OPEX)도 원점에서 재검토해 규모를 줄일 계획이다. 제품 양산 속도 조절과 설비투자(CAPEX) 최적화 등의 노력을 통해 원가 경쟁력을 강화한다는 목표다.

박 부회장은 "HBM, DDR5 사례에서 보듯 경쟁사보다 기술 우위를 차지했지만 이것이 회사 사업 성과 우위로 연결되는 부분에서 노력할 점이 있다고 본다"며 "앞으로 우리의 사업 모델을 돌아보면서 CAPEX 디서플린(Discipline) 재정립을 통해 투자 효과를 극대화하고자 한다"고 말했다.

특히 낸드플래시 제품에서 투자 로드맵을 체계적으로 꾸릴 계획이다. 박 부회장은 "낸드의 경우 매출 대비 80%까지 CAPEX가 들어가기도 하는데, 일부 회사는 50% 이상 못하게 컨트롤하기도 한다"며 "이런 부분에서 디서플린을 셋업하려 한다"고 설명했다.

인텔로부터 인수한 뒤 시너지 효과를 내지 못하고 있는 솔리다임 우려와 관련해선 올해 반드시 사업 성과를 올린다는 목표다. 박 부회장은 "솔리다임이 SK하이닉스 후공정 제조 역량을 통해 원가 경쟁력을 높이고 있다"며 "올해 시너지가 반드시 나타날 것으로 보고, 솔리다임 인수가 회사 경쟁력을 강화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SK하이닉스 이천 캠퍼스에 있는 M16 전경 / [사진제공=SK하이닉스]

미국과 중국이 반도체 산업에서 패권 다툼을 벌이면서 생긴 지정학적 리스크와 관련해선 반도체 밸류체인을 다각화하는 데 힘쓰고 있다. 박 부회장은 "미국과 중국뿐 아니라 다른 나라에서도 반도체 밸류체인을 구축하기 위한 지원 정책을 앞다퉈 내놓고 있다"며 "여러 나라를 방문하면서 케이스를 학습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박 부회장은 솔리다임, 고객사와 만나 사업 현안 및 계획을 논의하기 위해 주총 직전 미국 출장을 다녀왔다. 그는 주총 직후 기자들과 만나 미 반도체 지원법 보조금 신청과 관련해 까다롭다고 평가하면서도 "(신청을) 고민해보겠다"고 말했다. 10월 만료를 앞둔 중국 반도체 장비 수출 규제 유예 건과 관련해선 "용인 클러스터가 생길 때까진 무조건 시간을 버는 게 유리하다"며 "1년 뒤(올 10월)에도 또 (유예를) 신청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김평화 기자 peace@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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