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사초롱] 尹정부, 갈라진 민심 헤아리길

2023. 3. 29. 04: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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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수진 최고위원의 전화를 받고 당황했다.

국민의힘에서 민생과 관련한 특별위원회를 구성하려는데 참여해 달라는 것이다.

작금 가장 이해되지 않는 것은 강제징용 문제에 대한 정부의 해법이다.

그것을 국민적 공감대를 모으는 과정도 없이 손바닥 뒤집듯 뒤집고, 다음 정부에서 그것을 다시 뒤집는다면 그것이 오히려 한국에 대한 일본의 불신을 키우는 일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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봉달호(에세이스트·편의점주)


조수진 최고위원의 전화를 받고 당황했다. 국민의힘에서 민생과 관련한 특별위원회를 구성하려는데 참여해 달라는 것이다. 대답은 질문으로 시작할 수밖에 없었다. “그런데 저를 어떻게 아셨어요?” 국민일보 등 여러 매체에 실린 내 칼럼을 눈여겨봐 왔단다. “자영업자로서 현실의 고단함을 말씀하셨던데 저희 당에서 그런 지적을 해주시면 됩니다.” 내가 웃으며 “결코 좋은 소리를 하지 않을 텐데요”라고 했더니 그도 웃으며 “바로 그걸 듣고 싶은 겁니다”라고 했다.

반격했다. “듣기만 하면 뭐합니까. 고치지도 않을 텐데.” 조 최고위원은 ‘이번 위원회는 바뀌는 모습을 눈으로 보여주는 위원회가 될 것’이라는 내용으로 답했던 것 같다. 정치인을 어찌 말로 이기겠나. 조수진 완승! 결국 “민생과 관련된 위원회라니까…”라는 어정쩡한 말꼬리를 달며 참여를 허락하고 말았다.

사실은 시기가 지독히 애매하다. 신간 에세이를 내놓은 지 얼마 되지 않았다. 소설이나 시보다 훨씬 저자가 전면에 등장하는 장르인 에세이는 작가가 정치적으로 휩쓸리는 것을 독자들이 좋아하지 않는다. 그것이 어느 쪽이든 간에. 더구나 우리나라는 지난 대선에서 보았듯 정확히 반반으로 갈라진 나라 아니던가. 한쪽으로 치우친 작가라는 인상을 주면 절반의 독자를 잃는 결과에 닿는다. 저녁에 아내와 상의했다. “당신이 하는 일이면 나는 뭐든 응원하지…”라고 하면서도 아내의 표정에도 근심이 가득했다.

소설가 김훈은 어느 에세이에서 “나라를 사랑한다는 것은 이 못난 나라의 못남 속에서 결국 살아내야 한다는 운명을 긍정하는 것”이라고 그답게 시니컬하게 말한 적 있다. 이제는 나도 나이가 드는 것인지, 김훈에게 물든 것인지, 엉망진창이 돼버린 이 나라를 어떻게든 고쳐야겠다는 생각보다는 ‘살아야 한다’는 각오만 더 강하게 갖게 됐다. 하지만 또 돌아보면, 살려면 고쳐야 하지 않겠나. 누군가는 손을 대야 하지 않겠나. 그 ‘누군가’가 왜 내가 돼야 하는지에 대해서는 여전히 우물쭈물할 수밖에 없지만.

많은 것이 엉망이다. 이쪽은 저들이 망친 것을 우리가 바로잡는다는 생각으로 오늘을 사는 것 같고, 저쪽은 우리가 바로잡았던 것을 저들이 다 망친다는 생각으로 반격의 칼날을 벼린다. 작금 가장 이해되지 않는 것은 강제징용 문제에 대한 정부의 해법이다. 애초에 대법원 판결이 잘못됐고 지난 정부에서 상황을 극한으로 몰고 갔다 하더라도 어쨌든 최고 법원의 결정이며 공화주의 국가에서 전임 정부가 추진한 정책이다. 그것을 국민적 공감대를 모으는 과정도 없이 손바닥 뒤집듯 뒤집고, 다음 정부에서 그것을 다시 뒤집는다면 그것이 오히려 한국에 대한 일본의 불신을 키우는 일 아닐까. 이번 정부는 이런 정부가 영원할 것이라 믿는 것일까. 오직 ‘오늘을 위해서만’ 사는 것은 이 정부나 저 정부나 같은 것 같다. 그것을 ‘내일을 위해서’라고 착각하는 것도 똑같고.

국회에서 열세인 정권이니 더욱 민심을 헤아리며 나아가도 부족할 판에 ‘일단 믿고 따라 오라’는 돌격대식 배짱은 대체 어디서 나오는 것인지 모르겠다. 대통령 집무실 이전도 그런 식으로 했던 것인데, 어느 정도 매끄럽게 진행됐기에 망정이지 중간에 문제라도 생겼으면 어쩔 뻔했나. 과감성은 행운이 따를 때는 결단으로 보이지만 자칫 암초를 만나면 한번에 무너지는 무리수가 된다.

이른바 민생특위에서 하고 싶은 이야기는 이런 이야기다. 민생과는 관련 없는 소재 같지만 일단 ‘민심’을 돌아보라고 말하고 싶다. 다른 일을 밀어붙이는 추진력으로 이제는 국민의 삶과 관련된 일을 밀어붙이라고 당부하고 싶다. 칼럼에 다 썼으니 굳이 특위에는 끼지 않아도 되지 않을까. 여전히 얄팍한 생각을 갖는다. 부디 세상이 한 뼘이라도 나아지길.

봉달호(에세이스트·편의점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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