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경의 열매] 원응두 (15) 천신만고 끝에 시작한 귤 농사… 열매 기다리며 5년 정성

윤중식 입력 2023. 3. 29. 03: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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젊어서 고생은 사서라도 한다고 했다.

과수원으로 들어와 본격적으로 귤나무를 재배하기로 하고 귤 농사를 시작했다.

그래도 앞날을 바라보며 열심히 귤 농사에 빠져들었다.

수고하고 노력한 만큼 주어진다는 것을 귤 농사를 통해 배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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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0평 과수원에 귤나무 100주로 시작
나머지 땅엔 집 짓고 원예작물도 심어
노력한 만큼 주어짐을 농사 통해 배워
원응두 원로장로는 사업에 실패한 후 과수원을 시작해 지금까지 귤 농원을 경영하고 있다.


젊어서 고생은 사서라도 한다고 했다. 당시엔 한 끼 식사도 어려운 형편이라 사실 고생이라는 단어조차 생각할 여유가 없었다. 안 해본 장사가 없을 정도로 여러 가지 일을 벌이고 접는 것을 밥 먹듯 했다. 고무신 장사를 시작으로 잡화점 식료품점 종묘상 서점 부동산업까지, 돈 버는 장사라면 실패를 걱정하지 않고 도전했다. 결과는 늘 빈털터리였다. 하지만 신앙의 힘은 남부럽지 않았다. 우리 가족 모두 예배를 드리고 기도하는 삶은 한결같았다. 빚을 지면 무슨 수를 써서라도 갚았고 무슨 사업이든 작은 가능성만 보이면 겁없이 뛰어들었다.

눈앞이 캄캄할 때면 성경을 펴놓고 눈물을 흘렸다. ‘눈물을 흘리며 씨를 뿌리는 자는 기쁨으로 거두게 된다’(시 126:5~6)는 말씀이 큰 위로와 희망이 됐다. 어릴 때 서당에서 배운 ‘농자천하지대본’(農者天下至大本)이라는 교훈이 떠올랐다. 농사가 천하의 큰 근본이라는 뜻으로 농업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말이다. 결국에는 모든 것을 접고 농사를 짓기로 했다.

제주에는 밭농사 말고는 할 만한 농사가 없다. 보통 고구마를 심고 보리 유채 깨 등을 심는다. 마침 그때가 제주에서는 서서히 귤나무 재배가 시작되던 때였다. 과수원으로 들어와 본격적으로 귤나무를 재배하기로 하고 귤 농사를 시작했다.

전세방을 정리하고 과수원 밭으로 들어왔다. 처음엔 6600㎡(2000평) 정도 되는 땅에 극조생 50주와 온주 50주 등 모두 100주를 심었다. 5940㎡(1800평) 정도의 땅은 정리되지 않은 미개간지였고 일부는 밭이었다. 그래서 그곳 16㎡(5평) 정도의 땅에 집을 짓고 부엌과 방 하나를 만들어 네 식구가 함께 살기 시작했다. 식구가 하나둘 늘어 가면서 담을 쌓고 흙을 이겨 바르며 조금씩 집을 확장했다. 과수원을 늘이기 위해 가시덤불과 돌들을 치워가면서 조금씩 넓혀갔다. 남은 땅에는 원예작물을 심기도 했다.

귤 묘목 심을 구덩이를 파고 그곳에 귤나무를 심었다. 새벽에 밭에 나가 자갈을 줍고 밭을 가꾸어 나갔다. 그러나 나무를 심었다고 해서 금방 귤을 따는 것은 아니다. 그 나무가 자라기까지 돌봐야 한다. 탱자나무를 심어 접붙이면서 감귤나무 묘목을 늘려 갔다. 겨울엔 바람과 추위를 막기 위해 짚으로 나무들을 싸서 보호해야 했다. 정성을 다해 농사일에 전념했다. 틈틈이 영농서적을 구해 읽어 가면서 공부를 했다. 귤 농사는 쉬운 일이 아니었다. 그래도 앞날을 바라보며 열심히 귤 농사에 빠져들었다.

1968년 희룡(국토교통부 장관)이가 여섯 살 때 깨달은 게 있다. 농사야말로 이 세상에서 가장 거룩한 사명이자 가장 정직한 일이라는 사실이다. 수고하고 노력한 만큼 주어진다는 것을 귤 농사를 통해 배웠다. 자연의 순리에 따라 농사를 지어야 한다는 것 말이다. 농사는 욕심으로 되는 게 아니었다. 처음에는 나무들이 어려 귤이 달리지 않았다. 애가 탔지만 5년 정도 땀을 흘리며 기다려야 했다.

정리=윤중식 종교기획위원 yunjs@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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