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집배원은 위기가구 찾고, 교회는 돕고… 복지사각지대 살핀다

유경진,서윤경,최기영 2023. 3. 29. 03: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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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회, 외로움을 돌보다] <2부> 마음 낮은 이들과의 동행 ⑧ 집배원·AI 활용 ‘맞춤 돌봄’
우정사업본부 소속 집배원이 지난해 8월 서울 종로구 한 주택가에서 우편을 배달하면서 ‘복지우편 체크리스트’ 항목에 표시하고 있다. 우정사업본부는 지난해 7월부터 ‘복지등기우편서비스’ 시범사업을 시행하고 있다. 우정사업본부 제공


통계청이 지난 23일 발표한 ‘2022 한국의 사회지표’에 따르면 60세 이상 4명 중 1명꼴(26.2%)로 사회적 고립감을 느끼는 것으로 나타났다. 눈길을 끌었던 것은 소득수준이 낮을수록 고립감을 더 많이 느낀다는 점이다. 기업과 정부 기관이 위기가구 발굴에 나서고 있는 가운데 지역 사회와 가장 밀접한 교회와의 협업이 시너지를 높일 수 있다는 제안도 나왔다.

전기요금으로 대면 안부 묻는 교회

서울 옥수중앙교회(호용한 목사)는 15년 넘게 교회 인근인 금호동 옥수동 일대 17가정에 매월 5만원씩 지원하고 있다. 수도요금과 전기요금이다. 12개 교회전도회가 한, 두 가정을 책임지고 있다. 이때 지켜야 할 원칙이 있다. 지원금인 수도요금과 전기요금을 계좌 이체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매월 둘째 주마다 직접 찾아가 얼굴을 보고 주도록 했다.

호용한 목사는 “단순히 전기요금을 주는 게 아니다. 안부배달”이라며 “취약 계층인 이들을 찾아가 안부를 묻는 게 진짜 이유”라고 설명했다. 한번 얼굴을 익힌 전도회 성도들은 다음에 지원 가정을 찾아갈 때는 지원금만 가져가지 않는다. 각자의 형편을 알게 된 만큼 그들에게 필요한 걸 챙겨가기도 한다. 지원 가정의 리스트는 지역 주민센터에서 받았다.

호 목사는 “다행히 우유배달을 하며 지자체와 신뢰가 쌓여 리스트를 받아볼 수 있었는데 우편함을 볼 수 있는 집배원과 교회가 연계하면 효과가 좋을 것 같다”면서 “집배원은 위기가구를 찾고 교회는 위기가구를 돕는 방식이 되면 좋지 않을까 싶다”고 전했다.

옥수중앙교회는 ‘어르신의 안부를 묻는 우유 배달’ 봉사를 올해로 20년째 하고 있다.

이 같은 제안을 한 데는 이유가 있다. 현재 법원은 우편함에 우편물이 투입되는 순간부터 해당 우편물은 입주민 점유가 된다고 보고 있다. 따라서 타인이 우편함을 들여다보면 법적인 문제가 생길 수 있다.

그래서 활용할 수 있는 게 우정사업본부가 시범사업에 이어 올해 본사업 시행에 들어갈 ‘복지등기우편서비스’다.

복지사각지대 찾는 집배원

서울 종로구가 도로변에 내건 ‘명예사회복지공무원’ 모집 현수막. 도움이 필요한 이웃을 발굴하는 역할을 담당한다. 종로구청 제공

우정사업본부는 지난해 7월부터 서울 서대문구·종로구·용산구를 비롯해 부산 전남 강원 충남 광주 등 8개 지자체와 손잡고 ‘복지등기우편서비스’ 시범사업을 시행했다. 지난해 초 발생한 ‘수원 세 모녀 사건’과 같은 사회적 비극을 예방하고 복지사각지대 위기가구를 찾아내겠다는 취지에서다.

해당 서비스는 담당 집배원이 단전·단수·체납 등에 처한 위기 의심 가구를 방문, 주민센터 등 지자체에서 전송한 복지정보 등기우편을 전달하면서 가구 생활 상태 및 부재 사유 등을 파악하는 것이다.

집배원은 ‘복지우편 체크리스트’에 따라 해당하는 항목에 표시 후 관련 지자체에 이를 전달한다. 필수 확인 사항은 구성원 건강, 체납고지서 방치 여부, 집 주변 쓰레기·술병 여부, 악취와 해충 유무 여부 등이 있다.

이후 주민센터가 결과를 취합해 위기 의심 가구에 해당하는 경우, 사회복지사가 정부에서 지원하는 복지서비스를 연결해준다. 7개월간 시행된 시범사업을 통해 8개 지자체는 5437개 가구 가운데 642개(11.8%) 가구에 공공·민간 복지서비스를 지원했다.

이들이 연계한 서비스는 기초생활수급자 신청, 기초연금·긴급생계비 신청, 청년 월세 지원, 취약계층을 돌봄·의료·상담 지원 등이다. 우정사업본부 관계자는 28일 “현재 사회복지 공무원이 부족한 상황이다. 우정사업본부가 나선 이유도 이 때문”이라며 “(예를 들어) 지자체와 종교단체가 연계한다면 공무원의 빈자리를 대신 채워줄 수 있을 것 같다. 종교가 가진 장점을 살려 세심한 관리와 상담을 통해 복지사각지대에 놓인 가구를 발굴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서대문구 관계자는 “교동협의회와도 복지사각지대 발굴과 지역사회를 위한 홍보와 협력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고 밝혔다.

첨단 기술을 활용해 복지사각지대 발굴에 참여한 사례도 있다. KT는 2021년부터 자체 인공지능(AI) 기술을 활용해 몇몇 지방자치단체와 업무협약(MOU)를 맺고 ‘AI 복지사 돌봄 서비스’를 시행하고 있다.

하루 돌봄 대상자가 7명인 사회복지사의 한계를 고려해 AI 복지사가 계획된 스케줄에 따라 돌봄 가구에 전화를 걸어 안부를 묻는 시스템이다. 통화가 끝나면 AI가 통화내용을 텍스트로 요약해 담당 사회복지사에게 실시간으로 전달한다. 이상화 서현교회 목사는 “교회가 순수성과 매의 눈은 갖고 있지만 자발성·지속성·전문성이 부족하다”면서 “공공기관이 놓치는 부분을 교회가 메울 수 있는 곳이 상당히 많다”고 했다.

유경진 서윤경 최기영 기자 ykj@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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