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강문의 휴먼&펫] 반려동물 문화…진정 그들을 위한 걸까

2023. 3. 29. 00: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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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강문 서울대 수의대 교수·전 서울대 동물병원장

동물을 치료하는 일을 하다 보니 국내 반려동물의 역사가 어떻게 흘러왔는지 관찰할 수 있었다. 반려동물이란 말에는 가족과 동반자라는 개념이 들어 있다. 이런 의미가 국내에 생긴 지는 오래되지 않았다. 첫 계기는 1986년 서울 아시안게임과 1988년 서울올림픽이었다. 그 전까지 개는 집을 지키거나 남은 음식을 처리하는 동물이었다. 그런데 올림픽 이후 개 사료와 용품이 일반화하고, 애완견 문화가 나타났다. 서울에 동물병원도 부쩍 많아졌다. 경제 성장과 함께 국제 대회를 치르며 의식이 높아진 게 한몫했다. 당시 개를 데리고 병원을 찾는 이들은 대부분 초등학생 부모였다. 옆집에서 개를 키우면 아이들 극성에 개를 사주는 경우가 흔했다. 살아있는 장난감 역할을 했던 셈이다.

서강문의 휴먼&펫

그러다 2002년 월드컵을 전후해 애완동물에서 반려동물로 자리매김했다. 당시 동물병원에 오는 보호자는 정년퇴임한 노부부가 많았다. 남은 인생의 반려로 동물을 택하기 시작한 것이다. 핵가족 시대가 되면서 자식이 부모를 모시지 않기 시작한 시점과도 일치한다. 동물병원에 기대하는 치료 수준 역시 사람과 차이가 없었다. 동물 백내장 수술이 이때 시작됐다. 이후 수의학 임상 진료 분야가 세분화하고 고급 기술이 발전해왔는데, 반려동물 보호자의 수요 덕분이다.

최근에는 동물을 키우는 이들의 연령이 젊어지고 있다. 결혼을 기피하고 출산인구가 급감하는 사회 분위기 속에서다. 반려동물이 아이처럼 되면서 관련 산업이 급성장하고 있다. 출근하면서 동물유치원에 맡기면 훈련과 미용을 해주는 산업까지 등장했다. 동물전용 침대, 옷장, 쥬얼리, 감시카메라에다 24시간 무인 펫 마트, 동물목욕탕도 있다.

동물은 스스로 바뀐 게 없는데, 우리네 삶이 계속 달라져 왔다. 동물이 아니라 인간의 필요 때문에 관련 산업이 번성하는 게 아닐까. 반려동물 문화, 돌아볼 때가 됐다.

서강문 서울대 수의대 교수·전 서울대 동물병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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