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밉지 않냐'는 질문에 조국의 답변은
[이한기 기자]
▲ 3월28일 광주극장에서 열린 <조국의 법고전산책> 북토크 |
ⓒ 오마이뉴스 조범희 |
▲ 3월28일 광주극장에서 열린 <조국의 법고전산책> 북토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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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국의 법고전 산책>에 등장한) 사상가들의 얘기를 한국식으로 표현한 분은 김대중 전 대통령이라고 생각한다. 목숨을 걸고 독재와 권위주의 체제에 저항해왔던 김 전 대통령은 어떤 경우에는 시민 불복종으로 어떤 경우에는 시민 저항으로 문제를 해결하려고 했다. 불의에 대항해 적극적인 행동이 어렵다면 '담벼락에 대고 욕이라도 하라'고 한 말씀은 독백이 아니라 그런 마음을 잊지 않고 간직하면 점차 그런 사람들이 모여 세상을 바꿔나갈 것이라는 뜻이라고 생각한다."
28일 오후 7시 <광주극장>에서 열린 <조국의 법고전 산책>(오마이북, 이하 법고전 산책) 광주 북콘서트에 참석한 조국 전 장관은 "법에 대한 존경심보다는 먼저 정의에 대한 존경심을 기르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데이비드 소로 등 법 사상가들의 '시민 불복종'과 '저항권' 등을 이야기하면서 이같이 말했다. 오연호 <오마이뉴스> 대표의 사회로 진행된 이날 행사에는 500명이 넘는 방청객이 1·2층 행사장을 가득 메웠다.
조 전 장관은 1980년대 초반 법대에 입학해 판·검사가 되기 위한 사법고시 등의 일반적인 행로를 걷지 않고 전업학자의 길을 걷게 된 것도 광주5·18의 전두환 정권 아래서 법 집행을 해야 한다는 게 싫어서였다고 말했다.
▲ 3월28일 광주극장에서 열린 <조국의 법고전산책> 북토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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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정부가 일제 강제동원(징용) 문제 해법으로 제시한, 한국 기업들이 갹출해 피해자 배상금을 마련하는 것에 대해 삼성이 선뜻 나서지 않고 있는 것에 대해 조 전 장관은 박근혜 정부 때의 일을 반면교사로 삼고 있기 때문이라고 봤다.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은 박근혜 정부 때 비선 실세인 최순실(최서원으로 개명) 씨가 배후에 있었던 미르·K스포츠 재단에 출연금을 낸 것과 관련해 배임죄로 유죄 판결을 받았다. 그런데 이번에 대법원 판결에 반하는 행정부의 조치에 응해 삼성의 이름으로 돈을 낼 경우 정권 교체 후에 또다시 배임죄 수사를 받을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 아니겠느냐는 게 조 전 장관의 해석이다.
'시민 불복종'과 '저항권'이 화두로 떠오른 시대
'문재인 전 대통령이 밉고 서운하지 않았느냐'는 방청객의 질문에 조 전 장관은 잠시 침묵한 뒤 "아주 (대답하기) 어려운 질문을 하셨다"면서 말문을 열었다. 그는 "문재인 대통령님이 하신 정책·국정운영 등에 대해서 지금 비판하시는 분도 있고 불만을 갖고 계신 분도 있을 거라 생각한다"면서 "의의도 있고 한계도 있을텐데 그 모두를 함께 아울러 평가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조 전 장관은 "개인적으로 밉고 서운하지 않느냐는 질문에 대해서는 문 대통령을 모셨던 수석보좌관으로서 답하지 않는 게 맞다고 생각한다"며 말을 아꼈다.
▲ 3월28일 광주극장에서 열린 <조국의 법고전산책> 북토크 |
ⓒ 오마이뉴스 조범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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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 전 장관의 딸 조민 씨가 지난 17일 서울 북콘서트에 이어 이번에도 행사 후반부에 깜짝 등장했다. 이번에는 조민씨가 인터뷰어가 돼 두 사람에게 질문을 던졌다. 오 대표에게는 '청년세대에게 배울 점이 무엇이라고 생각하냐'는 질문을, 조 전 장관에게는 '프로야구 롯데 자이언츠의 올해 성적에 대한 예상'을 물었다.
오 대표는 "우리 세대와는 달리 '노(No)'라고 말할 수 있는 힘과 자유"라고 답했고, 조 전 장관은 "그런 질문을 받을 때마다 항상 '우승'이라고 말한다"면서도 "1992년 이래 롯데가 우승한 적이 없는데, 올해는 가을야구를 볼 수 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시민 불복종'과 '저항권'이 화두로 떠오른 시대에 법 고전과 우리의 현실은 어떤 연관이 있을까? 이날 북콘서트 중간에 나왔던 프랑스의 연금개혁 관련 시위에 대한 이야기가 긴 여운을 남긴다.
"최근 프랑스에서 연금개혁과 관련해 격렬한 시위가 벌어지고 있다. 시위의 주요 구호 가운데 하나가 '프랑스는 공화국이다. 공화국의 대통령은 왕이 아니다'라는 거다. 법 고전 <사회계약론>을 통해서 '내가 주인이다'라는 자각을 하듯이 법고전의 뿌리는 깊고 현실과 직접 연결돼 있다. 대통령도 누구도 아닌 내가 주인이기에 연금 문제를 해결하겠다고 프랑스 시민들이 나선 것이다."
▲ 3월28일 광주극장에서 열린 <조국의 법고전산책> 북토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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