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등한 왕십리뉴타운···일시적인 현상? 신고가 기록 [감평사의 부동산 현장진단]

2023. 3. 28. 22: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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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지하철 2호선 상왕십리역 1번 출구로 나오면 거대한 상가와 함께 한 아파트가 눈에 띈다. 바로 왕십리뉴타운 3구역을 재개발한 왕십리뉴타운 센트라스다. 2016년 준공한 이 단지는 총 2529가구 대단지다. 왕십리뉴타운 3개 단지 중 가장 큰 규모다. 센트라스 단지 안쪽에 위치한 왕십리로를 따라 5분 정도 걸었을까. 마장로19길을 경계로 왼쪽에는 텐즈힐2단지(1148가구), 오른쪽에는 텐즈힐1단지(1702가구)가 자리 잡고 있다. 3개 단지를 포함하면 약 5000가구 규모다.

요즘 부동산 업계에서 왕십리뉴타운이 주목받는다. 서울 내 많은 아파트 단지가 가격 하락이 지속되는 가운데 왕십리뉴타운 내 일부 단지가 올해 초 대비 오른 가격에 거래되고 있기 때문이다. 대형 면적(전용 157㎡)은 올해 3월 20억원에 거래되며 신고가를 쓰기도 했다. 해당 면적은 지난해 한 건의 거래도 없다 올해 2월(19억원·13층)에 이어 연속으로 최고가 기록을 경신했다.

상왕십리동 A공인중개사사무소 관계자는 “텐즈힐1단지나 2단지는 갭투자(전세 끼고 매매)보다 실거주자 위주가 많은 단지”라며 “전세 가격이 올해 초 바닥을 찍고 다시 오르는 분위기가 형성되면서 급매물이 소진되고 있지만 추격 매수가 없는 상황인 만큼 가격이 지속적으로 반등할지 좀 더 지켜봐야 된다”고 말한다.

왕십리뉴타운에 위치한 여러 아파트가 지난해 연말과 비교해 소폭이나마 오른 가격에 거래되는 등 반등 조짐을 보이는 배경은 뭘까.

상왕십리·하왕십리동 일대 33만7200㎡ 부지에 위치한 왕십리뉴타운은 은평뉴타운, 길음뉴타운과 함께 서울시 뉴타운 사업 시범지구로 선정됐다. 2014년 6월 텐즈힐2단지(왕십리뉴타운2구역)를 시작으로 2015년 4월 텐즈힐1단지(왕십리뉴타운1구역), 2016년 센트라스(왕십리뉴타운3구역)까지 모든 단지가 입주를 마쳤다. 모두 준공 10년 미만 신축 아파트 단지다.

왕십리뉴타운은 신축 아파트면서 동시에 초역세권 단지라는 점에서 많은 주목을 받았다. 직장인 이용 빈도가 가장 높은 2호선 라인에 위치했으며 강북 도심은 물론 강남권 접근성이 좋아 직장인 선호도가 높은 지역 중 하나였다.

2년 전만 해도 전용 84㎡ 기준 17억~18억원까지 치솟았지만 1~2년 전부터 큰 폭으로 가격이 하락했던 이곳은 지난해 말 같은 면적 기준 12억원대에 거래됐다. 하지만 올해 초 다시 반등에 성공하면서 향후 가격 변화에 많은 관심이 쏠린다.

도심 접근성 최상, 왕십리뉴타운

총 5000가구 규모 초역세권 단지

서울 지하철 2호선과 5호선, 분당선과 중앙선 등 4개 노선이 오가는 왕십리역을 중심으로 왕십리 일대 아파트는 크게 세 개 지역으로 분류할 수 있다.

왕십리역 남쪽에 위치한 행당동 아파트, 왕십리역 서쪽에 위치한 왕십리2동 아파트, 마지막으로 왕십리역 북서쪽에 있는 왕십리뉴타운이다.

행정구역상 왕십리뉴타운은 성동구 상왕십리동과 하왕십리동에 위치했다. 지하철 노선을 보면 왕십리역보다 2호선 상왕십리역과 신당역에 더 가깝다. 즉, 강북 도심과 더 가까운 곳에 자리 잡고 있다. 왕십리뉴타운 주민이 주로 이용하는 상왕십리역에서 2호선과 3호선 환승역인 을지로3가역까지는 총 4코스, 7분 소요된다. 을지로나 종로, 광화문 등에 근무하는 직장인들이 이곳을 선호하는 이유다. 입지적인 장점 때문에 왕십리뉴타운 조성이 마무리된 2016년 이후 이곳은 다른 지역과 마찬가지로 꾸준히 가격이 올랐다.

대장주로 불렸던 3구역 센트라스 아파트는 2018년 1월 전용 84㎡ 기준 처음으로 10억원을 돌파한 후 매년 평균 약 2억원씩 올랐다. 2019년 12월 실거래가 기준 15억원을 넘어섰으며 지난해 5월에는 19억2000만원에 거래되기도 했다. 다른 단지 역시 동호수별로 차이는 있지만 지난해 초만 해도 17억~18억원에 거래됐다. 하지만 급격한 금리 인상과 함께 주택 시장이 침체되면서 왕십리뉴타운 역시 단기간 내 큰 폭 하락을 경험했다. 센트라스 전용 84㎡는 올해 1월과 3월 각각 15억5000만원에 거래되면서 최고가 대비 약 3억~4억원 낮은 가격에 시세가 형성됐다. 지금 나온 매물은 1층을 제외하면 16억~17억원에 호가가 형성됐다.

다른 단지 역시 비슷한 분위기다. 텐즈힐1단지는 2021년 10월 전용 84㎡가 17억5000만원에 거래됐지만 이후 조금씩 하락하면서 지난해 12월 같은 면적이 12억8000만원에 손바뀜했다. 짧게는 6개월, 길게는 1년 만에 왕십리뉴타운 일대 아파트 가격은 전용 84㎡ 기준으로 3억~4억원 이상 하락했다.

하지만 올해 들면서 조금씩 반등 조짐이 보인다.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공개시스템에 따르면 텐즈힐1단지 전용 84㎡는 올해 2월 13억6750만원에 거래됐다. 지난해 12월 12억3000만원에 거래된 것과 비교하면 약 1억원 이상 오른 가격이다. 특히 이 매물은 2층이라는 점에서 더욱 주목받는다. 2층은 중·고층과 비교해 약 5% 이상 낮게 거래되는 것이 일반적이다. 현재 나온 매물 역시 일부 저층 물건을 제외하면 대부분 호가가 14억원 이상 형성됐다.

상왕십리동 B공인중개사사무소 관계자는 “이곳은 워낙 교통이 좋고 도심이나 강남 접근성이 뛰어난 만큼 실수요자나 투자자 관심은 높은 편”이라며 “지난해 성동구에서 왕십리뉴타운 내 중학교 신설을 발표하는 등 호재도 있어 왕십리뉴타운 내 아파트 단지 관심은 꾸준히 이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서울 성동구 왕십리뉴타운2구역을 재개발한 ‘텐즈힐2단지’ 전경. (윤관식 기자)
왕십리뉴타운 향후 가격은?

매수 심리 조금씩 회복되고 있지만…

왕십리뉴타운 내 아파트 가격이 일시적으로 반등에 성공하면서 향후 집값 향방에 관심이 쏠린다.

우선 전반적인 서울 아파트 매수 심리는 조금씩 살아나는 추세다. 국토연구원이 발표한 2월 부동산 시장 소비자 심리 조사 보고서에 따르면 서울 주택 매매 시장 소비자심리지수는 105.2를 기록했다. 소비자심리지수는 소비자의 주택 시장에 대한 심리를 나타내는 지표로, 100을 넘으면 가격 상승 기대가 더 높다는 것을 의미한다. 서울 주택 매매 시장 소비자심리지수가 100을 넘긴 것은 지난해 6월 이후 8개월 만이다.

매수 심리가 회복하자 대단지 아파트들은 급매가 소진된 후 조금씩 가격이 오르는 곳이 생겨나고 있다. 왕십리뉴타운 역시 이 같은 대단지 중 하나라는 해석이다.

특례보금자리론 도입 이후 9억원 이하 아파트를 중심으로 가격이 조금씩 오른 데 따른 일시적인 효과라는 분석도 제기된다. 최근 들어 서울 외곽 지역이나 경기도 내 서울 접근성이 좋은 지역 내에서 특례보금자리론을 받을 수 있는 단지(시세 9억원 이하)를 중심으로 가격이 조금씩 오르는 추세다. 서울 외곽 지역 아파트 가격이 오르면서 도심에 있는 왕십리뉴타운에도 영향을 주고 있다는 분석이다.

다만 왕십리뉴타운이 이번 반등을 계기로 지속적으로 상승할지에 대해서는 의견이 분분하다. 우선 낙폭이 컸던 지역의 신축 대단지에서 중소형 아파트를 중심으로 반등하는 곳이 나타나고 있지만 전반적인 시장 상황 변화로 보기는 어렵다. 역전세난, 경기 침체, 글로벌 금융 시장 불안, 고금리 등 영향이 지속되는 만큼 좀 더 지켜봐야 한다는 시각이 우세하다.

업계 한 관계자는 “집주인들은 이제 바닥을 쳤다는 생각에 호가를 급하게 내리지 않고 있는 반면 매수자들은 한 번 더 떨어질 것이라는 기대감 때문에 가격에 괴리감이 있다”며 “현재 일시적으로 가격이 올라도 브이(V)자 급반등이 일어나진 않고 소폭 오르고 내림을 반복하는 보합 국면이 당분간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강승태 감정평가사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2202호 (2023.03.29~2023.04.04일자)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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