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증시, 강해 보이지만 속은 '비실'…대형주만 버티는 장세[오미주]

권성희 기자 2023. 3. 28. 20: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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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주] '오미주'는 '오늘 주목되는 미국 주식'의 줄인 말입니다. 주가에 영향을 미칠 만한 이벤트나 애널리스트들의 언급이 많았던 주식을 뉴욕 증시 개장 전에 정리합니다.

미국 증시는 지난 3월8일 시작된 금융위기에도 패닉(공황)에 빠지지 않고 굳건히 버티고 있다. S&P500지수는 지난 8일 이후 27일(현지시간)까지 0.4% 하락하는데 그쳤다. 같은 기간 나스닥지수는 오히려 1.7% 상승했다.

하지만 시장의 속내를 들여다 보면 소수 종목에 상승세가 집중되면서 전반적인 체력이 상당히 취약하다는 지적이 잇달아 제기되고 있다.

우선 BTIG의 수석 시장 기술적 분석가인 조나단 크린스키는 지난 26일 보고서에서 올들어 급등세를 보인 기술주에서 우려할 만한 조짐들이 나타나고 있다고 지적했다.

기술주 중심의 나스닥지수는 올들어 13%, S&P500지수 내 정보기술(IT) 업종은 17% 급등했다. 기술주는 지난 2월에 올들어 최고치를 찍고 조정을 받았지만 3월 들어 은행위기 가운데 오히려 상대적인 안정성이 부각되며 반등했다.

크린스키는 미국 증시가 지난 2월 올들어 최고치를 찍고 조정을 받은 이후 S&P500지수 내에서 지난 2월 고점보다 더 오른 업종은 기술업종이 유일하다고 지적했다.

이 결과 대형 기술주로 구성된 테크놀로지 셀렉트 섹터 SPDR ETF(XLK)는 저항선에 근접한 가운데 다른 업종 대비 상대 수익률이 2021년 사상최고치 수준과 일치하게 됐다고 밝혔다.

그는 "기술주의 절대 수익률과 상대 수익률에 대해 시간이 다가오고 있으며 기술주도 시장의 나머지 업종을 따라 하락할 것으로 예상한다"고 밝혔다.

또 나스닥지수에서 누적 상승-하락선(advance-decline line)과 200일 이동평균선을 웃도는 종목의 비율이 지난 2월 고점 이후 함께 떨어지고 있는데 이는 기술주의 초과 수익 모멘텀이 약화되고 있다는 또 다른 신호라고 설명했다.

누적 상승-하락선(AD Line)은 매일 상승 종목수에서 하락 종목수를 뺸 값을 누적적으로 합산한 수치를 선으로 연결한 것을 말한다. 상승-하락선이 떨어진다는 것은 소수 종목만 상승하고 있다는 의미다.

실제로 최근 주가 상승세는 애플과 엔비디아, 마이크로소프트에 집중되면서 이 3개 종목이 XLK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절반을 넘어섰다. 크린스키는 증시에 하락 리스크가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3개 종목에 대한 이같은 집중도가 향후 문제가 될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뱅크 오브 아메리카의 기술적 분석가인 스티븐 서트마이어는 나스닥100지수가 지난주 지난 2월 최고치인 1만2881 부근에서 상승세를 멈췄다며 1만2881~1만2944 사이가 저항을 받는 구간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1만2000~1만2466이 1차 지지 구간이라며 "이 구간을 유지하면 나스닥100지수가 저항선을 넘어 1만3000선까지 단기 상승할 여력이 커질 것"이라고 예상했다.

또 나스닥100지수가 3월 중순 저점인 1만1695와 1만2000선 사이에서 지지를 받고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추가 상승 가능성이 있다며 "나스닥100지수가 이 지지 범위를 계속 유지한다면 미국 증시는 안정화되고 더 큰 상승 기반을 구축할 수 있을 것"이라고 낙관했다.

반면 마켓워치에 따르면 트루이스트의 최고 시장 전략가인 키이스 러너도 BTIG의 크린스키와 마찬가지로 미국 초대형주와 나머지 주식 사이에 격차가 커지고 있으며 이는 시장 체력이 저하되고 있음을 의미한다고 지적했다.

투자자들이 엔비디아와 애플, 마이크로소프트, 알파벳, 메타 플랫폼 등 강력한 재무구조와 다각화된 사업을 보유한 초대형 주식으로 몰리면서 시장의 전반적인 약세가 가려지고 있다는 설명이다.

러너는 "인기 있는 시장의 대표 지수만 보면 긍정적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시장의 표면 아래에서는 약세가 뚜렷하고 거시 리스크는 커지고 있다"고 밝혔다.


미국 은행권에서 처음으로 경고음이 나온 지난 8일 이후 24일까지 S&P500지수는 0.5% 하락하는데 그쳤다. 하지만 S&P 중형주 400지수는 같은 기간 7% 떨어졌고 S&P 소형주 600지수는 7.4% 내려갔다. 반면 초대형 기업으로 구성된 S&P100지수는 1.5% 올랐다.

금융주는 물론 에너지, 재량적 소비재, 소재, 부동산 등 경기 민감업종은 지난 8일 이후 S&P500지수 대비 저조한 수익률을 보였다. 팩트셋에 따르면 금융주가 11% 떨어져 낙폭이 가장 심했고 에너지업종이 7.5%, 부동산업종이 6.7% 하락했다.

러너는 올해 안에 경기가 침체에 빠질 가능성이 높아짐에 따라 이런 양극화는 더 심화할 수 있다고 봤다. 문제는 이런 격차가 언제까지 벌어질 수는 없다는 점이다. 언젠가는 시장 전반이 대형주를 따라 강세를 보이든 대형주가 시장 전반을 따라 약세로 돌아서든 해야 한다.

금리 인상과 은행위기로 신용 위축이 우려되는 상황에서 경기 침체가 현실화한다면 대형주가 시장 전체를 상승 견인하기보다는 대형주가 시장 전반을 따라 상승 모멘텀을 잃을 가능성이 높다는 설명이다.

권성희 기자 shkwon@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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