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외자 판호 ‘깜깜이 행정’… 게임 업체 길들이나

이다니엘,정진솔 2023. 3. 28. 2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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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이 해외 게임 서비스 허가증인 '외자 판호' 발급을 재개했지만 국내 게임사들의 표정엔 여전히 긴장한 기색이 역력하다.

지난 20일 중국 국가신문출판서는 홈페이지를 통해 외국 게임의 유료 서비스 허가증인 외자 판호 27종을 발급한다고 공지했다.

중국의 판호 시스템을 '불공정 무역'으로 평가해온 위정현 한국게임학회장은 "판호 발급의 객관적인 기준이 없다"면서 "기업 입장에서 판호 관련 정보를 전혀 모르기 때문에 불안할 수밖에 없다. 결국 중국 현지 서비스사에 끌려다닐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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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외국 게임 수입 재개했지만…


중국이 해외 게임 서비스 허가증인 ‘외자 판호’ 발급을 재개했지만 국내 게임사들의 표정엔 여전히 긴장한 기색이 역력하다. 중국 시장이 기회의 땅인 건 분명하지만 가는 길이 몹시 험준해졌기 때문이다. 업계에선 중국 당국의 깜깜이 행정을 모두 감수하고 서비스를 추진하기엔 리스크가 크다는 한숨 섞인 목소리가 나온다.

최근 중국 당국은 외국 게임의 수입을 재개했다. 지난 20일 중국 국가신문출판서는 홈페이지를 통해 외국 게임의 유료 서비스 허가증인 외자 판호 27종을 발급한다고 공지했다. 여기에는 한국 게임 ‘블루 아카이브’ ‘쿠키런: 킹덤’ 등 5종도 포함됐다. 중국은 지난해 12월에도 다수의 외국 게임에 판호를 발급했다. 그때만 해도 관망론이 우세했으나, 이달 무더기 외자 판호 발급을 단행하며 업계 안팎에서는 사실상 중국이 게임 수입을 전격 허용한 신호로 해석하고 있다.

중국은 그간 판호를 통해 자국 게임 시장을 규제했다. 판호는 성공 보증서는 아니지만 거대한 중국 시장에 진출할 수 있는 ‘실크로드 이용권’으로 평가됐다. 한국 게임 산업계는 2000년대 초부터 지금까지 중국에 가장 많이 게임을 수출했다. 2017년 한한령 이후 수년간 한국 게임에 대한 판호 발급이 전면 중단된 와중에도 한국 게임 수출에서 중국이 차지하는 비중은 단연 가장 높았다. 한국콘텐츠진흥원이 발간한 ‘2022 대한민국 게임백서’에 따르면 2021년 기준 한국 게임 수출에서 중국의 비중은 34.1%에 달했다. 넥슨, 크래프톤, 스마일게이트 등은 중국에서 출시한 게임이 크게 흥행해 실적상 퀀텀 점프를 한 경험이 있다.

문제는 중국 당국의 판호 발급 프로세스가 완전 깜깜이라는 거다. 중국은 2021년 7월 돌연 게임 판호 발급을 중단하고 게임 관련 규제를 대폭 강화했다. 그러다가 1년 5개월 만인 지난해 12월 외국산 게임의 유통을 허가했다. 판호 발급 기준뿐 아니라 심사 과정도 알 수 없기 때문에 게임사들은 판호 발급 당일 홈페이지를 통해 급작스레 소식을 접하는 게 다반사다. 최근 판호를 발급 받은 한 게임사 관계자는 “갑자기 판호가 나왔다는 소식에 경황없이 일을 추진하게 됐다”고 말했다. 또 다른 업계 고위 관계자는 “판호를 신청했는데 제대로 신청이 됐는지조차 확인할 방법이 없다”면서 “한 게임사는 판호 발급을 전제로 TF를 수년간 가동하다가 끝내 판호가 안 나와서 사업을 접었다”고 덧붙였다.

결국 중국의 일방적인 행정 방식에 한국 게임사들은 끌려가거나 길들여 질 수밖에 없는 구조인 셈이다. 실제 대부분 게임사는 현지 서비스사와의 계약을 통해 낮은 비율의 로열티를 받는 방식으로 중국 시장 연착륙을 준비하고 있다.

중국의 판호 시스템을 ‘불공정 무역’으로 평가해온 위정현 한국게임학회장은 “판호 발급의 객관적인 기준이 없다”면서 “기업 입장에서 판호 관련 정보를 전혀 모르기 때문에 불안할 수밖에 없다. 결국 중국 현지 서비스사에 끌려다닐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또한 “중국 시장 진입을 위해 불공정 계약을 불사하는 경우까지 생긴다”며 “판호가 일종의 무역장벽”이라고 강조했다.

“판호를 받았다고 끝난 게 아니다”라고 운을 뗀 한 게임사 관계자는 “중국에서 잘 서비스하다가 갑자기 공급사를 잃고 쫓겨난 사례도 비일비재하다”고 전했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과거와 상황이 달라져 중국 앱 스토어에 경쟁력 있는 게임들 대다수가 포진해있다. 최적의 현지화로 빌드를 잘 짜도 성공할지 장담할 수 없다”고 말했다. 그는 다만 “비교적 최신 출시한 게임이 이번에 판호를 받았기 때문에 경쟁력 면에서 힘이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다니엘 정진솔 기자 dne@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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