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무 깨끗하면 면역력 약하다? ‘위생가설’ 사실은…

오상훈 기자 2023. 3. 28.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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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나치게 깔끔하면 오히려 병에 잘 걸린다"는 말이 있다.

이를 뒷받침하는 의학적 가설을 '위생 가설'(hygiene hypothesis)이라 한다.

◇깨끗한 곳에서 자란 아이들 천식 위험 높다?위생 가설은 1989년 영국에서 데이비드 스트라찬 박사에 의해 최초로 제시됐다.

실제 위생 가설을 뒷받침할 수 있는 근거들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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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클립아트코리아
“지나치게 깔끔하면 오히려 병에 잘 걸린다”는 말이 있다. 이를 뒷받침하는 의학적 가설을 ‘위생 가설’(hygiene hypothesis)이라 한다. 영유아기 미생물 노출이 줄면서 과거에 비해 면역체계가 덜 발달해 알레르기 질환 발병률이 높아진다는 주장이다. 근거는 있는 걸까?

◇깨끗한 곳에서 자란 아이들 천식 위험 높다?
위생 가설은 1989년 영국에서 데이비드 스트라찬 박사에 의해 최초로 제시됐다. 핵심 내용은 다음과 같다. 전반적인 인류의 위생 상태는 상하수도 시설이 개선되고, 각종 위생용품이 등장하면서 과거에 비해 좋아졌다. 따라서 어린 시절 감염병에 노출될 기회가 줄었고 이로 인해 면연체계가 약해지면서 알레르기나 감염병에 걸릴 위험은 커졌다는 것이다.

실제 위생 가설을 뒷받침할 수 있는 근거들이 있다. 미국 하버드대 면역학자인 블룸버그 교수는 깨끗하고 멸균상태의 환경에서 키운 쥐들이 장염이나 천식에 더 많이 걸렸다는 연구 결과를 ‘사이언스지’에 발표했다. 또 2011년 뉴잉글랜드의학저널(NEJM)에 발표된 연구 결과에 따르면 농장에서 자라거나 다양한 반려동물에 노출됐던 아이들은 그렇지 않은 아이들보다 알레르기나 천식을 앓을 위험이 적었다.

◇가족 구성원·백신 등 “면역체계 영향 끼치는 요인 많아”
그러나 학계에서는 위생 가설에 반박하는 목소리가 꾸준히 나왔다. 영국 유니버시티칼리지런던(UCL) 미생물학과 그레이엄 룩 교수가 대표적이다. 그는 위생 가설을 폐기해야 한다는 내용의 논문을 발표하면서 크게 4가지 이유를 들었다. ▲현대 가정에서 발견되는 미생물은 우리 면역에 필요한 미생물이 아니며 ▲백신은 감염 예방뿐 아니라 면역 체계 강화에 도움을 주므로 굳이 병원체에 노출돼 위험을 감수할 필요가 없고 ▲자연환경의 미생물은 도움이 될 수 있지만, 가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미생물 노출이 건강에 도움을 줄 수 있다는 근거는 없으며 ▲최근 알레르기 질환이 늘어난 것은 미생물 노출 때문이 아닌, 청소 제품 노출과 연관이 있을 가능성도 있다는 내용이다.

룩 교수의 주장은 위생 가설을 잘못 이해하고 있는 사람들에 대한 우려로 보인다. 위생 가설을 과도하게 믿고 아이를 일부러 청결하지 못한 환경에 노출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실제  룩 교수는 “가족 구성원, 자연 환경, 백신 등을 통해 우리에게 필요한 미생물에 충분히 노출될 수 있다”며 "위생 가설을 근거로 위생 관리 자체를 비난하는 행태는 중단돼야 한다"고 말하기도 했다.

◇일부러 ‘더럽게’는 금물, 첫 감염 때 증상 강할 수 있다
위생 가설은 옳고 그름의 문제라고 보기엔 어렵다. 약해진 면역체계가 알레르기나 감염병에 취약하게 만들 순 있지만 일부러 더러운 환경에 노출시켰을 때 알레르기나 감염병을 예방할 수 있다는 근거는 없다. 게다가 알레르기, 감염병의 원인 자체도 매우 다양하다. 최근 들어 알레르기 질환의 유병률이 높아진 건 ▲화학물질 사용의 증가 ▲심각한 대기오염 ▲유전자 변화 등 여러 요인들이 상호작용한 결과라고 볼 수 있다. 실제 과도한 화학물질 노출은 오히려 알레르기 증상을 유발하는 ‘TH2’ 면역세포를 활성화할 수 있다.

현재 위생 가설은 첫 감염 시 증상이 심할 수 있다는 정도로 이해할 수 있다. 예컨대 영유아에게 흔한 호흡기 감염증인 메타뉴모 바이러스, 호흡기세포융합바이러스(RSV) 등은 원래 유행과 감염이 지나간 뒤 영유아들이 항체를 형성해야 증상이 약해진다. 그런데 코로나로 인한 긴 기간 마스크 착용 탓에 한 번도 감염되지 않은 아이들이 많아졌다. 그래서 지난 해 가을 영유아 호흡기 감염증 첫 감염 사례가 늘면서 치료가 외래 환자가 치솟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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