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재 안내판 정비 5년… 엉터리 설명·단어 중복·오기 여전해

김남중 2023. 3. 28. 19: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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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 문재인 당시 대통령은 국무회의에서 청와대 경내에 있는 문화재 '침류각(枕流閣)'의 안내판이 너무 어렵다고 지적했다.

이후 문화재청은 문화재 안내판을 국민의 눈높이에 맞춰 쉽고 흥미로운 내용으로 정비한다는 계획 아래 지난 5년간 전국 지방자치단체와 함께 4300여개를 새로 만들었다.

손 교수는 발제문에서 새로 만들어진 문화재 안내문들을 점검하며 "상당히 개선되기는 했으나 미흡하기는 마찬가지"라는 평가를 내놓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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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글진흥원, 31일 ‘문화재 안내문, 무엇이 문제인가’ 세미나
서울 운현궁 안내판 정비 전(왼쪽)과 후. 새로 만든 안내판에서 '양관'을 ‘서양 각국의 공사관이나 영사관’이라고 설명했는데 엉터리다. ‘서양식으로 지은 건물’이 맞는 설명이다. 우리글진흥원 제공


2018년 문재인 당시 대통령은 국무회의에서 청와대 경내에 있는 문화재 ‘침류각(枕流閣)’의 안내판이 너무 어렵다고 지적했다. 이후 문화재청은 문화재 안내판을 국민의 눈높이에 맞춰 쉽고 흥미로운 내용으로 정비한다는 계획 아래 지난 5년간 전국 지방자치단체와 함께 4300여개를 새로 만들었다.

그래서 문화재 안내문은 나아졌는가? 사단법인 우리글진흥원은 오는 31일 오후 3시 서울 관훈동 정신영기금 2층 강당에서 관훈클럽 우리글연구회와 공동으로 ‘문화재 안내문, 무엇이 문제인가’를 주제로 학술 세미나를 개최한다고 28일 밝혔다.

이번 세미나에서 손수호 우리글진흥원장(인덕대 교수)이 ‘문화재 안내문, 현안과 대안’을 발표하며, 이광표 서원대 교수와 이병갑 전 국민일보 교열부장이 토론자로 참여한다.

손 교수는 발제문에서 새로 만들어진 문화재 안내문들을 점검하며 “상당히 개선되기는 했으나 미흡하기는 마찬가지”라는 평가를 내놓는다.

서울시의 운현궁 안내판의 경우, ‘1912년에는 양관을 세워 손님을 맞는 곳으로 사용하였다’고 표기하다가 새로 만들면서 양관 항목을 따로 빼내 ‘서양 각국의 공사관이나 영사관’이라는 주석을 달았다. 그런데 이는 ‘서양식으로 지은 건물’이라는 의미의 양관(洋館)에 대한 엉터리 설명이다.

국립현대미술관 서울관 뒤편에 자리잡은 종친부 안내문을 보자. 건물 구조를 보면 3채가 연결돼 종친부를 구성하는 것임을 볼 수 있는 데 전체를 설명하는 안내문은 없다. 경근당, 옥첩당은 한꺼번에 안내하고 있으나 이승당 터는 별개의 안내문이 달려 있다. 손 교수는 “건물이 아니라 장소를 종합적으로 설명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유네스코 세계자연유산으로 지정된 제주도 거문오름 안내문에는 정보량이 제한된 짧은 글임에도 ‘거문오름용암동굴계’ 단어가 연속해서 나온다. ‘분출’과 ‘폭발’이란 단어도 두 번씩 쓰고 있으며, 글 내용도 쉽게 이해하기 어렵다. 제주 구좌읍 종달리에 있는 지미오름 안내문에서는 봉수대를 ‘峰遂臺’라고 적는 치명적 실수가 발견된다. ‘烽燧臺’가 맞는 표기다.


손 교수는 이런 예를 다수 제시하면서 전형적인 공공언어인 문화재 안내문이 여전히 문화재 가치의 전달이나 대중과의 소통에서 실패하고 있다고 지적한다. 그는 “문화재 안내문이 일반 국민의 사회교육과 문해교육을 담당하고 있다는 사실을 숙지해야 한다”면서 어문에 종합적 안목을 가진 전문가를 안내문 작성에 참가시키고 안내문 신고센터를 개설하는 등 개선 방향을 제안한다.

김남중 선임기자 njkim@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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