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현모·사외이사 2명도 줄사퇴…“KT, 5개월 이상 비상경영 해야”

권유진 2023. 3. 28. 18: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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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T가 28일 구현모 대표 및 사외이사 2명이 사퇴했다고 밝혔다. 사진 뉴스1


KT가 혼란의 연속이다. 27일 윤경림 차기 대표이사 후보가 사퇴한 데 이어, 28일엔 구현모 현 대표가 사퇴했다. 임기 만료일인 31일 정기 주주총회를 사흘 앞두고서다. 임기가 1년 이상 남은 사외이사들도 동반 사퇴하면서 이사회가 제 역할을 할 수 있을지에 대한 의구심이 커지고 있다. KT는 비상경영위원회를 신설해 경영 공백을 메꾸고 지배구조 전반에 대한 개선을 추진한다는 방침이다.


구 대표 임기 사흘 앞두고 사퇴, 비상경영 체제 돌입


KT는 이날 공시를 통해 “구 대표와 함께, 김대유ㆍ유희열 사외이사가 일신상의 사유로 자진 사임했다”고 밝혔다. 김 사외이사는 노무현 정부에서 청와대 경제수석을 역임한 인물로 임기를 1년 남긴 상태였다. 유 사외이사는 문재인 대선 캠프 출신 인사로 지난해 재선임돼 임기가 2년 더 남아 있었다. 이로써 KT 이사회에선 석 달 여만에 사외이사 8명 중 4명이 사퇴하는 기록을 남겼다. 앞서 지난해 12월엔 노무현 정부에서 청와대 시민사회수석 비서관을 지낸 이강철 사외이사가, 3월엔 벤자민 홍 사외이사(라이나 생명보험 이사회 의장)가 일신상의 사유로 사퇴했다. 차기 대표이사 선임을 둘러싸고 여권과 이사회가 대치하는 모양새가 거듭되며 벌어진 일들이다.

대표이사 직무는 정관 및 직제규정에서 정한 편제 순서에 따라 박종욱 경영기획부문장이 대행한다. KT는 비상경영위원회를 박 대표 직무대행과 주요 경영진들로 구성해 집단 의사결정 방식으로 운영할 예정이다. 비상경영위원회 안에 ‘성장지속 TF’와 ‘뉴 거버넌스 구축 TF’도 설치한다. 성장지속 TF는 고객 서비스·마케팅·네트워크 등 사업 현안을 논의하고, 뉴 거버너스 구축 TF는 외부 전문가들이 참여해 대표이사·사외이사 선임 절차, 이사회 역할 등 지배구조 전반에 대한 개선을 추진한다.

KT 차기 대표이사 선임 과정 일지 그래픽 이미지.


임기 남은 이사 1명뿐


이제 남은 KT 사외이사는 오는 31일 임기가 만료되는 강충구·여은정·표현명 사외이사와 2년 임기가 남은 김용헌 사외이사(전 헌법재판소 사무처장) 등 총 4명 뿐이다. 임기 만료를 앞둔 3명은 31일 열릴 정기 주주총회에 재선임 대상으로 올라 있다. 그러나 현재로서는 이들 3인의 거취도 불분명하다. 글로벌 의결권 자문사인 ISS가 보고서를 통해 이들 3인의 임기 연장을 반대한 만큼 주총에서 재선임 안건이 통과되지 않을 수 있고, 통과되더라도 이들이 사의를 밝힐 가능성도 남아 있다. 이들 3인은 애초에 윤 사장의 대표 선임에 맞춰 KT의 지배구조 개편 작업을 돕기 위해 1년 임기 연장에 동의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KT의 사외이사 임기는 통상 3년이다.

만약 이들 3인이 임기 연장을 승인받지 못하거나, 2명 이상 스스로 물러날 경우 법에서 정한 이사회 구성 요건에도 미치지 못하게 된다. 상법 542조의 8에 따르면 ‘자산 규모(2조원) 등을 고려하여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상장회사의 사외이사는 3명 이상으로 하되, 이사 총수의 과반수가 되도록 해야’ 한다. 3인 이상만 되면 사외이사후보추천위원회, 대표이사후보추천위원회 등을 진행해 새로운 사외이사와 대표 후보자를 선정할 수 있다.


경영 정상화에 최대 5개월 소요될 듯


시장에서는 KT의 경영 공백 장기화가 불가피하다고 보고 있다. KT 목표 주가를 4만4000원으로 기존보다 15% 낮춘 김회재 대신증권 연구원은 “KT의 CEO 공백이 상당 기간 지속될 것”이라며 “이사회 구성부터 지배구조위원회, 대표이사심사위원회 등을 새로 수립하는 등 일련의 절차를 고려하면 상반기 안에 CEO 선임은 무리”라고 전망했다.

KT도 지배구조 개선 작업과 이사회 구성 및 차기 대표이사 선임 절차가 완료될 때까지 5개월 이상 소요될 것으로 보고 있다. 사외이사 및 대표이사 선임 절차를 완료하기 위해 임시 주주총회를 두 차례 정도 열 예정이다. 이날 박 대표 직무대행은 “고객서비스 및 통신망 안정적 운용은 물론, 비상경영위원회를 중심으로 주요 경영 및 사업 현안들을 신속히 결정해 회사 경영에 차질이 없도록 하겠다”며 “글로벌 스탠다드를 넘어선 지배구조로 개선하고 국내 소유분산기업 지배구조의 모범사례로 남을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권유진 기자 kwen.yuj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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