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대성이 본 WBC "우리 때 대표팀과 비교하는 건 무리"

이형석 2023. 3. 28. 17: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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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0년 시드니 올림픽 3·4위 결정전에서 일본 대표팀을 상대로 선발 투수로 등판한 구대성이 공을 뿌리고 있다. 사진=IS 포토
한국 야구는 2023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에서 1라운드 탈락이라는 참담한 성적표를 받아 들고 돌아왔다. 같은 B조에 속한 '라이벌' 일본이 결승에서 미국을 꺾고 우승까지 하면서 그들을 부러운 시선으로 바라볼 수밖에 없었다. 

태극마크를 달고 '일본 킬러'로 명성을 떨친 구대성에게도 충격적인 일이었다. 구대성은 2000년 시드니 올림픽 일본과의 3·4위전에서 마쓰자카 다이스케와 선발 맞대결을 펼쳐 9이닝 1실점 155구 완투승(3-1 승리)으로 대표팀에 동메달을 안겼다. 2006년 WBC에서는 5경기에 등판해 8이닝 동안 6피안타 1볼넷 3탈삼진 평균자책점 1.13의 호투로 한국의 4강 신화를 견인했다. 

구대성은 KBO리그뿐만 아니라 미국, 일본, 호주에서 선수로만 25년을 활약했다. 특히 호주 프로야구리그(ABL)가 창설된 2010~11시즌부터 선수와 지도자로 호주 야구를 경험하고 있다. 호주 15세 이하 야구대표팀 감독을 역임한 데다, 시드니 블루삭스 투수 코치와 질롱 코리아 감독을 지냈다. 

한국의 WBC 조기 탈락은 첫 경기 호주전 패배가 컸다. 우리보다 한 수 아래로 여긴 호주에 7-8로 졌다. 구대성은 "멀리서나마 한국 야구를 응원했다. 더 잘해서 상위 라운드에 올라가길 바랐는데 너무 아쉬웠다"라면서 "그래도 우리 때와 대표팀을 비교하는 건 무리가 있다. 시대가 달라졌다"고 했다. 
KBO 레전드40에 선정된 구대성(왼쪽 세 번째)이 2022년 11월 7일 인천에서 열린 SSG 랜더스-키움 히어로즈의 한국시리즈 5차전에 앞서 관중에게 인사하고 있다. 인천=김민규 기자

이하는 구대성이 보낸 메시지를 편지 형태로 정리했다. 

이곳 호주에서도 한국의 WBC 탈락 관련 기사와 국내 분위기를 접하고 있다. 안타까운 마음에 이렇게 한 줄 적어본다. 

호주 야구 대표팀은 1라운드 B조 경기가 열린 일본에서 대회 개막 보름 전부터 합숙 훈련을 진행했다. 이 기간 훈련만 한 게 아니다. 현지 관광을 하고 사진을 찍어 소셜미디어(SNS)에 올렸다. 또한 청소년 야구 일일 레슨에도 나섰다. 14년째 거주 중인 나에게는 호주 대표팀의 이런 모습이 전혀 낯설지 않다. 아주 '호주다운' 모습이다. 

아마도 우리 대표팀이라면 이런 모습을 보여주지 못했을 거다. 대회가 다가오면 이런 시간에 연습하고 또 연습한다. 외출도 거의 하지 않는다.

내가 호주에 처음 왔을 때 선수들의 모습이 낯설었다. 호주에선 운동할 땐 운동, 공부할 땐 공부에 집중한다. 코치인 내게 'Koo'라고 부르며 장난치다가도 연습 시간에는 집중력을 갖고 훈련에 몰두한다. 설령 실제 경기에서 상대 팀보다 실력이 턱없이 부족해도 '한 번 해보자'라는 파이팅을 외친다. 설렘 속에서 스포츠를 즐기는 마음이 커 보인다.
 
한국은 '꼭 이겨야' 하는 야구를 한다. 특히 역사적 감정이 깊은 일본을 상대로는 '무조건 이겨야 한다'는 분위기다. 최근 아들이 방탄소년단 리더 RM이 외신과 나눈 인터뷰를 보여줬다. 

'K팝(K-Pop)의 성공과 한국의 역사'를 주제로 한 인터뷰에서 RM은 "젊음에 대한 숭배나 완벽주의, K팝에 대한 과도한 집착 등은 한국의 문화적 특성인가"라는 질문에 "서양 사람들은 이해하지 못할 것"이라고 답했다. 이어 "한국은 침략당하고 황폐해지고, 둘로 나누어진 나라다. 70년 전만 해도 아무것도 없었다. 우리는 IMF(국제통화기금)와 UN으로부터 도움을 받아야 했다. 그런데 지금은 전 세계가 한국을 주목하고 있다. 어떻게 그게 가능했겠나. 사람들이 자신을 향상하기 위해 정말 열심히 일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우리는 식민지 고난 속에 정말 악착같이 견디며 살아왔다. 서구 사회의 즐기는 문화, 말은 참 좋지만 우리에게는 받아들이기 쉽지 않은 것 같다. 

우리는 호주 야구처럼 여유를 가지기 어렵다. 결과가 중요하다. 야구를 즐기지 못하고 성적에만 급급했다. 이번 WBC 대표팀도 '이겨야 한다'는 부담 속에 몸도 마음도 많이 긴장했을 듯하다. 어쩌다 조금 그릇된 모습(강백호의 세리머니 아웃)이 나와 질타를 받았지만, 그들은 최선을 다했을 것이다. '잘못했습니다' '죄송합니다'라는 선수들의 말을 듣고 너무 안타까웠다. 

특정한 누군가에게 모든 문제를 몰아가는 게 무슨 도움이 될까. KBO리그 개막을 앞둔 지금 선수들을 격려하는 또한 필요해 보인다. 잘못된 점은 인정하고, 잘한 부분은 칭찬과 격려를 보내자. 우리 선수들만이 아닌, 야구인이 모두 함께 해결해 나가야 한다.
 
정리=이형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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