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나친 사랑이 독 됐다... 강형욱 "지금과 반대로 하세요"
[김종성 기자]
"중요한 건 아기가 아니라는 거예요. 아기가 아니라 개예요." (강형욱)
평소 반려견에 대해 부정적인 생각을 갖고 있던 사람도 갑자기 반려인이 되면 태도가 180도 달라지는 경우가 허다하다. 이전까지는 '개는 개일 뿐이야.', '개는 개처럼 키워야지'라고 생각했지만, 실제로 키워보니 너무 예쁘고 사랑스러운 반려견 앞에서 무장해제 된다. 처음 반려견을 키우는 초보 보호자들이 많이 겪는 문제이다.
▲ KBS2 <개는 훌륭하다> 한 장면. |
ⓒ KBS2 |
▲ KBS2 <개는 훌륭하다> 한 장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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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7일 방송된 KBS2 <개는 훌륭하다>의 사연이 그러했다. 고민견 말티푸 수삼(수컷, 2살)이는 그야말로 '수삼 전하'처럼 살고 있었다. 시골에서 자라 '반려견 문화'에 부정적이었던 아빠 보호자는 가족들의 요청에 못이겨 수삼이를 들였는데, 3~4년의 반대가 무색하게 첫날부터 사랑에 빠져버렸다. 갱년기에 접어든 아빠 보호자에게 수삼이는 한결같이 자신을 따르는 가족이었다.
엄마 보호자는 마치 육아 수첩을 작성하듯 수삼이의 일거수일투족을 기록했다. 배변, 사료량, 산책 시간 등을 꼼꼼하게 체크했다. 달력에는 수삼이의 일정이 빼곡하게 적혀 있었다. 강아지가 아닌 아기라 생각하며 키우고 있는 것이다. 누나 보호자도 수삼이에게 한없는 사랑을 주고 있었다. 가족 전부가 오로지 수삼이면 바라보며, 수삼이를 위해 살고 있는 듯했다.
이쯤되면 문제는 '반려견'이 아니라 '보호자'일 듯하지만, 그래도 사연을 신청한 이유에 대해 들어보자. 수삼이는 좀처럼 사료를 먹지 않았는데, 보호자들은 어떻게든 먹이고 싶어 안달이었다. 누나 보호자는 손에 사료를 올려놓고 먹이려 애썼지만 허사였다. 사료를 던져 보기도 했으나 수삼이는 먹을 의지가 없어 보였다. 결국 최후의 방법으로 '목줄'을 꺼내들었다.
수삼이에게 '목줄=산책'이었는데, 산책 소리에 신난 수삼이는 목줄을 차고 나니 그제서야 사료를 먹기 시작했다. 하지만 정작 산책을 나가기까지 우여곡절이 많았다. 옷을 보고 흥분한 수삼이는 그대로 낚아채서 침대로 이동했다. 옷을 뺏기지 않으려고 으르렁댔다. 보호자들은 산책만 나가려고 하면 수삼이가 돌변한다며 무슨 이유로 이렇게 흥분하는지 그 까닭을 궁금해했다.
산책을 나간 후에도 난리법석은 이어졌다. 앞발을 땅에 안 댈 정도로 흥분한 상태로 귀가 따가울 정도로 짖어댔다. 길에서 다른 강아지를 마주치자 역시 격앙됐다. 친구를 만들어주고 싶은 아빠 보호자는 자꾸만 다른 강아지와 어울리게 하려 했는데, 수삼이는 강아지가 보일 때마다 무조건 짖었다. 또, 애견 카페에서도 다른 강아지들과 어울리지 못했다. 그 누구의 접근도 허용하지 않았다.
그날 저녁, 손님이 반려견을 데리고 방문했다. 흥분한 수삼이는 쉬지 않고 짖어댔다. 결국 목줄을 착용시켜 제어하려 했지만, 수삼이의 목청은 더욱 커졌다. 아빠 보호자는 손을 물렸고, 누나 보호자는 다리를 물렸다. 사회화 형성의 중요한 시기를 놓친 듯했다. 그럼에도 보호자들은 "예쁘면 다 용서되는 거야"라며 수삼이를 마냥 사랑스러워했다. 강형욱 훈련사는 생각이 많아졌다.
현장에 출동한 강형욱은 아빠 보호자에게 수삼이를 소파 아래로 밀치라고 지시했다. 낯선 상황에 수삼이는 당황한 듯 조용해졌다. 강형욱은 아빠 보호자가 말하거나 반응하면 수삼이가 짖을 텐데, 그때마다 벌떡 일어서 무미건조하게 블로킹을 하라고 시켰다. 다음에는 목줄을 채워보기로 했다. 목줄을 착용한 수삼이는 어김없이 짖기 시작했다. 수삼이는 예민한 강아지가 분명했다.
▲ KBS2 <개는 훌륭하다> 한 장면. |
ⓒ KBS2 |
예민한 반려견이 되는 이유는 무엇일까. 강형욱은 세 가지 원인이 있다면서 첫 번째는 '유전'이라고 밝혔다. 종의 특성과 별개로 부모 세대의 영향을 받는다는 뜻이다. 강형욱은 한국의 경우에 작고 귀여운 개체의 번식을 선호하다보니 여러 부작용이 발생한다고 지적했다. 이를테면 신경질적인 개체에 번식 기회가 많아 약하고 예민한 개체가 많아졌다는 것이다.
두 번째 원인은 '인적 요인', 그러니까 보호자의 태도이다. 강형욱은 정말 훈련이 힘든 대상은 예민한 반려견이 아니라 반려견을 처음 키우는 보호자라며, 무지에서 기인해 본인의 욕구대로 키우는 경우가 가장 문제라고 지적했다. 반려견의 입장에서 받고 싶은 게 따로 있는데, 보호자 마음대로 주고 싶은 것만 준다면 어떻게 될까. 우리는 반려견을 어떻게 키우고 있는지 되묻게 하는 얘기였다.
세 번째 원인은 '거주 환경'이다. 수삼이의 경우에는 환경이 매우 양호했다. 보호자들, 양육 공간, 감정적 유대, 산책할 공원도 충분했다. 결국 문제 해결의 실마리는 '인적 요인'일 수밖에 없었다. 강형욱은 갱년기 아빠 보호자의 '-까 봐' 병에 대해 언급하며, 지나친 반려견 사랑을 경고했다. 보호자의 욕구가 우선되는 바람에 형성된 잘못된 관계를 바꿔야 했다.
"지금까지 해온 모든 것을 반대로 하세요." (강형욱)
강형욱은 아빠 보호자에게 수삼이를 다리 사이에 두고 목줄로 통제하도록 했다. 통제에 잘 따르면 예뻐해 주는 것으로 보상하되, 통제를 벗어난 경우에는 단호하게 선을 긋도록 지시했다. 강형욱은 확실한 의사 표현은 반려견 훈련의 기초라는 점을 각인시켰다. 몇 번의 통제가 이어지자 수삼이는 얌전해졌다. 견생 최초로 느껴 보는 감정이겠지만, 보호자들과 더불어 살려면 익숙해져야 했다.
여전히 모든 게 서툴고 두려운 초보 보호자들은 혼란을 겪었다. 강형욱은 자신의 아들인 7살 주은이를 예로 들며, 아이가 3만 원짜리 장난감을 사달라고 떼를 쓰면 사주는 게 '쉬운 방법'이지만, 투정과 잘못을 알려주고 제대로 가르치는 게 보호자의 역할이라고 설명했다. 애정만 주는 게 아니라 올바른 방법으로 키우는 게 중요하다는 얘기였다. 그렇게 해야 하는 까닭은 사랑하기 때문이리라.
수삼이도 마찬가지 아닐까. 강형욱은 (보호자들이) 수삼이를 사랑하기 때문에 교육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보호자들은 그 말에 고개를 끄덕였다. 그동안 오로지 애정만 주며 수삼이를 키웠던 방식이 잘못됐다는 걸 깨달은 것이다. 제3자의 시선으로 보면 명확히 보여도 실제 반려견을 키우면 객관화를 하기 어려운 법이다. 강형욱은 아직 늦지 않았다며 희망을 불어 넣었다.
"지나가는 개는 그냥 지나가는 개일 뿐이에요." (강형욱)
산책 훈련이 이어졌다. 수삼이의 짖음은 특별한 이유가 있었던 게 아니라 단지 무서움을 보여주기 위한 행동이었기에 짖을 때마다 목줄을 당겨 통제했다. 대신 보호자에게 '지나가는 개는 그냥 지나가는 개일 뿐'이라는 사실을 인지시켰다. 반려견마다 차이는 있지만, 많은 반려견들이 처음 보는 개를 무서워한다. 다른 반려견을 만나면 좋아할 것이라는 생각은 보호자의 '착각'일 뿐이다.
그렇다면 수삼이는 반려견 카페 같은 곳에서 영영 놀지 못하는 걸까. 아빠 보호자의 걱정 섞인 질문이 이어졌다. 강형욱은 반려견 카페를 클럽에 비유했다. 그곳에서 만나서 친해지면 좋지만 꼭 그럴 필요는 없지 않겠는가. 강형욱은 반려견 운동장, 반려견 카페에서 놀고 싶은 건 보호자의 욕구일 뿐이라고 지적했다. 결국 반려견의 성향대로 키우는 게 정답이라는 얘기였다.
잠깐의 훈련으로도 수삼이는 완전히 달라졌다. 이전처럼 짖지도 않았고, 산책할 때도 얌전하게 걸었다. 애정 조절과 단호한 통제, 성향에 맞는 돌봄이 효과를 본 것이다. 사랑과 정도 절제가 필요하다는 걸 꺠달은 보호자들은 지금과는 다른 태도로 수삼이를 키우겠다고 다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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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김종성 시민기자의 개인 블로그 '버락킴, 너의 길을 가라'(https://wanderingpoet.tistory.com)에도 실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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