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미랑]“내 인생은 맛있고 화려해… 암에 굴복하지 마세요”

최지우 기자 입력 2023. 3. 28. 08:40 수정 2023. 4. 20. 1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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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미랑 인터뷰>

 

폐암을 이겨낸 문영자(68세, 인천 서구)씨의 이야기를 들려드립니다. 암 진단 후, 새로운 취미를 찾고 본인을 가꾸는 등 더 활력 있는 삶을 보내며 힘든 시기를 극복했습니다. 그의 주치의인 인하대병원 심장혈관흉부외과 김영삼 교수도 함께 만나 이야기 나눴습니다.

폐암을 이겨낸 문영자씨와 그의 주치의인 인하대병원 심장혈관흉부외과 김영삼 교수./사진=신지호 기자
뜻밖의 폐암 진단
2016년 5월, 문영자씨는 국가 암 검진을 받다가 “폐에 1.7cm 크기의 결절이 있으니, 큰 병원에 가보라”는 소견을 들었습니다. 곧장 인하대병원 폐암센터에 내원했습니다. 조직검사 결과, 폐암 1기였습니다. 폐암은 암세포 크기, 형태를 기준으로 소세포폐암과 비소세포폐암으로 나뉩니다. 소세포폐암은 현미경으로 확인되는 암세포 크기가 작은 암 종이며 이를 제외하면 모두 비소세포폐암으로 분류합니다. 비소세포폐암은 전체 폐암 환자의 80~85%를 차지하며 편평상피세포암, 선암, 대세포암으로 나뉩니다. 문씨가 진단받은 폐암은 크기가 폐의 작은 공기통로인 세기관지에 발생한 선암입니다.

문씨는 암이라는 말을 처음 듣자마자 온몸이 다 떨렸다고 합니다. 담배를 피운 적이 없는데 폐암에 걸렸다는 게 이상하게만 느껴졌습니다. 함께 건강검진을 받았던 남편도 예상치 못한 아내의 암 선고에 많이 당황했습니다. 이때 주치의인 김영삼 교수가 동요하는 문씨와 그의 가족을 잘 이끌어주었습니다. “암을 너무 어려운 병으로 생각하지 마시라. 최선을 다해 치료하겠다”는 김 교수의 말이 큰 위안이 됐습니다.

초기에 발견한 덕분에 1주일 만에 수술대에 올랐습니다. 종양이 있는 왼쪽 폐를 잘라내는 폐엽 절제술을 받았습니다. 초기 폐암(1~2기)은 수술이 가장 효과적인 치료 방법입니다. 폐암은 종양 부위만 도려내면 재발 위험이 높아서, 종양을 포함한 폐엽(왼쪽 폐 4분의 1)을 흉강경 수술로 절제했습니다. 겨드랑이 아래쪽 옆구리에 1~2cm 크기의 작은 구멍을 뚫고 내시경 기구를 삽입해 시행했습니다.

수술이 성공적으로 끝나 문씨는 1주일 만에 일상으로 회복했습니다. 그런데 왼쪽 팔과 어깨에 통증이 나타났습니다. 팔에 무거운 게 얹힌 듯한 느낌과 쑤시는 통증으로 괴로웠습니다. 김 교수가 신체 이상반응을 확인하고 통증의학과에 검진을 의뢰했습니다. 검사 결과, 뼈나 근육에는 이상이 없었습니다. 통증을 완화하기 위해 진통제 처방과 두 차례의 주사 치료를 받았습니다. 자주 사용하는 부위인 팔이 아프니 일상생활이 불편해 오히려 암 수술을 받았을 때보다 더 힘들었다고 합니다. 다행히 증상이 점차 나았습니다.

요리 취미 살려 건강 회복
팔이 회복되기 시작하자 문씨는 요리를 시작했습니다. ‘내가 먹는 음식은 내가 관리하다’는 생각에 외식을 줄이고 직접 요리하기 시작한 겁니다. 맵고 짠 음식, 고기 위주로 먹던 식단을 조미료 없이 깔끔하게 조리하고 야채를 곁들인 식단으로 바꿨습니다. 가스레인지를 사용할 때는 요리를 시작하기 3~4분 전 창문을 열어 환기하고, 마스크를 꼭 착용했습니다. 면역력에 좋다는 특별한 음식을 찾아서 먹기보다 식재료를 깨끗하게 세척해 세 끼를 든든하게 챙겨먹었습니다. 처음에는 자극적인 맛이 그리웠지만 건강을 생각하며 염분, 당분을 줄였습니다. 가족, 친구들이 암에 좋다는 약초나 식재료 등을 추천할 때도 ‘내가 만든 음식이 가장 위생적이고 건강하다’는 생각이 흔들리지 않았습니다. 스스로 식단을 관리한 덕분일까요? 오히려 암 투병 전보다 건강해졌습니다. 고지혈증이 있어 2~3개월마다 피검사를 받았었는데, 지금은 병원에 갈 때마다 “혈관이 너무 깨끗하다”는 말을 듣는다고 합니다. 계속 건강한 생활을 이어간 문씨는 재발, 전이나 추가 치료 없이 2021년 6월 폐암 완치 판정을 받았습니다.

<문영자씨>

문영자씨./사진=신지호 기자
-암 진단 후 달라진 점이 있나요?
“암 수술 후 팔이 아팠을 때 꼼짝 없이 누워만 지내다 보니 활기차게 생활하는 게 얼마나 소중한 일상인지 깨닫게 됐습니다. 그래서 팔이 낫고 난 뒤부터는 전보다 더 열심히 친구들과 만나 커피도 한 잔 마시고, 암 진단 전에는 하지 않았던 운동도 시작했습니다. 남편이랑 근처 공원을 매일 40분씩 걷기도 합니다. 1주일에 한두 번 동생이 운영하는 식당에 나가서 일을 도와주며 지냅니다. 바쁘게 사는 만큼 암을 잊을 수 있었고, 더 활력 있는 인생이 됐습니다.”

-주변인의 말을 들어보니, ‘화려한’ 암 환자였다고?

“다른 사람들 눈에 제가 암 환자로 비춰지는 게 그 당시에는 정말 싫었습니다. 아픈 사람이라고 생각하면 정말 더 아파질 것 같았습니다. 그래서 오히려 예쁘게 꾸미고 건강한 사람처럼 지내려 노력했습니다. 밖에 외출할 때는 아픈 티, 힘든 기색 없이 더 씩씩하게 다녔습니다. 특히 병원을 갈 때는 가장 예쁜 옷을 골라서 입고 더 화려하게 꾸미고 갔습니다. 남들이 볼 때 ‘암 환자 맞느냐’는 생각이 들 정도로요. 이런 마음을 알아준 자식들이 제 취향일 것 같다며 신발도 사주고, 옷도 사다주었습니다. 딸이랑 손잡고 나가서 쇼핑도 같이 했는데, 기분이 날아갈 것처럼 좋았습니다. 그런 행동들이 저를 건강하게 만들어준 것 같습니다.”

-새로운 취미가 생기셨다고요?
“암 진단을 받고 난 뒤, 남편이 제게 공기 좋은 시골로 내려가자고 제안했습니다. 그런데 살다 보면 너무 쓸쓸할 것 같더라고요. 그래서 물 좋고 공기 좋은 산을 다니는 캠핑을 시작했습니다. 주로 남편이랑 산과 계곡이 많은 강원도를 자주 방문했습니다. 흐르는 물에 발 담그고 앉아만 있어도 행복이 느껴지고, 몸이 한결 낫는 기분이 들었습니다. 가끔 아들, 딸, 손주들과 다함께 캠핑을 갈 때면 요리도구를 챙겨가 가족들에게 직접 요리를 해줍니다. 사랑하는 사람들과 공기 좋고 물 좋은 곳에서 좋은 음식을 함께 먹는 것, 이보다 행복한 일이 또 어디 있을까 싶습니다.”

-투병 중인 다른 폐암 환자분들께 한 마디.
“암은 환자 스스로의 의지가 곧아야 이겨낼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암에 걸리면 주위에서 ‘음식은 이게 좋다더라’, ‘운동은 얼마나 해야 된다더라’ 등의 말을 많이 합니다. 이때 남의 이야기에 휘둘리지 마세요. 나 자신과 담당 의사만 믿어야 합니다. 본인의 몸 상태를 가장 잘 아는 것은 자기 자신과 의사 둘 뿐이니까요. 검진 날짜에 잘 맞춰서 가고, 약 먹어야 할 때는 잘 챙겨 먹고, 좋아하는 것 잘 먹으면서 지내다 보면 건강을 되찾을 수 있을 겁니다.”

<김영삼 인하대병원 심장혈관흉부외과 교수>

​김영삼 교수./사진=신지호 기자
-국내 폐암 치료 성적은?
“폐는 신경이 없어 종양이 생겨도 증상이 잘 나타나지 않습니다. 증상이 나타난 뒤 검사를 하면 이미 다른 장기로 전이되거나 3기 이상인 경우가 많습니다. 그만큼 정기검진을 통한 조기진단이 매우 중요한 암 종입니다. 폐암의 5년 생존율은 초기인 1기는 80~90%, 2기 60~70%, 3기 50%, 4기 15~20%입니다. 초기로 분류되는 1~2기는 수술 치료를 통해 종양을 완전히 제거하고, 3~4기는 항암, 약물, 방사선 치료가 동반됩니다. 면역 항암제, 표적 치료제 등이 꾸준히 개발돼 생존율이 많이 올랐고, 앞으로도 올라갈 전망입니다.”

-문영자씨를 비롯한 비흡연자 폐암 발병 원인은?
“폐암의 가장 큰 원인은 흡연이지만 이외에 다양한 원인이 폐암을 유발합니다. 최근 여성, 비흡연자 폐암 환자가 증가하는 추세인데요. 간접흡연, 미세먼지 등 대기오염, 라돈 등 방사선, 주방에서 조리할 때 나오는 연기 등이 폐암 유발 요인 중 하나입니다. 폐암 예방을 위해 흡연뿐 아니라 폐암 위험을 높이는 환경을 피하는 게 중요합니다.”

-문영자씨가 암을 이겨낸 비결은 뭐라고 생각하는지?
“암에 걸려도 긍정적인 마음으로 일상을 잃어버리지 않으셨습니다. 우울해하지 않고 가족들과 함께 행복하고 활동적으로 지낸 게 암 치료에 큰 영향을 끼쳤습니다. 물론 문씨가 평소 건강검진을 꾸준히 받아, 조기 진단을 받은 것도 완치에 크게 기여했습니다.”

-투병 중인 폐암 환자분들께 한 마디.
“마음이 암한테 지면 몸도 암한테 집니다. 긍정적인 마음을 잃지 마세요. 폐암을 진단받으면 많이 당황하고, 심적으로 부담을 느끼는 환자들이 많습니다. 조기 발견 땐 얼마든지 완치를 바라볼 수 있고, 꼭 조기 발견이 아니어도 치료법들이 이 순간에도 발전하는 중이므로 좌절하지 마시길 바랍니다. 사랑하는 가족들과 즐겁게 지내고, 병원 치료를 열심히 받다보면 암을 극복할 수 있을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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