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케의 눈물 64] 불법체류자 증가할까봐 인권 외면?…강제퇴거 외국인 무기한 구금 못 해

김남하 2023. 3. 28. 05: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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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조계 "소수자 문제, 오랜기간 외면 받아…국제사회서 한국의 역할 고민할 시점"
"다수 선진국, 무조건 구금 안 해…구금 상한 정하고 외국인 관리에 행정력 집중"
"불체자 증가 우려 있으나…타인 인권 침해 않는 선에서 해결할 문제"
"제3기관에 적법성 심사 및 아동·여성에 한해 차별 적용 지침 마련돼야…제도적 보완 필요"
21일 오전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국회 앞에서 세계 인종차별 철폐의 날을 맞아 열린 난민법 개악안 즉각 폐기 촉구 기자회견. ⓒ뉴시스

강제퇴거 명령을 받은 외국인을 국외로 추방할 때까지 보호시설에 무기한 가둬 둘 수 있도록 한 법 조항이 헌법에 위배된다는 헌법재판소 판단이 나왔다.


법조계에서는 이주 난민·불법체류자(불체자) 등 소수자들에 관한 이슈는 아주 오랜 기간 외면 받아온 문제로, 이번 결정을 통해 인권을 중시하는 선진국 추세에 맞춰 한국이 고민해야 할 부분을 헌재에서 던져준 것이라고 분석했다. 특히, 향후 불법체류자가 늘어날 수도 있다는 일부의 우려에 대해서는 "불체자 증가와 그에 따른 사회적 문제는 타인의 인권을 침해하지 않는 행정적 방식으로 해결해야 하는 문제"라며 "제도 보완과 관련해 법무부와 국회의 움직임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헌재는 24일 출입국관리법 63조 1항에 대해 재판관 6대3 의견으로 헌법불합치 결정을 내렸다고 밝혔다. 해당 조항은 '지방출입국·외국인관서의 장은 강제퇴거 명령을 받은 사람을 즉시 대한민국 밖으로 송환할 수 없으면 송환할 수 있을 때까지 보호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헌재는 이 조항이 보호기간의 상한을 두지 않는 등 피보호자의 헌법상 신체의 자유를 과도하게 제한한다고 판단했다.


이어 "해당 조항의 보호는 신체의 자유를 제한하는 정도가 형사절차상 '체포·구속'에 준하기 때문에 보호의 개시·연장 단계에서 집행기관인 출입국관리공무원으로부터 독립적·중립적인 지위에 있는 기관이 타당성을 심사해 통제할 수 있어야 하지만 그런 절차가 없다"며 "보호명령 발령 전 당사자가 의견을 제출할 기회도 마련돼있지 않다"고 지적했다.


법률사무소 현강 이승우 변호사는 "그동안 절차상으로는 무기한으로 구금을 할 수 있어서 신체의 자유 등을 과도하게 제한한다는 지적이 나왔고, 사실상 이를 감시하는 기관이나 절차가 없다시피 했었다"며 "전향적인 판결이 나온 것으로 볼 수 있다. 과거 합헌이라고 판단했던 헌법재판소가 5년만에 판결을 바꾼 것이다"고 설명했다.


법무법인 혜명 오선희 변호사는 "퇴거대상 외국인 등 소수자들에 대한 문제는 아주 오랜기간 외면을 받아왔다. 법조에서도 무관심했던 게 사실이다"며 "국제사회에서 한국의 역할에 대한 고민을 시작해야 할 시점이 됐다. 이번 결정은 그에 대한 실마리를 헌재가 던져준 것"이라고 말했다.


법무법인 위민 김남근 변호사는 "다수 선진국들의 경우 인권침해에 대한 우려로 외국인을 무조건 구금하지 않고 기한을 정한 뒤 일정 기간 돌아다니도록 한다"며 "(한국은) 지금까지 여권편·교통편 등을 해결하지 않고 행정편의적으로 퇴거대상 외국인들을 가둬만 둔 것이다. 말이 보호지, 구금이나 다름 없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주요국가들은 인권중시 차원에서 외국인 관리에 행정력을 집중하는 편이다. 한국도 이 같은 선진국 추세에 따라야 한다는 의미에서 (헌재가) 이런 결정을 내린 것 같다"고 부연했다.


실제로 캐나다, 벨기에, 프랑스, 스페인 등 많은 나라가 구금 없이 다른 수단을 동원해 강제퇴거 명령을 집행하고 있다. 구금하더라도 분명한 기한을 정한다. 예컨데 유럽연합은 회원국들에게 국내법으로 구금기간의 절대적 상한을 규정하도록 하는데, 최초 구금기간은 6개월을 넘을 수 없다. 예외적으로 구금기간을 연장할 경우에도 12개월 미만이어야 한다. 이 외에도 대만은 100일, 남아프리카공화국은 120일로 최대 구금기간을 제한하고 있다.


헌법재판소. ⓒ연합뉴스

다만, 퇴거대상 외국인의 구금기간에 상한을 둔다면 자칫 불체자들이 늘어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헌재에서도 이은애·이종석·이영진 재판관은 이 같은 이유로 해당 조항이 합헌이라는 소수의견을 냈다. 소수의견은 "출입국관리법이 보호기간에 상한을 두고 있지는 않지만 보호가 필요한 최소한도의 기간 동안에만 이뤄질 수 있도록 제도를 보완하고 있다"며 "보호기간에 상한을 설정하면 우리나라에 불법체류하는 외국인이 급증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오 변호사는 "불체자 증가 등의 문제가 생길 가능성은 있다. 그러나 '무기한 구금'을 통해 외국인의 인권을 침해하면서 그 문제를 해결하려는 방식은 결코 정당화할 수 없다"며 "불체자 증가와 그에 따른 사회적 문제는 타인의 인권을 침해하지 않는 다른 방식으로 해결해야 하는 문제다"고 강조했다.


김 변호사는 "출입국관리소의 행정·관리 문제에 따라 달라질 것이다. 행정력이 효율적으로 돌아간다면 크게 발생할 가능성이 없는 문제"라고 설명했다.


이 변호사는 "제도적 보완이 필요해 보인다. 구금 상한과 관련해서는 제3의 기관 등을 통해 적법성을 심사 받는다거나, 아동과 여성 등에게는 구금이 차별적으로 적용된다든지 등 세부적인 지침이 세워져야 할 것으로 보인다"며 "구금 이외에 강제출국 등 다른 방안은 물론 제도적 정비, 보완과 관련해 법무부와 국회의 움직임이 주목된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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