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수 칼럼] 일본 손도 잡는데 야당 손 못잡을까

신종수 2023. 3. 28. 04: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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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미·일 협력 강화와 국정 성공 위해 야당 협조 필요
피의자 이재명과 야당 대표 이재명 분리해 대하면 어떨까
사회 붕괴시키는 정치 양극화 극복하고 정치 복원해야

지난주 교회 설교 시간에 목사님이 이 땅에 핵전쟁이 일어나지 않게 해달라고 기도하자고 했다. 핵전쟁 문제가 이제는 일상의 기도 제목이 돼 버렸다. 나는 세상에 종말이 온다면 혹시 핵전쟁으로 망하는 것 아니냐는 걱정을 하곤 한다. 성경에 노아 홍수가 끝난 뒤 다시는 물로 심판하지 않겠다는 구절이 있는데, 그러면 다음에는 불인가 하는 생각이 드는 것이다. 더구나 우상 숭배, 이단, 동성애, 저출산(생육하고 번성하라는 성경 말씀에 위배된다), 자살 등 하나님이 싫어하는 일만 골라 하는 요즘 세상이어서 심판이 있으면 어쩌나 우려하던 차다.

북한이 공중, 지상, 수중에서 장·단거리 핵 공격을 하는 모의 실험을 입체적으로 진행하고 있다. 사실 핵전쟁이 일어나면 짐 싸서 어디 피난갈 데도 없다. 그 자리에서 기도하는 수밖에.

이런 상황에서 우리는 지금 뭐하고 있는지 둘러본다. 가장 눈에 띄는 것은 여야가 정치적 내전이나 다름없는 갈등과 대치를 계속하고 있는 모습이다. 여야 모두 내전을 끝낼 생각이 전혀 없어 보인다. 여권 핵심 관계자는 야당과의 협치 가능성에 대해 “협치는 없다. 최소한 내년 총선까지 적대적 공생 관계로 간다”고 말했다. 검찰 수사를 비롯한 대대적인 사정으로 지지층을 결집한 뒤 정책으로 승부를 걸어 중도층을 잡으면 총선에서 이길 수 있다는 설명이다.

적대적 공생 관계라는 표현에 놀랐지만 그 뒤 전개되는 여야 관계를 보니 여권 내부에서 확고하게 정리된 방침이라는 것을 알게 됐다. 당분간 국민의힘 지지층만 바라보며 국정을 운영하겠다는 의도로 보인다. 윤석열 대통령은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를 만나지 않으려 한다. 만일 이 대표가 대표직에서 물러나거나 감옥에 가면 새로운 민주당 대표와 만날 생각인 듯하다. 적어도 그때까지 여야 간 대화와 타협, 절충은 없다.

이 대표를 중심으로 한 야당도 윤 대통령과 여권의 확고한 방침을 확인한 이상 결코 협력은 없다. 윤 대통령이 하는 모든 일에 반대한다. 윤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할 것을 뻔히 알면서도 양곡관리법 개정안을 국회에서 단독 처리했다. 윤 대통령은 미래를 위한 결단이라며 일본의 손을 잡았지만 윤 대통령을 이완용에 비유하며 극렬 반대하고 있다.

윤 대통령이 서둘러 일본과 손을 잡은 것은 북한의 핵 위협에 맞서 한·미·일 협력을 강화하기 위해서다. 핵 위협에 맞서기 위해서는 한·미·일뿐만 아니라 여야가 머리를 맞대고 협력할 필요성이 있다. 그러나 정부 출범 이후 1년이 넘도록 대통령과 야당 대표가 차 한잔 같이 마시지 않았다. 이렇게 완벽하게 단절된 사례는 헌정 사상 처음이다. 윤 대통령이 일본에 먼저 손을 내밀었다. 이 손을 야당 대표에게도 내밀 수 있어야 한다. 서울 상공 600m에서 핵폭탄을 터뜨릴 듯이 위협하는 북한 앞에서 대통령과 야당 대표가 아예 만날 생각조차 않고 있다. 어떻게든 감옥에 집어 넣으려는 검사와 갖가지 혐의를 전면 부인하는 피의자 같은 관계가 계속되고 있다.

사실 협치 얘기는 웬만하면 안 하려고 했다. 공허해서다. 가능성이 없는 얘기를 자꾸 하는 게 부질없다는 생각이 들어서였다. 그런데 윤 대통령이 해결 가능성이 까마득해 보이는 일본 문제에 대해 결단을 내리는 것을 보고 약간 기대를 갖게 됐다. 야당과의 관계에 있어서도 때가 되면 결단을 내릴 수 있지 않겠느냐는 기대다. 물론 당장은 아닐 것이다. 하지만 너무 늦으면 안 된다. 너무 늦으면 적대적 공생이 아닌 공멸이 될 것이다. 이 대표에 대한 검찰 수사나 법원 판단과 별개로 윤 대통령은 야당 대표를 만나 협조를 구할 것은 구해야 한다. 윤 대통령은 검사가 아니고 대통령이기 때문에 이 대표를 피의자 이재명과 분리해 야당 대표 이재명으로 대해야 한다. 혹시라도 윤 대통령이 하기 싫은 일은 절대 안 하는 개인적인 성격에 따라 국정을 운영하는 것은 아니길 바란다. 대통령은 국익을 위해 굴욕도 감수하고, 국정을 위해 몸서리치게 싫은 사람도 만나야 하기 때문이다.

미국 코넬대 마이클 메시 교수에 따르면 정치 양극화는 정치뿐만이 아니라 사회도 붕괴시킨다. 정치 양극화가 일정 한계를 넘어서면 사회가 회복 불가능한 퇴락 상태가 된다는 것이다. 상대에 대한 혐오와 악마화가 판치는 우리 사회를 치유하기 위해서라도 정치가 복원돼야 한다.

신종수 편집인 jsshin@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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