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마당] 3만원 치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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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2년 한일월드컵은 '치맥' 문화의 폭발적 확산을 불렀다.
치킨 프랜차이즈 업계의 고급화 경쟁으로 이어졌고, 10년이 채 안 돼 한 마리 1만5000원 시대가 열렸다.
"삼겹살 150g이 1만5000원이니 1㎏에 10만원쯤 하는데, 치킨은 1㎏ 한 마리에 2만원대 아닙니까." 그는 다음 달 모든 메뉴 2000원 인상을 전격 단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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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2년 한일월드컵은 ‘치맥’ 문화의 폭발적 확산을 불렀다. 치킨 프랜차이즈 업계의 고급화 경쟁으로 이어졌고, 10년이 채 안 돼 한 마리 1만5000원 시대가 열렸다. 교촌, BBQ 등 선두권 업체들이 주도한 가격 인상에 “그런가보다” 하던 소비자들은 2010년 롯데마트의 5000원 ‘통큰치킨’을 보며 충격을 받았다. “그동안 도대체 얼마를 남겨먹었던 거냐”는 여론이 거셌는데, 당시는 경제민주화 논쟁이 한창이던 때이기도 했다. 대기업의 치킨 상권 침해라는 프레임이 정치권에서 힘을 얻으며 통큰치킨 판매는 1주일 만에 중단됐다.
가격 파괴 시도가 좌초하자 치킨 값은 다시 스멀스멀 올랐다. 그래도 맛있으니까, 인내하던 사람들을 분노케 한 일이 2017년 벌어졌다. 이른바 ‘BBQ 파동’. 모든 메뉴 가격을 2000원씩 기습 인상하며 한 마리 2만원 시대를 연 BBQ는 조류인플루엔자(AI) 유행을 이유로 들었다. 그러자 양계협회가 반발하고 나섰다. “1년 물량을 고정 가격에 계약하는 사람들이 무슨 AI 핑계를 대느냐”고. 들끓는 비난 여론에 공정거래위원회가 조사에 착수하자 BBQ는 결국 가격 인상을 철회했다.
윤홍근 BBQ 회장은 “치킨이 너무 싸다”는 소신을 갖고 있었다. 지난해 3월 라디오에 출연해 “치킨 값이 3만원은 돼야 한다”면서 이렇게 말했다. “삼겹살 150g이 1만5000원이니 1㎏에 10만원쯤 하는데, 치킨은 1㎏ 한 마리에 2만원대 아닙니까.” 그는 다음 달 모든 메뉴 2000원 인상을 전격 단행했다. 5년 전 여론에 밀렸던 것이 못내 아쉬웠는지, 이번엔 직접 전면에 나서서 해내고 말았다.
코로나 국면에 호황을 누리던 치킨 업계가 요즘 힘든 모양이다. 교촌이 3000원 인상키로 했다. 배달료를 더하면 정말 3만원에 육박하게 됐다. 영화 ‘극한직업’의 형사들은 “설마 이 돈 주고 먹겠어?” 하며 ‘수원왕갈비통닭’ 값을 3만6000원으로 올렸지만 밀려드는 손님을 막지 못했다. 현실의 치킨 값이 영화 속 그 가격에 점차 근접해가고 있다. 한국인의 치킨 사랑이 시험대에 올랐다. 우리는 그 돈을 주고 먹을 만큼 치킨을 사랑할까?
태원준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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