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nd 건강] 잇몸 붓고 피나는 치주염… 피부 건선·아토피도 일으킨다

민태원 2023. 3. 28. 04: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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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병의 근원 ‘잇몸병’
건선 위험 12% 증가… 흡연땐 2배
아토피 발병률도 14% 높아져
난치성 피부질환과 연관성 확인

건강한 잇몸 ‘3·2·4 수칙’ 강조
하루 3회 칫솔·연 2회 스케일링
치아 사이 치간 칫솔 사용 권장


‘풍치’로도 불리는 치주질환(잇몸병)은 한국인이 치료를 위해 병원을 가장 많이 찾고 그로 인해 투입되는 건강보험 비용 또한 최다인 병이다. 보건의료빅데이터시스템에 따르면 2020~2021년 치은염 및 치주질환의 연간 외래 환자 수는 1740만명으로 2위인 급성기관지염(719만명)을 훨씬 앞질렀다. 3년 연속 감기 보다 흔한 병이 됐다. 치주질환 치료에 들어간 급여비는 연간 1조7800억원에 달한다. 더구나 근래 연구를 통해 치주질환이 고혈압이나 당뇨병 폐렴 콩팥병 류머티즘성관절염 협심증·심근경색 골다공증 발기부전 치매 등 전신질환(NCDs)의 발생과 상관성이 있는 것으로 속속 밝혀지고 있어 이들 2차질환 치료 비용까지 포함하면 전체 의료비 규모는 훨씬 더 클 것으로 추정된다.
치주염, 난치성 피부질환도 유발

이런 가운데 최근 대한치주과학회가 주관한 올해 ‘잇몸의 날(3월 24일)’행사에서 치주염이 건선이나 아토피 피부염 등 난치성 피부질환 발병과도 연관있다는 연구결과가 발표돼 관심을 끌었다.

가톨릭의대 서울성모병원 치주과 박준범, 피부과 이지현 교수는 국민건강보험공단 건강검진데이터를 활용해 치주질환이 없는 865만여명과 치주질환을 가진 106만여명을 대상으로 건선 발생 여부를 9년간 추적관찰했다.

그 결과 치주질환이 있는 그룹의 건선 발생 위험이 11.8%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또 치주질환이 있으면서 흡연할 경우 건선 위험은 26.5%로 배 이상 뛰었다.

건선은 만성 염증성 질환으로 국내 인구의 0.5~1% 정도가 겪고 있다. 얼굴과 두피 손발톱 팔꿈치 등에 붉은 발진과 은백색 인설(비늘)이 반복해 생겨 사회생활에 제약이 있을 뿐아니라 완치율이 낮아 삶의 질을 떨어뜨린다. 20~30대 젊은층에도 발생하지만 60세 이상 고령층에서 증가 추세에 있다.

박준범 교수는 “건선에서 잇몸병의 영향을 한국인 대상 대규모 연구로 처음 분석했다는 점에서 큰 의미가 있다”며 “또 다른 연구에선 잇몸병이 있을 시 아토피 발병 위험이 14% 높아지는 것으로 조사되는 등 치주염이 피부질환을 일으키거나 증상을 촉진할 수 있는 만큼 잇몸 관리를 통해 다양한 전신질환의 위험성을 낮출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번 연구로 치주염이 건선 발생의 독립적 위험 인자임이 확인됐다. 이는 동시에 흡연이 치주염 환자의 건선 발생에 불쏘시개 역할을 함을 시사한다.

치주염이 건선이나 아토피의 위험 인자로 작용하는 정확한 기전은 규명되지 않았지만 만성 염증성 피부질환과 몇 가지 병리 과정을 공유한다는 근거가 제시되고 있다. 이지현 교수는 “건선의 경우 유전·면역학적 소인을 기본으로 피부 외상과 감염, 그리고 술 담배 비만 스트레스 약물 나쁜식습관 같은 환경적 요인이 더해져 발생하거나 악화된다”고 설명했다.

흡연·음주 등 환경 위험 요인 공유

서울대치과병원 치주과 조영단 교수는 이와 관련 ‘후성 유전학적 관점’을 제시했다. 후성 유전학(Epigenetics)은 DNA 염기서열의 변화 없이 유전자 기능에 변화가 생기는 것을 말한다. 생활습관이나 스트레스 같은 환경적 요인이 세포 안의 유전 정보에 영향을 끼치고 세대를 거쳐 유전될 수 있다는 것이다.

치주염과 건선의 염증 환경은 많은 유사점을 갖고 있다. 연구에 따르면 구강에 서식하는 세균 ‘포피로모나스 진지발리스’는 독소를 내뿜는데, 이를 막기 위해 다양한 면역반응이 이뤄진다. 하지만 생물학적 상호작용으로 면역반응이 과도하게 일어나면 잇몸 조직이 파괴된다. 그로 인해 잇몸이 붓고 피나고 치아가 흔들리게 되는 것.

치주염 원인균에 의한 이런 면역반응은 건선 등 전신 피부 염증을 유발한다. 조 교수는 “치주염의 미세 환경은 종양괴사인자-알파, 인터루킨-1베타, 인터루킨-17 같은 전신 염증성 면역물질인 사이토카인을 유도하고 건선에서도 관찰되는 인터루킨-4와 인터루킨-10을 감소시킬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런 비정상적 면역반응이 겉피부를 구성하는 ‘케라티노사이트’의 증식과 분화에 영향을 미쳐 건선을 발생시킨다는 것이다.

잘못된 면역반응은 유전적 요인도 작용하지만 환경적 요인의 영향이 더 크다. 치주염과 건선은 공통의 위험 인자와 동반 질환을 공유하며 서로 연결고리 역할을 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여러 연구에 의하면 치주염 환자에서 흔히 대사증후군과 심혈관질환 위험이 증가하는 것으로 보고돼 있다. 만성 치주염은 또 2형 당뇨병의 원인인 ‘인슐린 저항성’과 비만 관련 염증 부산물 발생의 원인으로 지목된다. 건선 또한 심혈관질환 비만 대사증후군 등 다양한 전신질환과 관련있는 것으로 밝혀지고 있다.

조 교수는 “흡연과 음주, 나쁜 식습관 등의 환경적 요인 차이가 세포 및 면역 반응에 차이를 만들어 결과적으로 치주염이나 피부질환 발현에 개인차를 야기할 수 있다”며 “특히 흡연은 염증을 쉽게 유발하거나 악화시킬 수 있기 때문에 흡연자는 잇몸 건강을 위해 정기 스케일링과 구강검진을 게을리해선 안된다”고 조언했다.

치주과학회는 건강한 잇몸관리를 위해 ‘3·2·4수칙’을 강조하고 있다. 하루 3번 칫솔질하고 1년에 두 차례 스케일링, 치아 사이 치간칫솔 사용을 권장한다. 학회는 아울러 현재 만 19세 이상에 해당되는 연 1회 스케일링 보험 적용을 만 15세 이상으로 확대하고 만 40세 이상에 대해선 연 2회 스케일링 보장을 촉구했다.

서울대치과병원 김성태 교수는 “구강 관리의 사각지대에 놓인 청소년과 잇몸병 위험이 크게 높아지는 40대 이후 연령층의 치주질환 예방과 조기 치료를 위한 정책적 지원이 강구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민태원 의학전문기자 twmin@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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