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돋을새김] 尹의 ‘통 큰 양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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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대통령이 어떤 정치적 선택을 앞두고 고심할 때마다 여권 인사들에게 토로했던 발언을 전해 들은 적이 몇 번 있다.
윤 대통령의 대표적 세리머니는 '어퍼컷' 세리머니다.
대통령실은 나경원 전 의원과 안철수 의원을 겨냥해 공격적인 메시지를 내놓았다.
한 여권 인사는 "윤 대통령은 체질적으로 쇼를 못 한다"면서 "정국 전환을 위한 '깜짝 개각' 같은 것은 윤 대통령의 사전에 없는 것 같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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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대통령이 어떤 정치적 선택을 앞두고 고심할 때마다 여권 인사들에게 토로했던 발언을 전해 들은 적이 몇 번 있다. 자리는 달랐지만 내용은 거의 똑같았다. 윤 대통령은 “지지율은 연연하지 않는다. 이런 선택을 할 경우 지지율이 내려갈 수 있겠지만, 국민이 언젠가 진심을 알아줄 때 지지율이라는 것은 또 올라갈 수 있을 것”이라는 말을 꺼냈다고 한다. 윤 대통령은 일본 방문 하루 전이었던 지난 15일 용산 대통령실에서 외교 원로 7명을 만났다. 윤 대통령은 이 자리에서도 “나도 지지율이 떨어질 것이라는 사실을 알고 있다”고 말했다고 한다.
윤 대통령의 대표적 세리머니는 ‘어퍼컷’ 세리머니다. 윤 대통령이 일본을 향해 ‘어퍼컷’을 날리는 포즈를 취했다면 지지율은 더 올랐을 것이다. 그러나 그는 한·일 관계 정상화를 택했다. 방법론을 질타하는 목소리가 쏟아졌지만, 방향성은 동의한다는 옹호론도 만만치 않다.
김기현 대표 체제가 출범했던 3·8 국민의힘 전당대회와 이번 대일 외교는 성격이 전혀 다른 이슈다. 그러나 한 가지 공통점이 있다. 윤 대통령이 불도저처럼 밀어붙였던 사안이라는 점이다.
지난 국민의힘 전당대회처럼 대통령실 개입 논란이 크게 일었던 전당대회도 없었다. 대통령실은 나경원 전 의원과 안철수 의원을 겨냥해 공격적인 메시지를 내놓았다. 친윤계도 마른 수건을 쥐어짜듯 ‘김기현 대표 만들기’에 올인했다. 김 대표에게 승리를 안긴 득표율은 52.93%였다. 이와 관련해 비윤(비윤석열)계 중진의원은 “그래도 임기가 1년이 안 된 대통령에게 힘을 실어줘야 하는 것 아니냐는 목소리가 ‘흙탕물 전당대회’라는 비판을 근소하게 이긴 것”이라고 평가했다.
한국 정부가 내놓은 일제 강제징용 해법은 ‘통 큰 양보’다. ‘제3자 변제 방식’이라고 말은 어렵지만, 일본 피고기업을 대신해 한국 정부 산하에 신설된 재단이 기금을 마련해 징용 피해자들에게 배상한다는 내용이 핵심이다.
윤 대통령은 검사 출신 법률가다. 국정 운영 스타일도 법률이 가장 우선인 듯하다. 한 여권 인사는 “윤 대통령은 체질적으로 쇼를 못 한다”면서 “정국 전환을 위한 ‘깜짝 개각’ 같은 것은 윤 대통령의 사전에 없는 것 같다”고 지적했다. 대표적인 사례가 이태원 참사 이후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의 경질 문제였다. 윤 대통령은 “철저한 수사를 통한 진상 규명과 책임 소재 파악을 마무리한 뒤 정무적 책임을 묻겠다”는 입장에서 한 발도 물러서지 않았다. 물론 더불어민주당이 이 장관 탄핵소추안을 국회에서 단독으로 처리한 이후 윤 대통령은 선택지를 잃었다.
이번 한·일 관계 정상화 드라이브를 계기로 윤 대통령이 국정 운영 스타일에 변화를 줬으면 좋겠다. 윤 대통령이 국내 문제에 있어서도 ‘통 큰 양보’를 하는 모습을 보여주는 것은 국민 통합을 위해 매우 필요하기 때문이다. 양보는 권력을 쥔 쪽이 해야 하는 것이다.
윤 대통령이 ‘제8회 서해수호의 날 기념식’ 기념사에서 ‘서해수호 용사 55명’의 이름을 일일이 부른 것은 감동적인 모습이었다. 이 연장선에서 윤 대통령이 이태원 참사 유가족과 부상자들, 강제징용 피해자들을 만나 위로를 건넸으면 좋겠다. 또 기시다 후미오 총리와 술잔을 마주쳤던 것처럼 민주당 인사들은 물론 여권 내 비윤계 인사들과도 허심탄회한 자리를 갖는 모습을 기대해본다. 야당과의 대화에서 이재명 민주당 대표에 대한 검찰 수사와 기소라는 현실적 걸림돌이 있는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윤 대통령이 야당에 대해 국가와 국민을 위해서라면 ‘통 큰 양보’를 할 수 있다는 메시지를 계속 발신했으면 한다. 여야 관계는 한·일 관계보다 더 중요하기 때문이다.
하윤해 정치부장 justice@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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