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개혁 키맨' MZ노조 "실근로시간 줄일 방법 제시해야”

나상현 2023. 3. 27. 17: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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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관뿐만 아니라 여야 정치권도 앞다퉈 찾는 이들이 있다. 일명 ‘MZ노조’로 불리는 새로고침노동자협의회다. 새로고침협의회는 정부의 근로시간제 개편안이 전면적인 보완 작업에 들어가게 된 ‘도화선’ 역할을 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유준환 새로고침협의회 의장(LG전자 사람중심 사무직 노조위원장)은 27일 중앙일보와 가진 전화 인터뷰에서 “전임이 아니라서 토론회 나갈 때마다 연차 내느라 눈치 보인다”면서도 “노동자 권익을 위해 할 말은 하겠다”고 말했다.

이정식 고용노동부 장관이 22일 오후 서울 중구 프레지던트호텔에서 MZ노조로 불리는 '새로고침 노동자협의회'와 간담회를 갖고 ' 발언하고 있다. 오른쪽은 '새로고침 노동자협의회' 유준환 의장. 연합뉴스

최근 협의회가 가장 목소리를 강하게 내는 이슈는 역시 근로시간제 개편안이다. 앞서 정부는 현행 주52시간제의 연장근로 관리단위를 주 단위에서 월·분기·반기·연 단위로 확대하는 내용의 개편안을 입법예고했다. 유 의장은 “근로시간 선택권과 휴식권을 보장해 새롭게 일과 휴식 문화를 정립하겠다는 취지 자체는 공감한다”고 전제하면서도 “(현 개편안은) 그러한 취지와 맞지 않는다고 생각해 반대를 표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근로시간제 개편안 “실근로시간 줄일 방법 제시해야”


정부는 ‘69시간 프레임’으로 인해 청년세대가 오해하고 있다는 입장이다. 11시간 연속휴식 의무를 적용할 경우 이론상으로 69시간 근무가 가능한 것은 맞지만, 극단적인 상황을 상정한 결과라는 것이다. 이정식 고용노동부 장관부터 협의회와 두 차례나 만나 ‘오해 풀기’에 나섰다.

하지만 유 의장은 “(69시간이) 불가능한 시나리오는 아니지 않느냐”며 “정부도 일감이 몰리는 상황, 연속적인 야근이 필요한 상황 등 예외적인 경우로 인해 개편이 필요하다는 입장인 만큼 특정주 69시간 가능성을 생각 못 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설사 오해가 있었다 하더라도, 확실한 휴식권 보장 등 우려를 불식시킬 수 있는 요소가 없었던 것도 사실”이라고 덧붙였다.

유준환 새로고침 노동자협의회 의장이 21일 서울 용산구 동자아트홀에서 열린 새로고침 노동자협의회 발대식에서 출범 선언문을 낭독하고 있다. 뉴스1

윤 대통령이 제시한 ‘주60시간 캡’ 가이드라인 역시 근본적인 보완책이 될 수 없다는 것이 유 의장의 생각이다. 그는 “주 최대 근로시간에 대한 보완책이지, 원취지를 살리는 보완책이 아니라고 생각한다”며 “(주 최대 근로시간이) 69시간이든 60시간이든 큰 차이는 없다”고 말했다.

결국 유 의장은 실근로시간을 줄일 수 있는 방향으로 보완이 이뤄져야 한다고 보고 있다. 그는 “예컨대 유연화를 하되 주 평균 근로시간을 지금보다 더욱 낮추거나, 휴식권을 강제적으로 보장하는 방법 등이 가능하다”며 “협의회 내부 논의를 거쳐 구체적인 대안을 제시할 기회가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노조 회계 투명화 필요…일부 강화 방안은 우려”


유 의장은 노동개혁의 또 다른 축인 ‘노조 회계 투명성 강화’ 방향성에 대해선 공감을 표했다. 이미 유 의장이 속한 LG전자 사무직 노조는 정부가 요청한 재정 관련 자료를 제출한 바 있다. 유 의장은 “조합원이 요구한다면 당연히 회계 자료는 투명하게 공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다만 특정 규모 이상의 노조에 대해 회계감사원 자격을 제한시키는 등의 추가적인 투명성 강화 방안에 대해선 현실적인 고충을 토로했다. 유 의장은 “저도 전임이 아니다 보니 업무는 업무대로, 노조 일은 노조 일대로 해야 한다. 규모를 기준으로 일괄적으로 의무를 적용한다면 노조 유지가 힘들어지는 부분이 있다”고 밝혔다.


정부 지원금 거부…“자주성 키우는 게 먼저”


앞으로 협의회가 나아갈 방향에 대해 유 의장은 “협의회가 원래 추구하던 ‘노조 본연의 활동’에 집중할 것”이라고 밝혔다. 협의회는 지난달 21일 출범 당시 “정치적 구호가 아닌 노조 본질에 맞는 목소리를 내겠다”며 “궁극적 목표는 노조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을 바꾸는 것”이라고 밝혔다.

이미 협의회는 정부의 노동단체 지원사업을 신청하지 않기로 결정하는 색다른 행보를 보였다. ‘왜 노조가 국민의 혈세를 지원받아야 하는지 모르겠다’는 이유에서다. 지금까지 정부 보조금은 대부분 민주노총과 한국노총 등 양대노총에 집중적으로 지원됐다. 유 의장은 “자주성을 키우는 것이 먼저라고 판단해 신청하지 않았다”며 “노동권 사각에 있는 노동 약자들에게 지원됐으면 한다”고 설명했다.

2월21일 오후 서울 동자 아트홀에서 열린 새로고침 노동자협의회 발대식에서 유준환 새로고침 노동자협의회 의장이 결의문 낭독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유 의장은 이번 논의가 마무리되는 대로 본격적인 협의회만의 활동에 들어갈 계획이다. 그는 “소규모 영세 사업장이나 취업준비생, 대학생 등을 대상으로 공정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 물어보는 자리를 만들 계획”이라며 “정부와 특정 노조끼리만 대화하는 것이 아니라 전체 사회가 참여해 서로 의견을 나눌 수 있는 대화의 장을 만들고 싶다”고 말했다.

세종=나상현 기자 na.sanghye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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