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군 떠난 뒤 또 벼랑 내몰린 아프칸 여성들
[정병진 기자]
▲ 폭탄 테러 직후 여학교 폭탄 테러가 발생해 혼란스러운 여학교 부근 장면 |
ⓒ 넷플릭스 |
탈레반은 '샤리아법 시행'을 목표로 한다면서도 여성 교육에 대해선 샤리아법을 따르지 않습니다. 이슬람교 창시자 무하마드는 그의 언행록(하디스)에서 "지식을 찾는 것은 모든 무슬림(남자와 여자)에게 의무사항"이라고 하였습니다. 또한 "밤에 한 시간 동안 동료들과 함께 지식을 습득하는 것이 밤새껏 기도하는 것보다 낫다"고도하였습니다. 꾸란에서도 "그(알라 신)는 누구에게나 마음에 합당한 자에게 지혜를 주신다. 지혜를 얻는 자는 참 좋은 것을 얻은 것이다"(Sura- A-Baqarah 2:269)라며 '지혜' 얻는 일을 장려합니다.
그래서 샤리아법을 헌법으로까지 규정한 이란, 사우디아라비아 등에서는 샤리아법에 따라 고등교육과 대학 진학 등 여성들의 교육을 허용합니다. 대부분의 이슬람 국가들도 마찬가지입니다. 하지만 탈레반은 이슬람 율법을 극단적으로 해석하면서 여성들은 사적인 영역인 가정에 머물러야지 교육을 포함해 공적 영역에서 활동해선 안 된다고 봅니다.
▲ 자리파 가파리 전 시장 24세 최연소 나이로 아프칸의 와르닥(Wardak) 주의 수도 마이단 샤하르(Maidan Shahr)의 시장에 임명돼 2년 남짓 일한 자리파 가파리 전 시장 |
ⓒ 넷플릭스 |
암살 위협에 굴하지 않는 여성 시장
다큐 <인 허 핸즈>는 2022년 2월 미국 트럼프 대통령과 탈레반의 평화조약 체결하고 미군과 연합군이 아프간에서 떠난 2021년 8월 전후 아프간에서 무슨 일이 벌어졌는지를 조명합니다. 특히 아프칸 여권 신장운동의 대표적 인물인 자리파 가파리 전 시장(1994~)의 활동을 중심으로 아프간이 처한 상황을 알려 줍니다. 비록 가파리가 주인공이긴 하나, 이 다큐는 그의 시각과 주장만 일방적으로 전달하진 않습니다. 탈레반 주둔지를 넘나들며 탈레반 사령관이나 전사들, 그곳 아이들의 모습도 보여줍니다.
▲ 탈레반 기지 탈레반 기지의 사령관과 전사들 |
ⓒ 넷플릭스 |
가파리는 민주적 투표로 시장에 선출된 건 아닙니다. 그는 장학금을 받아 인도 찬디가르 펀자브대에 진학해 경제학을 공부한 뒤 귀국하였고, 얼마 지나지 않아 시험을 거쳐 시장에 임명되었습니다. 탈레반 통치 시기, 그의 부모는 딸 가파리를 비밀학교에 보내 교육을 시켰습니다. 하지만 여학교들에 대한 자살 폭탄 테러가 이어지자 큰 딸 가파리가 더 이상 학교에 가지 않기를 바랐다고 합니다. 그럼에도 그의 학업에 대한 강력한 열망을 꺾지는 못했나 봅니다.
▲ 모슬 공항 탈레반의 수도 장악 직후 해외로 빠져 나가려 모슬 공항에 몰려든 인파 |
ⓒ 넷 |
가파리는 미군이 떠나고 탈레반이 수도 카블을 장악하였을 때까지 버티다가 극적으로 아프간을 탈출해 가족들과 함께 독일로 망명하였습니다. 그러나 그는 아프간 여성들이 "여성 교육을 허용하라"며 용감하게 거리 시위를 하는 모습을 보면서 자신이 있어야 할 곳은 조국 아프간임을 확신합니다. 그리하여 처형당할지 모를 아프간으로 되돌아가 언론 인터뷰로 "탈레반이 여성들 지지를 얻으려면 더 이상 여성들을 억압하지 말라"고 요구합니다. 정말 용감한 여성이 아닌가 싶습니다.
미국, 현 아프간 상황에 무거운 책임져야
아프간 여성들은 단지 '교육'을 받고자 목숨 걸고 학교에 가야 합니다. 다큐에서는 소녀들이 다니는 학교에 폭탄 테러가 발생해 여학생 여럿이 병원에 실려 가는 장면이 나옵니다. 탈레반의 여성 혐오와 인권 탄압이 얼마나 극심한지 잘 보여주는 단면이 아닌가 싶습니다. 탈레반 정권은 재집권 초기 "여성들이 일하고 교육 받는 것을 이슬람 틀 안에서 허용하겠다"고 발표하였습니다. 그러고선 여태 여성 대학과 여학교들을 열지 않는다고 합니다. 또한 여성들이 바깥에 다닐 때는 머리부터 발끝까지 온 몸을 가리는 부르카를 착용을 의무화 했고 여성이 남자 가족 동반 없이 홀로 72km 이상 이동하지 못하게 하였습니다.
▲ 아프간 여성들 탈레반 재집권을 우려하는 아프간 여성들 |
ⓒ 넷플릭스 |
탈레반이 재집권하면 이 같은 사태가 곧 벌어지리라는 사실은 불보듯 훤하였습니다. 그럼에도 미군과 연합군은 무책임하게 아프간을 훌쩍 떠났습니다. 2020년 2월 트럼프와 탈레반의 평화협정 체결되자, 가파리는 "미국인들이 소수 탈레반 제거를 위해 아프간 전체 마을을 파괴하더니 이 거래로 그들이 '내 나라를 팔았다'"고 비난하였습니다. 공감이 가는 말입니다. 미국의 아프간 침공은 대체 무엇을 위한 것이었는지 묻지 않을 수 없습니다.
아프칸 여성들은 20년 간 전쟁에 시달리며 탈레반의 억압 통치에서 벗어나 자유를 맛보았습니다. 하지만 지금은 다시 옛 암흑 시절로 되돌아가야 하는 처지에 내몰린 상태입니다. UN 평화 유지군은 바로 이런 때에 필요한 게 아닌가 싶습니다. 아프간 여성들의 기본적인 인권을 보호하기 위해 국제 사회가 뭔가를 해야 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특히 9.11 테러 이후 '테러와의 전쟁'을 선포하고 아프간을 쑥대밭으로 만든 미국은 지금 아프간 상황에 대해 무거운 책임을 져야 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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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이는 글 | <여수넷통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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